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메운 부산 갈매기 올해 부산의 야구 열기는 유독 뜨거웠다. 만약 롯데가 4강권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흥행은 이어졌을 것이다.

▲ 사직 메운 부산 갈매기 올해 부산의 야구 열기는 유독 뜨거웠다. 만약 롯데가 4강권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흥행은 이어졌을 것이다. ⓒ 롯데 자이언츠

2007 프로야구가 목표로 내걸던 400만 관중 달성에 성공했다. 26일 서울 잠실구장과 광주구장, 대전구장에 2만1588명이 찾아 총 401만1421명(평균관중 8375명)을 불러 모으며 400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1996년 449만8082명 관중 동원 이후 11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해외진출 선수들의 맹활약과 월드컵 축구대회 등으로 흥행에 고배를 마셔왔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관중은 평균 약 200만명(291만3877명)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서 올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400만 관중이라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시즌 중반부터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예상 밖의 흥행으로 400만 관중 돌파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리고 시즌 막판 결국 400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불렀을까.

안개 속 순위 싸움, 흥미 유발한 '경쟁'

2007 프로야구의 최대 특징은 경쟁과 독주로 나뉜다. 각 부문에서 경쟁과 독주 체제가 드러나 팬들에게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뒤바뀌는 순위는 야구팬들의 관심을 사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일정의 95%를 소화한 현재(27일 오전 기준으로 504경기 중 479경기가 치러짐)까지도 4강 다툼이 안개 속이라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시즌초부터 관심을 모은 포스트시즌 진출팀은 아직까지도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물론 1위 SK 와이번스, 2위 두산 베어스, 3위 한화 이글스, 4위 삼성 라이온즈가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지만 순위는 여전히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진작부터 우승을 확정지을 것 같은 기세이던 SK는 아직도 매직넘버(1위 팀이 우승을 확정하는데 필요한 승수)를 0으로 줄이지 못했다. 27일 현재 SK의 매직넘버는 1이다.

 
관중동원 1위 LG는 지난해보다 향상된 성적과 수도권이라는 시장을 앞세워 관중동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LG는 올해 홈에서 88만4681명(평균관중 1만4503명)을 불러 모았다.

▲ 관중동원 1위 LG는 지난해보다 향상된 성적과 수도권이라는 시장을 앞세워 관중동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LG는 올해 홈에서 88만4681명(평균관중 1만4503명)을 불러 모았다. ⓒ LG 트윈스

3위와 4위의 변화도 심하다. 한화는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4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3연승을 달리며 3위를 탈환했다. 반면 3위를 유지하던 삼성은 5연패를 당하며 4위로 추락했다. 더구나 포스트시즌 탈락이 거의 확정적이었던 5위 LG 트윈스가 최근 4위 삼성을 3경기차로 따라 잡으면서 이러한 구도는 더욱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타격 부문에서도 변동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현곤(27·KIA 타이거즈)이 타격왕(타율 .338)과 최다안타(146안타)를 쉽게 석권하는가 싶더니 어느덧 경쟁자에게 맹추격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타격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타격왕 2연패를 노리는 이대호(25·롯데 자이언츠)와 6년 만에 생애 5번째 타격왕을 노리는 양준혁(38·삼성)이 이현곤을 3리차(.335)로 따라붙었다. 최다안타도 이종욱(27·두산)이 3개차(143안타)로 바짝 추격중이다.

줄곧 홈런 선두를 유지하던 클리프 브룸바(33·현대 유니콘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한화와의 2연전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낸 심정수(32·삼성)가 브룸바와 동률인 2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부문 공동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이대호도 LG전와의 3연전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내 28개의 홈런으로 둘을 뒤쫓게 됐다.

현재로써는 남은 경기가 5경기에 불과한 이대호가 가장 불리하고 남은 경기가 8경기나 되어 브룸바보다도 1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는 심정수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쉽게 나오기 어려운 홈런의 성격상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는 장담할 수 없다.


