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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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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위례신도시 2016년 9월 당시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새 아파트 입주가 한창 진행되면서 그해 한 해 13.1% 상승하며 지역별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사진은 2016년 하반기 입주와 공사 마무리가 한창인 위례신도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친구 여동생은 수년 전 대출을 받아 신도시에 아파트를 샀다. 당시에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정책이 공익 광고처럼 나오던 때라 원금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기도 어렵지 않았다. 친구는 '부동산 버블은 터질 수밖에 없다, 막차가 될 수 있다'며 여동생의 집사기를 반대했다고 한다. 수년이 흐른 지금 그 아파트는 3억 이상이 올랐다. 비판적인 경제학자나 시민단체의 말만 믿고 빚내서 집사는 걸 만류했던 친구는 '한순간에 세상물정 모르는 오빠가 되었노라'고 하소연 했다. 그 누이가 아파트를 산 곳은 노무현 정부가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킨다고 만든 위례신도시였다.
 
나도 빚내서 집이라도 사 놓을 걸

이명박 정부는 뉴타운 공약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었다. 이때도 일부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러다 '폭망한다'며 뉴타운 개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사회적인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대적인 돈 풀기로 일관했고, 대출 문턱을 낮추어 집값을 떠받쳤다. 경기가 바닥을 쳐도 집값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의 힘이었던 셈이다.
 
자고 일어나면 몇 천 만원이 오르고, 누구는 갭 투자로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2년, 온 나라가 부동산 광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빚내서 집사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나도 수억 아파트 자산가가 되었을 거라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전 정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교훈을 국민들에게 주기보다는, 어떤 정권하에서도 노동 소득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넘어설 수 없음을 증명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그로 인해 '집값 거품 붕괴'라는 주장은 혹세무민하는 유언비어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이 가계 부채만 키웠다는 판단 아래, 서민주거 안정에 중심을 두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공약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의 큰 줄기는 바뀌었지만 문 정부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꺼내든 대책은, 집 걱정을 덜고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2년째가 되었지만 내세울 만한 부동산 정책은 입안되지 못했고, 정부 부처는 경제정책에서 서로 엇박자를 냈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끝나고 중앙 정부와 협의도 없이 쏟아내는 지방 정부 개발 공약은 투기세력에게 '떼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잘못된 시그널로 전달되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이르면 9월 13일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신호등 너머로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남소연

서울 집값은 서울시가 여의도 용산 통합 개발을 발표한 직후 급상승했다. 뒤늦게 집값 폭등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부랴부랴 개발 계획을 보류했지만, 부동산 광풍은 여의도와 용산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주변 도시까지 몰아친 뒤였다. 투기를 막을 대안도 없이 발표된 개발 계획과 여기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중앙 정부 탓에 투기꾼과 자산가들은 몇 억, 몇 수십억 원의 불로소득을 챙겼고, 집 없는 서민들의 허탈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부동산 정책만큼은 다를 바 없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세금폭탄, 나도 맞아보고 싶다?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이번 대책은 이전 부동산 대책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규제를 동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자의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규제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최고 3.2%까지 올리고 다주택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뛰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출을 조인다고 하지만 대출 없이도 아파트를 수십 채 사들일 수 있는 투기세력이나 자산가들은 얼마든지 있다.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하지만, 공급되는 주택이 실수요자보다 투기 세력들이 접근하기 쉬운 구조라면 새롭게 생겨나는 아파트는 또 다시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종부세 세율을 올린다고 하지만 불로소득 환수나 토지 공개념의 측면에서 보자면 여전히 미약하기 그지없다. 수억 원 집값이 올랐는데 기껏 수십만 원 혹은 수 백원의 세금이 무섭겠냐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정부 입장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경을 만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자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 세금 폭탄 주장을 들고 나왔다. 집값을 한껏 올려놓고 세금으로 때려잡겠다는 정책이라며 중산층까지 세금폭탄이 현실화돼 상당한 불만과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으름장을 동원하기도 했다. 새롭지 않은 장면이다. 종부세 부담을 늘리고 도심 지역의 규제완화로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던 13년 전, 2005년 노무현 정부의 8.31 부동산 정책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종부세 세금 폭탄 프레임으로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을 좌초시킨 바 있다. 다시 세금폭탄 주장을 들고 나오는 건 그 때와 같은 구도를 만들어 정치 지형의 주도권을 잡아 보겠다는 비열한 발상이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에는 서울이나 강남뿐만 아니라 종부세와 관련 없는 서민들까지도 정부를 불신하고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성토했다. 하지만 9.13 부동산 대책에 자유한국당이 세금폭탄 주장을 내놓자 '나도 종부세 한 번 내보고 싶다' '투기해서 돈 벌었으면 세금이라도 내라'는 등의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시세 18억 아파트(1채만 소유)에 대해 10만원 오르는 종부세, 집 가진 사람의 2%인 27만 가구가 종부세 대상이 된 걸 가지고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들은 오히려 늘어난 세금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광풍이 이 정도 조치로 잡힐 수 있을까를 우려하고 있다.

집 사서 돈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벌어 집을 살 수 없을까
 
9.13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은 이들은 공감은 하지만, 뛰는 집값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야 세금폭탄이라고 하지만 공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집을 사고 팔아 수억원을 버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진짜 '세금폭탄'을 안겨서라도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 의지를 꺾어야 한다는 것이 촛불을 들었던 많은 이들의 생각이 아닐까?

돈을 벌어서 집을 사는 구조가 아니라, 집을 사서 돈을 버는 구조를 두고서는 대출을 줄이고 아파트를 더 짓는다고 한들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원, 1년에 600만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부동산 가진 사람의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의 일침은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값 급등이 계속되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 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부동산 시장 불안 시 추가 대책을 언급했다. 그러나 집값이 더 오르면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은 사후약방문식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시 뉴타운 환상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펼칠 게 아니라면, 문재인식 부동산 정책의 잰걸음이 필요해 보인다.

"서민들의 집 걱정을 덜게 하고,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일이 없게 하며, 세입자들의 전월세 부담과 이사걱정을 덜 수 있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이 과거 정권처럼 빈 공약으로 남지 않게 되려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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