팀 동료에게 패스하는 현주엽

팀 동료에게 패스하는 현주엽 ⓒ 서민석

 
확실한 상위권팀의 위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렇다고 하위권으로도 쳐지지도 않는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던 창원 LG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 바로 지난 주말 KTF와 KCC로 이어지는 난적을 꺾으면서 모처럼 상승세를 탈 분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울 삼성과 함께 나란히 18승13패로 공동 4위를 기록 중인 LG입장에선 당장에 3위 전주 KCC(19승12패)와의 승차가 한 경기, 2위 안양 KT&G(20승11패)와의 승차가 두 경기여서 연승의 분위기만 이어진다면, 4강 직행권이 주어지는 2위 자리를 노려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5.5경기차인 선두 원주 동부(24승8패)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쉽지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특히나 너무 공격 지향적인데다 이상민이 부상으로 빠져 아직 완전한 팀 전력이 아닌 삼성보다는 최근 박지현의 가세와 기존 토종 스타들의 분전이라는 호재를 맞은 LG가 더욱더 상위권의 공고한 균형을 깰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과연 올 시즌 내내 중위권팀이라는 딱지를 떼고 LG가 동부-KCC-KT&G로 이뤄진 3강의 단단한 틀을 깰 수 있을까?

 

 박지현(우)과 패스를 주고받는 현주엽

박지현(우)과 패스를 주고받는 현주엽 ⓒ 서민석

 

천군만마가 된 박지현의 복귀

 

최근 LG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포인트가드 박지현의 가세다. 비록 눈에 드러나는 기록에 있어서는 이현민에 미치지 못하는 가드지만, 궂은 일은 물론이고, 팀 전술 운용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바로 박지현이기 때문이다.

 

사실 11월 21일 전주 KCC와의 경기 도중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해 팀 전력에서 제외된 박지현이 10경기 동안 기록한 성적은 그다지 두드러진 편은 아니다. 슛이 뛰어난 선수가 아닌데다 플레이 스타일 역시 그다지 화려한 맛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함 대신 박지현의 플레이는 '실속'이라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득점이나 어시스트 같은 기록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팀 플레이와 속공 그리고 빠른 공-수전환을 중시하는 신선우 감독의 농구 스타일에 그만한 적임자도 없기 때문이다.

 

복귀 이후 5일 18분 40초를 뛴 KTF전(2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이나 11분 정도를 뛴 6일 KCC전(4점 3점슛 1개 1리바운드)에서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성적을 올렸다. 2007년 11월 17일 KTF전에서 무려 19점 3점슛 3개 5어시스트라는 뛰어난 기록을 기록한 선수라고는 볼 수 없는 부진인 셈이다.

 

그러나 박지현의 복귀 이후 LG는 2연승을 기록하며 단숨에 상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기록에서 박지현의 활약은 미비했지만, 백코트의 수비력이나 게임 운영 능력에 있어서는 분명히 이현민 혼자 백코트진에서 고군분투하던 모습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현민 혼자 짊어져왔던 짐을 박지현이 덜어줬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6일 KCC전까지 올 시즌 총 12경기를 뛰면서 평균 5.58점 2.33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박지현. 2002~2003 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난 2006~2007시즌 기록한 경기당 평균 9.83점 2.75어시스트가 최고의 성적일 만큼 득점에 있어서는 그다지 별 볼 일 없는 선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LG가 상승세를 탄 것만 봐도 그의 '숨은 공로'를 짐작할 수 있다.

 

 LG의 현주엽

LG의 현주엽 ⓒ 서민석

 

현주엽과 조상현 두 베테랑의 활약

 

박지현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최근 현주엽과 조상현 두 토종 스타의 분전 역시 LG에는 반가운 일이다. 그야말로 타이밍이 절묘한 것이다.

 

우선 '포인트포워드'로 불리는 현주엽의 활약은 LG에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 미달로 서장훈-김주성 등 토종 빅맨의 위력이 더욱 더 배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못지않은 매치업의 우위를 점하게 하는 현주엽의 부활은 분명 팀에는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직전 무릎 수술을 받아 에어컨 리그동안 재활에 전념한 현주엽에게 사실 과거와 같은 파워풀한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신인 시절이었던 1998~1999시즌 무려 23.94점 6.35리바운드 4.65어시스트를 기록할 만큼 공격 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난 시즌에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9.26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12월 29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10점을 기록한 이후 모비스(12점)-KTF(11점)-KCC(15점)와의 경기에서 연이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4라운드 중반에 접어들면서 확실히 분위기를 탄 상황이다. 그동안 현주엽의 일정한 출장 시간 보장을 요구했던 LG팬들 역시 최근 그의 활약에 상당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현주엽 못지않게 전문 슈터인 조상현의 최근 상승세 역시 고무적인 대목이다. 올 시즌 31경기에 나와 평균 10.39점 3점슛 2.42개를 기록해 눈에 보이는 기록에 있어서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좀처럼 한 경기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 만큼 최근 이유모를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월 KTF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14점을 몰아넣으며 모처럼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박지현-현주엽과 함께 살아난 팀 공격력에 더욱더 힘을 보탠다면, 지금의 상승세는 더욱더 지속될 것이다. 박지현의 가세로 분위기를 탄 LG지만, 결국 팀의 핵심 선수인 현주엽과 조상현이 살아나야만 지금의 상승세가 꾸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 이적 이후 첫 우승을 노리는 두 노장 스타 현주엽과 조상현의 활약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해보자.

 

 돌파를 시도하는 조상현

돌파를 시도하는 조상현 ⓒ 서민석

2008.01.10 09:25 ⓒ 2008 OhmyNews
박지현 현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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