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에선 베리 본즈의 역대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필두로 수많은 대기록들이 달성되었다. 대기록이 풍년을 이룬 2007년 시즌을 마감한 현재 많은 사람들이 대기록에 이목을 집중할 때 필자는 숨겨져 있는 흥미로운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라이언 하워드 삼진왕 등극!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강타자 라이언 하워드가 작년엔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오르더니 올해는 199개의 삼진으로 메이저리그 삼진왕에 등극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삼진왕!

1970년에 베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아버지인 바비 본즈가 작성한 189개의 기록을 아담 던(신시내티 레즈)이 195개의 삼진으로 34년 만에 기록을 경신해 한동안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으나 하워드가 단 3년 만에 던의 기록을 뛰어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그는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올 시즌 타율 .268 홈런 47개 타점 136점을 거두는 맹활약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자신이 당한 삼진들은 단지 소모적인 삼진이 아닌 생산적인 삼진이었음을 증명하였다.

꼴찌 팀 템파베이가 올해 거둔 수확들

템파베이 데블레이스가 창단한 지 10년만에 드디어 40홈런을 넘긴 타자를 배출하였다. 30개 구단 중 아직까지 40홈런을 넘긴 타자를 보유해보지 못한 구단은 캔자스시티 로얄스가 유일하다. (캔자스시티는 1969년에 창단되었다)

올 시즌 44홈런을 기록한 카를로스 페냐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1998년 1라운드 10번 픽으로 뽑은 유망주로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으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둬 8년 동안 4개 팀을 전전하다(텍사스, 오클랜드, 디트로이트, 보스턴) 올해 템파베이에 자릴 잡아 드디어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페냐는 홈런기록 뿐만 아니라 템파베이 구단 내 단일시즌기록 중 출루율, 장타율, 타점, 볼넷에서 선두에 오르는 뛰어난 활약을 펼쳐 올 시즌 단돈 80만 달러를 받고 염가봉사를 한 대가를 내년에 톡톡히 받아낼 태세이다. 그의 에이전트는 악명 높은 스캇 보라스다.

그리고 스캇 카즈미르는 올 시즌 239개의 탈삼진을 거둬 요한 산타나(미네소타 트윈스)를 4개 차이로 따돌리며 메이저리그 탈삼진 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템파베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탈삼진 왕에 오른 그는 2002년 1라운드 15번 픽으로 뉴욕 메츠에 뽑힌 뒤 2004년 템파베이로 이적 해온 랜디 존슨의 뒤를 이을 미래의 왼손 에이스 투수이다.

마이카 오윙스, 투수 맞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신인 선발투수인 마이카 오윙스는 올 시즌 타율 .333 에 홈런포 4개를 쏘아 올려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만 한 시즌을 보냈다. 특히 8월 18일(미국시간) 애틀란타와의 경기에선 5타수 4안타 2홈런을 때려내 그 날 팀 득점의 절반인 6타점을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그는 OPS(출루율+장타율) 1.032를 기록하여 1901년부터 현재까지 한 시즌 40번 이상 타석에 올라선 투수 중 세 번째로 높은 OPS를 기록한 투수로 기록되었다.

투수로서는 29번 등판하여(선발등판은 27번) 8승 8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하였다. 투수로서의 성적도 나쁘지 않지만 타자로서의 재능이 더 돋보이는 오윙스는 타자 전직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올 시즌 타자로 전향하여 성공을 거둔 릭 엔키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전례를 볼 때 필자의 생각이 헛된 망상만은 아닌 듯 싶다.

플라시도 폴랑코, 그에게 실수란 없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2루수 플라시도 폴랑코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장하여(이 중 한 경기는 지명타자로 출장) 1209이닝 동안 2루수로 뛰면서 단 한 개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8월 24일(미국시간)에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멜키 카브레라의 땅볼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에러를 범했으나 경기 종료 후 기록원의 실수로 판명되어 1루수 마르커스 탬스의 에러로 수정돼 다행히 무 에러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100경기 이상을 뛴 내야수 중 단 한 개의 에러도 범하지 않고 시즌을 마감한 선수는 전설적인 1루수 스티브 가비와 폴랑코 뿐이다. 그리고 폴랑코는 루이스 카스티요(뉴욕 메츠)가 보유하고 있던 2루수 143경기 연속 무에러 경기 기록까지 경신하였다. 또한 그는 공격에서도 타율 .341의 불방망이를 휘둘러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수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30-3... 이거 핸드볼이야 야구야?

8월 22일(미국시간) 볼티모어의 홈 경기장인 캠든 야즈에서 벌어진 텍사스와 볼티모어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에서 30-3이란 놀라운 스코어가 전광판에 찍혔다. 한 경기에서 한 팀이 30득점 이상을 거둔 경기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이 경기까지 포함해 단 9경기다.

더군다나 이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8경기는 모두 현행야구규칙이 제정된 1900년 이전의 경기일 정도로 이 경기는 현대 야구에서 벌어지기 힘든 ‘대사건’이었다. 마지막으로 30득점 이상이 나온 경기는 1897년(시카고가 루이빌에게 36득점을 거둔 경기)으로 다시 30점 이상 득점하는 경기가 나오는 데 무려 1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이뿐만이 아니라 한 경기 30득점은 아메리칸 리그 신기록이며, 이 날 출전한 텍사스의 선발타자 9명이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 이번 경기는 올 시즌 인상 깊은 경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쑥스러운 세이브 왕 타이틀

올 시즌 45개의 세이브로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왕에 오른 짐 보로우스키(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5.07이다. 이런 높은 평균자책점으로 세이브 왕에 올랐다는 게 미스터리일 정도이다.

보로우스키의 평균자책점은 1901년부터 현재까지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세이브 왕에 오른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다.(2위는 1921년 존 미들턴의 5.03이다. 그는 121.7이닝을 던져 단 7세이브를 올렸음에도 리그 세이브 왕에 올랐다.)

더군다나 1이닝 마무리 투수의 개념이 잡히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이전의 마무리 투수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던져 현재의 투수들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로우스키는 1이닝 마무리 투수로서 기록하지 말아야 할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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