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MF 최효진

포항 MF 최효진 ⓒ 포항 스틸러스

2005년 12월 4일 그 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흰 유니폼을 입고 뛴 최효진은 경기가 끝나고 당시 장외룡 감독 앞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23개월 1주일이 흐른 2007년 11월 11일 성남의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그는 포항의 검붉은 가로 줄무늬 옷을 입고 금빛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물론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는 11일 낮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07 K-리그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경기 성남 천마와의 방문 경기에서 전반 끝무렵 터진 슈벵크의 오른발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네 번째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2005년 챔피언결정전의 한을 풀다!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의 2번 유니폼을 입은 오른쪽 미드필더 최효진. 그의 챔피언 결정전 도전은 벌써 두 번째다. 2005년에는 파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세로 줄무늬 옷을 입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멤버였고 이번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가로 줄무늬 옷을 입은 포항 스틸러스의 멤버였다.

 

그렇게 다른 유니폼 색깔처럼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처지도 달랐다. 2005년에는 정규리그(전후기 통합순위) 1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것이었고 이번에는 정규리그 5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서 4위(경남 FC), 3위(울산), 2위(수원 블루윙스), 1위(성남 천마)를 차례로 물리치고 영광의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2005년에는 울산의 이천수(현 페예노르트 로테르담)를 잡지 못해 통한의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에 최효진에게 그 감격은 남다른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왼쪽의 박원재와 함께 포항의 측면을 담당하고 있는 최효진은 특급 미드필더 따바레즈와 단짝 호흡을 자랑하며 성남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드리블을 즐겼다. 상대 수비수가 달라붙을 경우 웬만한 선수들은 빨리 공을 처리하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히기가 쉬운데 최효진은 달랐다. 브라질에서 온 파리아스 감독의 영향력이 짙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는 인천에서 두 시즌을 뛰며 보여준 개인 전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2006년까지 그는 측면에서의 빠른 공간 침투가 주요 임무였고 무엇보다 공 처리가 빨랐다. 후반전 중반 이후 상대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발걸음이 느려질 때면 그를 중심에 둔 인천의 역습 속도는 항상 박진감이 넘쳤다.


'믿음'은 그 사람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변화시킨다

 

그 때까지 그저 빠른 선수였던 그가 포항 유니폼을 입고 달라졌다. 얼핏보면 포지션을 포함하여 기본적인 색깔에서 크게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 전술의 측면에서 드리블의 수준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드리블은 시간만 잡아먹는 공 끌기로서의 드리블이 아니라 자기가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차원의 드리블이다. 상대 수비수가 달라붙어도 패스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의 몸싸움을 뚫고 또 공을 몰고 들어가는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즐기는 듯 보인다. 

 

여기에 특급 미드필더 따바레즈나 맏형 김기동과 짝을 이루며 부드러운 2:1 패스로 제3의 공간까지 만들어나가는 그는 분명 자신만의 축구 세계에 눈을 뜬 것이 분명했다.

 

우리 축구팬들은 박종환 감독의 4강 신화(1983년 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를 통해 본 톱니바퀴같은 공격적 전술에 감탄하면서 공을 끌지 않고 바로바로 연결해야 축구를 잘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때가 있었다. 심지어 드리블을 즐기는 선수가 그 실력을 떠나 공연히 미움을 받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나고 있는 우리 축구계도 많이 바뀌었다. 공을 '잘 차는 것'이 개인 기술의 출발점이 아니라 공을 '잘 다루는 것'이 개인 기술을 익히는데 중심이 된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 구단과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그리고 선수들은 지난 3년 동안 무엇보다도 이 기본적인 면에서 그 믿음을 하나로 모아왔다고 할 수 있다. 구단측에서는 감독을 믿었고 그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면은 물론 전술적인 면에서도 '믿음'을 주었다. 또한, 감독은 선수들의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을 믿었다. 아마도 감독과 동료 선수들이 믿고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최효진의 유연한 드리블과 공간 창출은 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6강 플레이오프라는 한국 축구만의 기형적인 시스템이 챔피언결정전 뒤의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포항 스틸러스는 그 경기력 안팎의 여러 조건들을 이리저리 따져봐도 분명 챔피언이다. '기다림'과 '믿음'이 그들을 거기까지 올라서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 2007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결과, 1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천마 0-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슈벵크(43분)]
- 포항 스틸러스 1986-1988-1992년에 이어 네 번째 챔피언 등극!

2007.11.12 08:5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7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결과, 1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천마 0-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슈벵크(43분)]
- 포항 스틸러스 1986-1988-1992년에 이어 네 번째 챔피언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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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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