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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재선,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선거 전후, 잊을 만하면 정치계를 휩쓰는 두 글자가 있다. 바로 '혁신'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말하는 혁신은 절치부심의 언어였다.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듬해 총선 승리의 주춧돌을 놓기 위해 혁신위를 띄웠다. 2016년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하려 했으나 친박근혜계 반발에 부딪쳐 무산되기도 했다. 

2018년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띠었다. 대선 승리 후였고 국회의원 선거가 2년이나 남았지만 이해찬 대표는 시스템 정당, 플랫폼 정당으로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혁신을 말했다. 2년 뒤, 이낙연 대표 역시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토대를 놔주길 바란다"며 '2020 더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수석최고위원으로 '더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종민 의원도 "지금의 혁신위는 의석을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책임지기 위한 혁신위"라고 말한다. 그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넘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성과가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혁신 노력은 곧 민주당의 재집권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는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와 관련해 "여야를 막론하고 대세론이 없다"며 "그럼 국민들은 무엇을 볼까? 미래를 어떻게 끌어나갈지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래전략을 제시 못하면 다음 대선은 아주 어려운 싸움이 된다"며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비전 경쟁이 필요하고, 또 후보의 카리스마보다 정당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80석에 책임지기 위해... 민주당, 변해야 한다"

- 지난 10월 혁신위원회가 꾸려진 지 4개월 됐다. 1차 혁신안으로 스마트플랫폼 전국정당 구현과 유튜브 방송국 '델리민주' 출범 등을, 2차로 국가비전위원회 설치와 정책전문위원 확대를 내놨는데, 아직도 '민주당의 무엇을 혁신하겠다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보통 혁신위는 선거에서 지면 '어떻게 하면 다음 선거를 이길까' 해서 만들어지곤 해서 '180석이나 얻었는데 뭘 더 얻겠다고 혁신하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지금의 혁신위는 의석을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의석만큼 제대로 책임지기 위한 혁신위다. 국민들이 주신 180석, 여기에 제대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 

또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는 국정농단 심판과 적폐청산이라는 촛불 민심 위에 섰다. 그런데 촛불 민심은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걸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게 기본 메시지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적폐청산을 넘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성과가 있었을까? 그 점을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도 많이 변했다. 민주당만 해도 예전처럼 계파별로 모여서 지도부나 대통령을 결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또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등도 많아졌다. 새 술이 넘치고 있는데, 이걸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한 시기다. 이 거대한 전환기에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내는 일을 과연 누가 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행정부가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정치가 해내야 한다. 혁신위에서 혁신의 기조를 '더 민주적인 정당, 더 유능한 정당, 더 책임 있는 정당'으로 정한 까닭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재선,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2차 혁신안에 당 상설기구로 '국가비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것도 그 고민에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당 안에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있는데.

"좀 다르다. 정책위가 약 30명, 민주연구원이 10여 명 규모인데, 정책위는 수많은 입법·정책 현안을 다루고 민주연구원은 연구기관이라 결국 미래전략은 후순위다. 정당이나 국회가 미래전략기구를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우선 당 차원에서 실천을 해서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들 신뢰를 받으면 국회 차원의 상설위원회도 만들 수 있다. 

또 국가비전위는 미래전략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기구다. 이전까지는 주로 교수진이나 공무원들이 담당했는데, 우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폭 반영해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교수들이 정책을 만들 경우 학교로 돌아가면 그만이고, 공무원이 만들면 (이런저런 현실적 이유를 대며) 차 떼고 포 뗀다. 이건 정당이 해야 한다. 180석이나 받았는데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엄청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당의 정책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77명 수준인 정책전문위원을 300명으로 대폭 늘리자고도 했는데, 우선 의원실에서 1명씩 파견을 받자고 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는 현재 인원도 정책 전담과 실무 인력이 뒤섞여 있다며 보좌진 축소보다 이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반대성명까지 냈다.

