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천 마리 바다 건너왔다... 그 이유가 기막히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 ‘겨울 진객’ 월동지, 순천만을 가다

흑두루미 5000 마리가 순천만 갯벌을 박차고 날아올랐습니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

지난 12일 새벽녘,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밝아오는 순천만을 가득 채운 이 소리. 공룡시대부터 살았던 이 새를 ‘두루미’라고 부르는 까닭입니다. 동양에서는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청자나 옛 그림, 병풍에 소나무와 함께 등장하는 두루미는 이제 전세계에 1만7,000여 마리만 남아있는 희귀종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228호로 지정했고,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올라있습니다.

순천만은 이들의 잠자리입니다. 이날 순천만에서 날아오른 흑두루미들은 1km 떨어진 대대뜰 희망농업단지로 날아간 건 아주 특별한 아침 식탁이 차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62ha에 달하는 서식지에 순천시가 뿌려놓은 친환경 쌀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순천에는 흑두루미들이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잠자리와 풍부한 먹거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매년 10월부터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이듬해 4월 초까지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는 작년에 3400여마리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 21일에는 9800마리가 순천만으로 찾아왔습니다. 흑두루미 최대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로 1300여마리가 폐사했기 때문입니다. 순천만은 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였던 겁니다.

순천시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세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흑두루미들의 안전한 잠자리와 풍성한 먹거리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흑두루미들이 밀집하면 AI와 같은 전염병에 취약해집니다.

이에 지난 1월 12일, 순천시는 흑두루미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흑두루미 서식지 보존과 분산을 위해 순천시를 비롯해 강원도 철원군, 충남 서산시, 전남 여수시, 광양시, 고흥군, 보성군 등 7개 지자체들이 함께하는 행사였습니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열린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식입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흑두루미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흑두루미를 살리자고 했더니, ‘생태가 밥 먹여주냐’고 반문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전봇대를 뽑았더니 흑두루미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2009년에 연 15만명에 불과했던 순천만 관광객이 300만명까지 늘었다. 농민들에게도 수익뿐만 아니라 일자리 혜택도 돌아가기에 농촌도 산다. 생태가 경제를 견인한다는 것을 순천시가 전세계에 증명했다. 흑두루미가 사람을 살리고 순천도 살리고 있다.”

관련 기사 :
1)순천만으로 긴급 피난 '일본 흑두루미'... 그 이유 기막히다 https://omn.kr/22d8c
2)흑두루미도 낙동강 버렸다... MB는 알까? https://omn.kr/22d8e

김병기의 환경새뜸 : http://omn.kr/1zbr3

#흑두루미 #순천만 #멸종위기종

ⓒ김병기 | 2023.01.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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