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고등학교 입구의 솟대, 참 정겹다.

산마을고등학교 입구의 솟대, 참 정겹다. ⓒ 산마을고등학교 윤영소


매일매일 책상 앞에 앉아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아이들,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산속의 한 대안학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전교생 60명이 황토방으로 지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은 학생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풋살리그를 통해 건강한 체력을 기른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공을 차며 유대감을 높인다. 요즘 세상에 선생님과 함께 공 차는 고등학생들이 흔하겠는가?

함께 공을 차는 선후배들의 관계는 저절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 산마을 고교의 풋살리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내 최초의 고교 풋살리그

 '우리는 막장으로 간다' 산마을 고등학교 풋살리그 A보드(광고판)가 눈에 띈다.

'우리는 막장으로 간다' 산마을 고등학교 풋살리그 A보드(광고판)가 눈에 띈다. ⓒ 장영우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군 양도면에 위치한 '대안학교' 산마을고등학교에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풋살리그가 있다.

2006년 가을 출범한 산마을 S리그는 세계 유수의 프로축구리그 못지않은 인기로 학우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S리그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 흥미롭다.  AS로마의 'AS', 뉴캐슬유나이티드의 '캐슬' 등 클럽 이름은 해외 유명팀에서 따왔다. '우리는 형제다'의 슬로건을 내세운 '산마을 브라더스'의 이름이 가장 눈에 띈다.

프로축구와 차별화된 S리그의 운영방식

 '산마을의 친환경 풋살 경기장'

'산마을의 친환경 풋살 경기장' ⓒ 장영우


산마을브라더스, 산캐슬유나이티드, 산미르, AS 산마을, FC산마을, 산체스터 등 6개 구단이 포함되어 있고, 리그는 전기리그(1학기), 후기리그(2학기)의 K리그 운영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각 팀당 매주 2경기를 방과 후에 치른다.

또 경기는 국제규격 풋살 경기장과 달리 마사토가 깔린 학교 앞 마당에서 진행된다. 특이하게도 전문 심판 없이 각팀의 주장이 돌아가며 맡는 독특한 심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공이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월드컵 경기장'의 광고판을 자체 변형시킨 A보드를 구단별로 제작해 사용중이다.

전기리그, 후기리그의 경기가 모두 종료되면 스포츠위원회(각 팀 주장 소속)의 자체 투표로 시즌 MVP와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수비상, 매니저상이 수여된다. 상품으로는 국제 규격에 버금가는 트로피와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책이 지급된다.

 산마을 S리그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새로운 스포츠 문화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새로운 스포츠 문화 ⓒ 장영우


산마을 풋살리그는 현직 교사가 구단주 및 감독을 맡고 우수한 축구실력과 리더십을 자랑하는 학생이 주장을 맡는다. 선수는 학생 자치로 선발한다. 드래프트제를 도입해 각팀 주장이 최고 신입생들을 뽑아간다.

팀 닥터와 매니저는 여학생이 맡는 등 학생 전반의 다양한 참가가 눈에 띈다. 또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스탠드에서 중계하는 해설자 신형욱(3학년)의 맛갈나는 경기 해설도 묘미다.

풋살, 그것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2007 전기리그 개막전 당시 산마을브라더스 선수들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유니폼, 축구화 모두 프로선수 못지않다.

2007 전기리그 개막전 당시 산마을브라더스 선수들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유니폼, 축구화 모두 프로선수 못지않다. ⓒ 장영우


S리그는 단순한 승리 지상주의에 빠진 프로축구리그와 다르다. 학생과 교사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풋살을 통해 하나가 된다는 팀 워크는 S리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산마을고등학교는 풋살리그를 연간 학사 일정에 포함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 내 풋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유명 클럽팀과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단체 구매하고, 전력분석관을 투입해 전술의 다양성을 꾀한다. 또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의 '삑삑이 훈련'과 흡사한 새벽 훈련으로 체력을 강화시키는 등 학우들에게 S리그는 단순한 축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 산마을고등학교 S리그 올스타 선수들은 전라북도 익산시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전국풋살대회에 참가해 국내 최고의 풋살클럽팀과 자웅을 겨뤘다.

무더운 날씨에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잔디에서 뛴 데다가 훈련도 부족해 예선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첫 출전한 대회 성적치고는 훌륭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산마을 학우들은 풋살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산마을 학우들

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산마을 학우들 ⓒ 산마을고등학교 박춘성


산마을고등학교의 교육이념은 생명과 배움의 공동체로 자연·평화·상생을 추구한다. 풋살을 통해 건강한 체력을 기르는 동시에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산마을 S리그 선수들, 그들은 풋살을 통해 자연과 호흡하며 상생해 가고 있다. 그들이 써내려 갈 새로운 대안학교의 역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글 장영우 기자는 산마을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시민기자입니다. 현재 산마을 S리그 전문 기자로 활동중입니다.
산마을고등학교 S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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