"우리도 많이 고민했다. 의정활동의 절반이 상임위인데, 보좌진 중 몇 명은 지역 사무실에 가고 나머지 (상임위 관련 업무는) 2~3명이 맡곤 한다. 그런데 의원과 보좌진 서너명이 정부 부처 수백명을 상대한다. 의정활동이, 입법이 제대로 될까? 미국이나 독일은 의원과 별도로 정당 소속 정책보좌관 등이 수십년간 활동한다. 이렇게 하면 역량은 두 배, 세 배 늘어난다. 보좌진들은 정원 축소한다니까 우려하는 것인데,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지면 해소될 거다. 정책연구원과 보좌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까."  

"정의당 사태, 정치권만의 문제일까? 입법수준의 결단 필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재선,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지금까지 말한 거시적인 수준의 혁신도 있지만, 당장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만 해도 성추행 사건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민주당도 지자체장들의 성비위가 연거푸 벌어졌다. 2021년 대한민국 정당들의 숙제인 셈인데, 혁신위에서 이 부분도 고민하고 있는가.

"비슷한 사건이 여러 번 발생하다보니 저는 이제 놀라는 수준을 벗어났다. 문제는 어떻게 그걸 해결하냐는 점이다. 이게 정당만의, 정치권만의 문제일까?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서도 불거지는 일이다. 성교육, 상담, 일벌백계 등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규칙 몇 개 만든다고, 몇 사람 징역 보낸다고 해결될까?

근본적으로는 여성의 숫자만큼, 여성의 역할과 비중을 늘려야 한다. 수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특수성, 그들이 겪는 차별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위도 공천부터 우리 당의 각종 조직, 심지어 최고위까지 여성들이 균형 있게 참여해서 그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입법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

- 입법수준의 결단이라면 비례대표 50%만 여성공천 의무이고, 지역구 30% 여성공천은 권고사항으로 둔 공직선거법 개정 등을 의미하는가.

"지금은 당헌당규 수준인데(여성가점제, 기초의회 의원 후보로 여성 1명 이상 추천 의무화) 이마저도 정당 따라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 오래된 성차별, 불평등 문화를 가능한 빨리 '압축돌파'하려면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논란이 많아서 어디까지 진도를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한 발 한 발 나아가려고 한다."

- 민주당의 여성인재 풀도 좁을 텐데, 혁신위원 중 여성은 누가 있나.

"홍정민 의원, 김보라 안성시장, 최지은 국제대변인, 박성민 최고위원이다(위원장 포함 총 13명)."

"이낙연, '사면론'으로 상처났지만... 하나씩 매듭지어 왔다"

- 수석최고위원으로서 현안을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최근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 이익공유제 등 독자적인 의제를 던졌지만, 이후 상황이 좀 꼬이면서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다른 사안들은 언론에서 너무 한쪽 방향으로 보는 것 아닌가 싶고, 사면론 관련해선 조금 혼선이 있었다. 이낙연 대표는 당론으로 추진할 생각이 아니라 (다른 지도부 관계자들과) 미리 상의하지 않았는데 본인 예상보다 파장이 컸다. 당내 이견도 있었고. 바로 하루만에 최고위를 소집해서 '국민의 공감대 위에서 추진해야 될 문제'란 원칙을 결정하고 상황을 정리해서 사실 큰 문제가 일어난 건 없었다. 다만 이낙연 리더십에 상처가 나긴 했다. 

그래도 이 대표는 (현안들을) 하나씩 하나씩 매듭지어가면서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신중하고 통합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다. 지난 정기국회 때 공수처를 법 개정으로 출범시키지 않았나. 공정3법, 코로나19 관련 민생 문제, 수사와 기소 분리 문제도 그 체제 하에서 한 발 한 발 진행 중이다."

- 하지만 많은 입법 성과를 냈어도 당 지지율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세 아닌가.

