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국의 아이들' 홍보 포스터.

영화 '천국의 아이들' 홍보 포스터. ⓒ 천국의 아이들

한해가 저물어가는 11월의 끝자락에서 봄의 햇살처럼 따뜻한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만든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어제(28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청 대강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관람했다.

광주광역시 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종욱)과 영사모(회장 임종수)가 매월 한차례씩 '시민광장'의 일환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달의 영화는 <천국의 아이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감동을 주었다. 신발을 잃어버린 남매에 관한 단순한 스토리여서 다소 지루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약 90분 상영시간 내내 다양한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터지면서 흥미와 긴장감을 더해 주었다.

이 영화는 신발 한 켤레를 잃어버리고 남은 한 켤레를 번갈아 바꿔 신어야 하는 궁핍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오누이의 맑은 성장기를 담은 영화다. '99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관객상, 파지르 국제 영화제 그랑프리, 뉴포트 국제 영화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싱가포르 국제 영화제 실버 스크린 어워드 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테헤란 남쪽의 가난한 가정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알리. 엄마의 심부름을 갔다가 금방 수선한 여동생 자라의 구두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문을 연다. 가난한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밝고 착하게 지내는 오누이가 정말 예쁘고 대견스러웠다. 영화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 도시 변두리의 빈민촌을 연상시키는 테헤란 남쪽의 가난한 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방세가 5개월이나 밀려 집주인에게 매일같이 시달리는 엄마는 돈 때문에 허리 통증 수술도 받지 못한 채 동네 카펫 빨래 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아빠는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푼돈을 받고 일하면서 덩어리 설탕을 망치로 잘게 부숴주는 일 따위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운 좋게 정원사 일을 하게 됐지만, 요령부득으로 번번이 공을 친다. 더구나 모처럼 일을 맡아 푼돈을 벌게 되자 자전거 충돌사고로 부상하는 불운을 겪는다. 이처럼 등골이 휘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남의 설탕 한 조각도 손대지 않을 정도로 착한 심성들을 지니고 있다.

찢어진 운동화를 수선가게에서 꿰매 신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풍요로운 소비 풍조가 떠올랐다. 과연 찢어진 신발을 고쳐 신는 아이들이 있을까. 구멍 난 양말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로 꿰맨 너덜한 운동화마저 잃어버린 남매가 남은 신발 한 켤레를 오전 오후반으로 번갈아 바꿔 신고 등교하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여동생이 학교를 마치고 서둘러 돌아오다가 신발이 하수도에 빠져 흘러 내려가는 장면에선 관객들의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교정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구두를 신은 아이를 목격하고서도 자신들보다 더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구두를 돌려받기를 포기하는 남매의 모습이 따뜻한 봄날의 햇살처럼 잔잔하게 가슴을 쳤다.

임종수 영사모 회장은 “ <천국의 아이들>을 보는 동안 찢어지게 가난한 모습을 보면서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고, 밝고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사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함께 일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영화 천구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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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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