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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에서 열리지만 영화제 기간동안 서울과 인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남포동이나 해운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제 유니폼과 똑같은 옷을 입고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는 그들도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영화제의 첫인상을 만드는 사람들

다만, 그들의 근무처는 부산이 아닌 서울과 인천이다. 맡고 있는 역할은 부산영화제의 첫인상을 담당하는 것.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부산영화제를 찾는 전세계 감독·배우·제작자 등 게스트들을 안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지금 바로 움직여야 돼요."

9일 오후 6시 40분 인천공항. 인사를 나누자 마자 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담당 스태프 안선영씨를 따라  입국장쪽으로 움직였다. 게스트가 들어올 시간이란다. "공항이 넓고 입국장간 거리가 있어서 게스트를 영접하려면 많이 움직여야 해요."  바삐 걸으며 이야기하 는 그의 말은 금방 이해됐다. 바쁜 사람들에게 웅장한 공항 내부는 가까운 듯 먼 거리. B 입국장 입구에 다다르니 피켓을 든 자봉들이 입구를 응시하고 있는 중이다. 한사람은 왼쪽에서 한사람은 오른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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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쪽으로 나올지 모르거든요. 정해진 입구로 안나오고 공항을 둘러보다 엉뚱한 출구로 나올 수도 있어서 게이트마다 다 서 있어야 해요"

뚫어지게 앞을 응시하고 있지만 좀체로 피켓 앞으로 오는 사람이 없다. 6시 50분. "오셨어요"라는 소리가 들리더니 게스트 이름과 PIFF 로고를 들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순식간에 모여든다. 커다란 짐가방을 든 낯선 외국인은 자신을 맞으러 나온 사람들이 몰려들자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국내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미리 연습한 "안녕하세요"를 스페인어로 말하자 감독의 미소가 더 커진다. 작은 말 한마디에 큰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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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시는 분들은 끝났고, 이제 나가시는 분들이 주로예요. 인천에서 오시는 분들 부산으로 보내고, 부산에서 오시면 리무진에 태워서 인천으로 보내고 하지요. 국내 게스트 부산행을 안내하는 것도 저희들이 해야되는 일이고… 13일 저녁에 모든 업무가 끝나고 14일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김포공항 담당 스태프 이지은씨가 말하는 공항 자원봉사자의 업무다.

"특별히 힘든 것은 없는데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일해야 하니까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나야 하는 게 젊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부분 같네요."

이들이 공항업무의 애로사항으로 꼽은 것은 아침잠을 설쳐야 된다는 것. 김포의 경우 오전 6시부터는 자리에 있어야 하기에 새벽 5시쯤에는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 인천은 첫 비행기 도착시간이 더 이른지라 새벽 3시부터 나와 있어야 해서 김포공항보다 더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인천에서 바로 부산행 비행기를 타시는 분들이 있는데, 비행기 연결시간이 짧을 때는 정말 급해요. 연결편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천공항 스태프 안선영씨가 전하는 근무중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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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친절한 인사에 피로 잊어

영화축제가 한창인 부산에서 멀리 떨어져 영화제를 도와야 하지만, 영화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은 전혀 없는 듯 했다.

"부산의 영화 열기는 못 느끼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요. 유명인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지요"

유명인사들을 안내하는 것은 그들을 설레게 하는 부분중 하나다. 김포공항 자원봉사자 김민선씨는 영화전문기자로 유명한 이동진씨와 배우 손숙씨, 임권택 감독을 인상에 남는 게스트로 꼽았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는 것.

인천공항 담당자들이 꼽은 사람은 이날 오전에 출국한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

 "안내해 드리는데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으시고, 덕분에 자원봉사자 모두가 다 인사드리고 악수했거든요"

인천공항 자원봉사자 강은영씨가 전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모습이다. 세계적 거장 감독을 안내해 준 것도 자부심으로 남는데, 그의 친절한 매너가 거장 감독의 명성 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안겨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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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와 인천공항의 업무는 개막 이틀 전인 지난 2일부터 시작됐다. 개막을 앞두고 찾는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스트들이 가장 많았을 때는 개막식을 전후한 영화제 초반으로 김포공항은 하루 230명 정도를 안내했고, 인천공항은 하루 50명 정도의 게스트를 부산으로 보냈다.

공항에 일을 하는 것이다보니 대부분 자원봉사자가 영어 불어 일어 독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이다. 이날도 외국 게스트가 도착하자 각자 유창한 언어로 한마디씩 물어본다.

인천에 도착해 부산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조세 산체스 몬테스 감독은 스페인에서 왔다. 그는 한국에 온 느낌에 대해 "처음 왔는데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맞아주니 좋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자원봉사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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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근무는 하지만 부산영화제인지라 부산에서 온 사람도 적지 않다. 김포공항은 절반인 5명이 부산에서 왔고 인천공항도 부산이 집인 사람이 3명.

인천공항 자원봉사자 이지혜씨는 "일본 유학 마치고 들어와 쉬고 있다가 참여했다"며 "부산에 살기에 관객으로서는 이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겨왔지만, 자원봉사는 처음"이라고 말하고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일이 매력이 있어 자원봉사 지원 1지망을 공항으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김포공항 자원봉사자 유동구씨는 "부산영화제는 관객으로 2번 참여했다"며 "자리를 잡은 영화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그가 느끼는 유익함이다.

인천공항 자원봉사자 정찬인씨는 "부산영화제는 한번도 못가봤지만 외국인 맞이하는 일이라 참여했다"며, "우리나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부산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내년에 기회되면 또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12일 폐막식을 끝으로 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적인 행사는 모두 끝난다. 그러나 공항을 담당하는 이들의 업무는 폐막과 상관없이 다음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영화제 폐막 다음날인 13일 저녁 11시 이란의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이 나가는 것으로 종료되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인천공항 김포공항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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