SK와 리오스의 '독주체제'도 볼만해


"만원 관중이면 벗는다고 했잖아요." 이만수 SK 수석코치가 만원 관중때 속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야구계에서는 너무 파격적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팬들은 대체로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 "만원 관중이면 벗는다고 했잖아요." 이만수 SK 수석코치가 만원 관중때 속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야구계에서는 너무 파격적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팬들은 대체로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 SK 와이번스

 

2007 프로야구는 위와 같은 경쟁도 있지만 일부에서 독주체제도 굳어져 더욱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순위 경쟁에서는 단연 1위를 질주하고 있는 SK가 돋보인다. SK는 일찌감치 1위를 예약해 다른 팀들의 정규시즌 우승 목표를 무력화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해지자 팬들은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 성적과 함께 팬들 위주의 서비스인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운동 효과와 오락성을 아울러 갖춘 것)'도 관중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SK는 현재 64만6576명을 동원해 지난해에 비해 무려 98%나 늘어난 관중을 불러 들였다. 이는 인천 연고 구단 중 최초로 평균관중 1만명을 돌파한 쾌거이기도 하다.

투수 부문에서 이어지고 있는 독주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은 두산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35).

국내 프로야구에서 6년째 뛰고 있는 쿠바계 미국인 리오스는 올해 8년 만에 20승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는 21승을 거둬 1989년 해태 타이거즈 소속이던 선동열(현 삼성 감독)과 단일 시즌 최다승 공동 9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오스는 앞으로도 한 차례 등판이 예상돼 이 기록은 22승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평균자책점에서도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 리오스는 2.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원래 리오스는 꿈의 1점대 평균자책점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2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방문경기에서 6이닝 동안 5실점(5자책점)을 기록 1.96에서 2.11로 평균자책점이 수직 상승했다. 앞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복귀하기는 현실적으로 몹시 어려워 졌다.

선발투수의 미덕이라는 많은 이닝에서도 리오스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이미 4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한데다 올해는 자신의 2004년 기록(222.2이닝)을 깨는 226.1이닝을 기록하고 있다. 이 역시 다른 경쟁자들의 추월을 불가능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쟁과 독주 외, 다른 영향도 있었다

한편 올초 실시된 '해외진출선수 특별 지명'도 눈길을 모았다. 해외진출 선수는 국내 복귀를 하려면 2년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일시적으로 풀어 이름 있는 선수들이 올해부터 대거 국내 프로야구에 합류했다.

덕분에 KIA는 최희섭, 롯데는 송승준, 두산은 이승학, 삼성은 채태인을 각각 지명해 올해 국내 야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추신수(SK), 류제국(LG), 김병현(현대)도 지명되었지만 입단이 이루어지지는 않아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때마침 해외진출 선수들이 부진한 것도 국내 프로야구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찬호(34·휴스턴 산하 라운드락 익스프레스)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 뛰는데 그치며 실망을 안겼고 김병현(28·플로리다 말린스)은 9승을 올리긴 했지만 무려 6점대의 평균자책점(6.11)을 기록해 실망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23의 타율과 41홈런 108타점을 올린 이승엽은 2경기를 남겨둔 올해 .273의 타율에 29홈런 71타점에 그치고 있다. 29홈런은 팀내에서만 4위(다카하시 요시노부 35개, 아베 신노스케 33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31개)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273의 타율은 팀 타율에도 4리 뒤지는 성적이다.

경쟁 스포츠인 축구가 갖은 악재 속에서 초반 흥행 돌풍을 이어나가지 못한 것도 컸다. 결국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은 위와 같은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국내 프로야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셈이다.

400만 관중시대를 다시 연 프로야구. 올해를 교훈으로 팬들에게 더욱 큰 감동과 재미를 선물할 경우 흥행 신화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프로야구가 국민의 여가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그날을 기다려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2007.09.27 15:0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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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400만 관중 경쟁 독주 한국야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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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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