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에 불과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 샘과 그의 외동딸인 루시, 그리고 비틀즈의 음악으로 가득한 영화, '아이 앰 샘'.

'아이 앰 샘'은 그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화젯거리를 삼을 만한 영화이다.

잠시 영화의 첫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떠오르는 한 줄의 자막, 다름 아닌 이 영화의 제목이다.

'아이 앰 샘(i am sam)'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문법에 따르면 '나'를 지칭하는 'i'는 언제나 대문자로 표기해야 하며 사람 이름의 첫 글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므로 영화의 제목은 'i am sam'이 아니라 'I am Sam'이 되어야 한다.

굳이 영화제목에 문법에 맞지 않는 표기법을 적용한 것은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밖에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 걸까? '아이 앰 샘'의 특이한 제목 표기법은 작품의 주제와도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가 눈여겨볼 만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에서 발매된 DVD의 디자인은 원제의 표기방식을 따르지 않고 'I am Sam'으로 표기하고 있어 이러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 국내 발매된 DVD에는 I am Sam으로 표기되어 있다
ⓒ 조영민
▲ ost cd에는 i am sam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해설집에는 I am sam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조영민
대문자 'I'는 특정한 개인을 나타내는 대명사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강조하는 대명사이기에 문장의 어느 위치에 오더라도 항상 대문자로 써야한다는 건 흔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대문자 'I'가 아닌 소문자 'i'를 사용함으로써 특정한 개인이 아닌 일반 보통사람들을 지칭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감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i am sam' 자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이어지는 영화의 첫장면에서 'EQUAL'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찍힌 설탕봉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평등(equal)이라는 단어만을 강조하려 했다기 보다는 시각적으로 'i am sam'과 'equal'을 연결시켜 놓음으로써 관객들이 은연중에 'i am same'을 연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앞서 대문자를 배제하고 소문자로 표기한 이유에 대해 샘이라는 특정한 개인이 아닌 보통사람들을 지칭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그것을 바꾸어 말하면 'i am sam'에서 'i'는 샘이 보통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과 동시에 관객 모두가 주인공인 'i'가 될 수 있다는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법적인 시각은 'i am sam'의 표기법이 틀렸다고 규정해버린다. 문법과 비문법의 경계를 분명하게 갈라놓는 것이다.

마치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평가잣대는 우리사회의 곳곳에 칼날을 세우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진자와 못 가진 자, 배운자와 그렇지 못한자, 동과 서를 가르는 날카로운 기준이 대한민국을 갈라놓고 있지 않은가.

사회구성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I'라는 갇힌 틀에서 벗어나 모두를 아우르는 'i'로 바뀌어갈 때에 좀더 아름다운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i)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도우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2004-04-20 20: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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