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공에선 흑두루미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다"

“흑두루미도 낙동강을 버렸습니다.”

12일 새벽 6시30분경, 순천만 용산전망대 위에서 강나루 순천만 명예습지 안내인(63)이 한 말이다. 그는 컴컴한 어둠 속 갯벌과 갈대 숲 사이에서 쉬고 있는 흑두루미를 금세 찾아냈다.

“저렇게 안락한 잠자리가 이제 낙동강에는 없습니다.”

14년 전인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서 대대적으로 배포했던 홍보 동영상의 큼지막한 자막이 떠올랐다.

“철새가 찾지 않는 강”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철새가 찾지 않는 강’으로 묘사했지만 2009년 구미 해평습지 등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2822마리에 달했다. 오히려 4대강사업이 진행되면서 절반으로 줄었고, 그 후 2017년부터 눈에 띄게 사라졌다. 모래톱이 잘 형성돼 해마다 6,000마리 이상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찾는 760ha의 해평습지가 훼손된 탓이다.

흑두루미의 85% 이상이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에서 겨울을 난다. 매년 10월부터 흑두루미들은 시베리아 번식지를 떠나 월동지로 이동을 시작한다.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무리들이 한강에서 남한강, 금강 상류를 거쳐 낙동강 지류를 타고 주남저수지, 낙동강 하류에서 일본으로 이동했다. 낙동강 코스에는 천적을 피할 수 있는 넓은 모래톱과 안전한 먹이터인 들판이 존재했다. 또 다른 경로는 철원평야, 한강하구, 시화호, 천수만을 타고 순천만을 거쳐 이즈미로 날아가는 서해안 코스이다.

4대강사업이 완공된 뒤에는 구미 해평습지와 낙동강하류 남지-본포 습지의 모래톱이 사라졌다. 일봉으로 가면서 잠시 쉬어가는 중간기착지와 월동지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때부터 충남 서산 천수만과 전남 순천만 등 서해안으로 이동 경로가 변경됐다.

“2014년부터 300~400마리씩 늘던 순천만 경유 흑두루미들이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치솟았습니다. 낙동강 상공에서는 흑두루미가 지나가면서 내는 울음소리조차 그쳤죠.”

강나루 씨는 “아마도 4대강사업 이후 4~5년 동안은 유전자에 각인된 습성을 버리지 못해 낙동강 상공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루트를 개발한 것 같다”면서 “2017년 겨울부터 가족 단위로 20~30마리씩 이동하는 개체들을 빼고는 4대강사업으로 온통 저수지로 변한 낙동강의 상공까지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1)순천만으로 긴급 피난 '일본 흑두루미'... 그 이유 기막히다 https://omn.kr/22d8c
2)흑두루미도 낙동강 버렸다... MB는 알까? https://omn.kr/22d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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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순천만 #낙동강

ⓒ김병기 | 2023.01.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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