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는 단일리그제와 6강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하면서 예전에 비하여 중위권 경쟁이 한층 흥미진진해졌다. 성남이나 수원처럼 막강한 모기업의 재정적 지원과 스타선수들을 등에 업고 항상 우승을 노리는 빅클럽이 있는 반면, 중소구단에서는 나름대로 플레이오프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통하여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고, 단기전에서의 이변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빅2' 성남-수원의 선두경쟁과 더불어 후반기 K리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위권팀들의 6강 경쟁이다. 그중에서도 경남과 인천은 올 시즌 후반기 시민구단 돌풍을 이끌며 6강 플레이오프 제도의 새로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라질 듀오가 이끄는 경남의 돌풍 
 

경남FC가 최근 연승을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FC가 최근 연승을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경남FC가 최근 연승을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경남FC

'겁 없는 2년차 도민구단' 경남은 17일 현재 11승 4무 6패(승점 37)로 성남-수원(이상 승점 44)에 이어 정규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8월 19일 전북전(3-2)이후 지난 16일 대구전(3-1)까지 파죽의 5연승을 질주했다. 팀 창단 이후 최다연승 기록.

 

이 기간 동안 선두 성남에 창단 이후 첫 승을 거둔 것을 비롯하여 AFC 챔피언 전북, 귀네슈 감독이 이끄는 서울 등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U-17월드컵 개최기간동안 홈구장인 창원운동장을 양보하고 마산과 밀양을 오고가야했던 사실상 '원정 5연전'의 열악함을 극복하고 연승행진을 거두었다는 것이 단연 고무적이다.

 

경남은 정규리그 21경기를 치르는 동안 36득점(경기당 1.71골)-24실점(1.14골)을 기록했다. 공격은 K리그 14개 구단을 통틀어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연승한 5경기에서는 11골(4실점)에 그치며 공수 밸런스가 한결 안정된 모습을 과시했다.

 

시민구단 중에서는 비교적 재정지원이 탄탄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선수층이 두꺼운 빅클럽과 비교하기 어려운 경남이 이 정도의 호성적을 올리는 데는 역시 외인 듀오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까보레(15골 7도움)-도움 선두 뽀뽀(7골 9도움)의 '브라질 듀오'는 무려 22골 16도움을 합작하며 팀 공격력의 61.1%를 책임졌다. 

 

후반기 들어 새롭게 합류한 '최고의 이적생' 정윤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수원에서 경남으로 팀을 옮긴 정윤성은 전 소속팀에서의 벤치설움을 날려버리듯, 후반기 8경기에서 무려 4골 3도움을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으로 경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정윤성의 가세로 까보레-뽀뽀에게 의존하던 공격루트가 다양해지며 측면 공격과 2선에서의 침투가 한층 활발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박항서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비중이 낮은 컵대회와 FA컵보다는 철저하게 정규리그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구사했다.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와 비중이 낮은 경기를 철저히 구분하고, 이름값보다는 선수들에 어울리는 역할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맞춤형 용병술로 강팀들과 대등한 시합을 펼치고 있는 것.


후반기 무패 행진 인천, 마지막 5연전 최대 고비

 

골을 넣고 골 뒤풀이를 펼치는 데얀 다미아노비치. 골을 넣고 골 뒤풀이를 펼치는 데얀 다미아노비치.

▲ 골을 넣고 골 뒤풀이를 펼치는 인천유나이티드의 데얀 다미아노비치. ⓒ 인천유나이티드FC

2005년 시민구단 돌풍의 원조 격인 인천의 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3승4무6패로 11위에 그쳤던 인천은 후반기 들어 7승8무 6패(승점 29)로 8위까지 올라왔다. 현재 6위 전북-7위 서울과의 승점 차는 없으며, 골득실에서만 3점 뒤져있을 뿐이다.

 

인천은 후반기 들어 울산과 함께 무패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유이한 팀이다. 인천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6월 16일 서울전(2-2)이후 지난 15일 부산전(0-0)까지 9경기 연속 무패행진(4승5무)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후반기 들어 8경기에서 실점이 불과 5골(0.62실점)으로 K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순수하게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자면 4승4무(승점 16점)으로 6승1무1패(승점19)를 기록한 수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인천의 전후반기 성적변화의 원동력은 수비 조직력의 안정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 유학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장외룡 감독의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박이천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며 포백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등 팀에 변화를 줬으나 주전 수비수들의 줄부상과 시행착오로 인하여 후유증을 겪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선수들이 포메이션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포백과 스리백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공격에서는 데얀이 확실한 중앙 원톱으로 자리 잡고, '멀티플레이어' 김상록이 미드필드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폭넓은 공헌도로 팀 공격의 조율 역할을 맡으면서 골 결정력이 한층 높아졌다.

 

팀 간 5경기를 남겨놓은 지금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은 대략 38~40점 내외로 예상된다. 이미 승점 37점을 따낸 경남은 남은 경기에서 1~2승만 추가하면 사실상 PO티켓을 확정짓게 된다.

 

전남-제주-광주-수원-울산과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경남은 마지막 두 경기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희망적인 것은 전남전 이후 4연전은 모두 홈에서 치른다는 점이다. 올 시즌 창원에서의 승률이 1승1무4패로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게 다소 걸리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원정이동에 따른 부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 호재다.

 

반면 승점 29점의 인천은 6강 플레이오프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3승 이상이 요구된다. 인천은 마지막 5연전이 최대의 가시밭길이다. '빅2' 수원-성남을 비롯하여 6강 경쟁팀인 울산-서울-포항 등 소위 빅클럽들과 줄줄이 격돌한다. 특히 6강행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서울-포항과의 2연전은 모두 원정경기로 치러야 한다는 게 변수다. 

 

2007.09.17 14:05 ⓒ 2007 OhmyNews
시민구단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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