"180석이라는 강력한 지지에 바로 응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년 동안 이 신뢰에 응답하는 민주당이 되는 게 우리 목표다. 그런데 초기에 그런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하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180석의 값어치를 하는 민주당, 그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일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독주'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하면 이후에는 중도층 이반 등으로 개혁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 그런 이유로 개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서 지지층마저 떠났다는 평가도 있다.

"그쵸. 중도 먼저, 그 다음에 우리 지지층이 떠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까? 저는 국민들의 지지가 단순히 정책 한두 개로 결판나는 것 같진 않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등 여러 분석이 있는데, 저는 법안 몇 건을 통과시킨다거나 윤석열 총장을 어떻게 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정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서 결판난다. 코로나 위기 관리, 민생, 부동산, 그리고 코로나 이후 미래. 민주당이 이걸 잘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4년 동안 미래 방향을 만들어내는 정책능력, 그것을 국민과 소통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소통능력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갈 길이다. 혁신위에서 국가비전위원회를 설치하자, 정책전문위원 300명을 늘리자는 역할 등을 제안한 배경이기도 하다."

"트집 잡으려면 계속 했다... 이재명은 민주당 동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재선,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이재명 지사뿐이다. 최근 재난지원금 문제로 이 지사를 공개비판 했는데, '친문의 이재명 견제 아니냐'고 풀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재명 지사를 트집 잡으려면 한 마디 하고 말았겠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계속 하지. 이 지사는 민주당 동지이고 아주 유력한 차기 지도자다. 그런 사람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건 자해행위다. 물론 이런 방향으로 같이 토론하자고 할 수는 있고, 제가 그 얘기를 꺼낸 건 이재명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정책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맞춤형 지급이냐, 보편형 지급이냐는 쟁점이 아니다. 

맞춤형이 필요하면 맞춤형을 하고, 보편형이 필요하면 보편형을 하면 된다. 단 보편형 지급을 할 때는 10만 원이든, 30만 원이든 경기 진작 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또 지금 전체 경기가 어렵다. 어떤 동네만 재난지원금 지급해서 경기가 좋아진다고 전체 경기가 회복되진 않는다. 저도 경기진작을 위한 보편형 지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고 적극 찬성한다. 다만 가장 효과적인 때를 지혜롭게 선택하자는 제안을 경기도에 드린 것이었다."

- 대선 정국이 멀지 않아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온 것 같다. 지금이야 4월 재보선이 코앞이지만, 하반기면 본격적으로 대선 분위기가 날 텐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여야를 막론하고 '대세론'이 없다. 노태우 정부 이래로 늘 대선 2위가 다음 선거의 강력한 대세로 떠올랐다. 그런데 지난 대선은 국정농단 상황 때문인지 문재인 후보로 큰 흐름이 모이면서 유의미한 차점자가 없었고, 있더라도 바뀌었다. 선명성이 뚜렷해 지지기반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받지만, 그나마 이재명 지사가 선두그룹이다. 당시 야권 후보 홍준표, 안철수 두 분은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대표성이 없었다. 지금 지지율 5%도 안 나온다. 윤석열 총장이 야권을 대표한다. 저는 그래서 백가쟁명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비전 경쟁이 필요하고, 또 후보의 카리스마보다 정당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 민주당의 혁신도 결국 재집권을 위해서일 텐데, 현재 당이 가장 절실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무엇인가.

"미래전략. 그걸 제시 못하면 다음 대선은 아주 어려운 싸움이 될 거다. 아까 말했듯 대세론이 없거나 약한 대선이다. 과거처럼 김대중이냐 김영삼이냐, 노무현이냐 이회창이냐로 결정할 수 없다면 국민들이 무엇을 볼까. 의석 수? 과거? 미래를 어떻게 끌어나갈지 볼 거다. 특히 코로나 이후 시대는 엄청나게 불확실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코로나 이후를, 양극화 이후 저성장 시재를, 미래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를 만들어내는 정당이 다음 대선에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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