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모비스-오리온스전 도중 나온 오심

지난 시즌 모비스-오리온스전 도중 나온 오심 ⓒ 점프볼

 

지난 2007년 4월. 당시 2006~2007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이하 PO)의 주인공은 묘하게도 영남권인 울산-창원-부산-대구를 연고로 한 네 팀이었다.

 

상대적으로 정규시즌 5위였던 서울 삼성과 6위였던 안양 KT&G가 PO에 진출, ‘비영남팀’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지만, 각각 오리온스와 KTF에게 1승2패와 2패로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특히나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서울 삼성의 탈락은 충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9개월여가 지나 2007~2008 시즌이 한창인 요즘. 자칫 잘못하면, 지난 PO에서 ‘영남권 축제’를 일궈냈던 네 팀이 모두 올 시즌 PO에서 멀어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창원 LG가 아직까지 6강 가시권인 4위를 기록 중이라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KTF-모비스-오리온스 등 전통적인 강호였던 세 팀은 포인트가드와 외국인 선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지난 시즌 ‘영남권 시리즈’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던 네 팀의 분위기 반전은 가능할까?

 

 김승현을 부축하는 키나 영(좌)

김승현을 부축하는 키나 영(좌) ⓒ 서민석

 

‘2약’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모비스와 오리온스

 

우선 지난 시즌 4강 PO에서 맞붙었던 울산 모비스와 대구 오리온스에게 올 시즌은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다. 특히나 두 팀은 묘하게도 걸출한 포인트가드였던 양동근과 김승현이 각각 군 입대와 허리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고, 외국인 선수 역시 모비스는 기량 미달-오리온스의 경우는 부상 때문에 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속사정은 다소 다르지만, ‘포인트가드와 외국인 선수’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2약’으로 불리던 두 팀 간에도 명암이 대비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울산 모비스가 전형수-김효범-우지원 등 토종 선수들의 분전과 새롭게 가세한 외국인 센터 에릭 산드린이 서서히 제 몫을 해주면서 팀 전력의 짜임새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함지훈-키나 영 이외에 다른 선수들의 분전이 아쉬웠던 모비스 입장에선 비록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반전의 계기는 분명 마련한 것이다.

 

반면, 오리온스의 경우는 그야말로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전 뽑았던 외국인 선수인 마크 샌포드와 코리 벤자민이 모두 부상으로 시즌 전 퇴출 당하면서 시즌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했던 오리온스는 최근 들어 리온 트리밍햄과 칼튼 아론까지 동반 부상을 당하면서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게다가 포인트가드 김승현까지 허리 부상으로 빠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리온스는 올 시즌 부상에 철저히 발목이 잡힌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영수-정재호로 김승현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여의치 않고, 오용준-주태수-이현준-성준모 등의 벤치 멤버 역시 예년처럼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장 슈터’인 김병철과 신인 이동준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 것이다.

 

결국, 모비스 입장에선 최근 ‘무서운 9위'로 불릴 만큼 다시 한 번 분위기를 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오리온스의 경우는 하향세라는 분위기를 좀처럼 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추일승 감독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추일승 감독 ⓒ 서민석

 

성탄절 맞붙은 ‘라이벌’ LG와 KTF

 

그나마 모비스-오리온스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언제라도 6강 경쟁에서 탈락할지도 모르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창원 LG와 부산 KTF는 묘하게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창원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1-2R 맞대결에서 각각 조상현과 칼 미첼의 결정적인 3점포를 앞세워 승부가 갈릴 만큼 짜릿한 명승부를 연출한 두 팀은 지난 정규 시즌에는 2위를 놓고, 4강 PO에서는 챔프전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그야말로 부산과 창원이라는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도시를 연고로 삼고 있지만, 라이벌 의식만큼은 이역만리인 셈이다.

 

LG의 경우는 시즌 초반만 해도 ‘약체가 될 것이다’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스피드와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앞세워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21일 KCC와의 경기 도중 박지현이 큰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 전력에 큰 차질을 입은 상태다.

 

특히나 조상현과 현주엽 두 토종 스타들이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가뜩이나 높이에서 열세를 보이는 블랭슨과 워너 두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부담이 가중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KTF와의 경기 전까지 12월 24일 현재 14승12패로 단독 4위를 기록 중이었지만, 공동 5위인 SK-전자랜드와는 반 경기 7위 삼성과도 1.5경기 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추락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호쾌한 덩크를 시도하는 캘빈 워너

호쾌한 덩크를 시도하는 캘빈 워너 ⓒ 서민석

KTF의 경우는 시즌 전만 해도 당당히 ‘우승 후보’로 꼽힌 팀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즌에 임하자 타이론 워싱턴과 세드릭 웨버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가 기대 이하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개막전 승리 이후 연패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중심추가 되어야할 베테랑 선수인 신기성과 양희승 역시 지난 시즌의 활약이 무색할 만큼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팀 전력이 약해진 상태다.

 

외국인-토종 선수 중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보니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시즌 전만 해도 ‘주전-비주전을 가리기 힘든 두터운 선수층’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이러한 강점이 도리어 약점으로 뒤바뀐 상황이다.

 

최근 어려운 두 팀의 사정에 만나면 으르렁거리는 라이벌이라는 특수성까지 가미되면서 두 팀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불을 뿜었다. 하지만, 승부는 오다티 블랭슨과 캘빈 워너 두 외국인 선수가 50점을 합작한 LG가 KTF에 94-74로 완승을 거뒀다. 비록 ‘2약’으로 불리는 두 팀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LG나 KTF 역시 아쉬움이 남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남은 시즌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여준 경기였던 셈이다.

 

물론, LG의 경우는 외국인 선수들의 골밑 공격을 앞세운 철저한 '확률 농구'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좀처럼 조상현-석명준-박범재 등의 외곽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고, KTF 역시 성실한 골밑 플레이어인 켄드릭의 공백이 뼈아픈 경기였다.

 

결국, LG나 KTF 입장에선 지금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뭔가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확실하게.

2007.12.26 10:01 ⓒ 2007 OhmyNews
울산 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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