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정원 효율화 정책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2023년부터 향후 5년간 총 5% 인원을 줄여 인력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고 2022년 7월 12일 발표했다. 이 정책 발표 이후 공무원 사회는 술렁였다.

일선 공무원들은 정부의 인력 효율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행정 서비스 개선을 위해선 현장 공무원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각 공무원단체 노조들도 '격무'와 '적은 보수' 등을 이유로 오히려 증원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교원공무원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가뜩이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5% 감축 소식은 일선 교사들에겐 썩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행안부는 2022년 2월에도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정원 감축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현직 교사 1천여 명이 줄어드는 등 교육부 사상 최대 규모의 감축이 이 기간에 이뤄졌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202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에서 본격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교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학교설립' 민원 봇물에, 대구교육청 '설립 불가' 입장 고수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로 불거진 각 시·도 교육청과 입주민 간 '답' 없는 학교설립 줄다리기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빚어질 수밖에는 여러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치부되면서, 정부에서도 뒷짐만 진 채 수면위로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아무 것도 모르고 신도시에 입주한 초중고 자녀를 둔 입주민들만 그 피해를 입게 됐다. 

이렇다보니, 신도시 입주자들 사이에선 "사기분양"이라는 아우성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 입주를 시작한 대구 북구 금호사수지구에는 입주민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고등학교설립은 요원한 채 해당 부지에는 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4월 기준 입주민 수도 고등학교설립에 필요한 법정기준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1만6천여 명을 넘고 있지만, 대구교육청은 고등학교설립 불가 방침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2012년 입주를 시작한 대구 북구 칠성동의 한 아파트 옆에도 약 1만㎡가 넘는 학교 부지가 있지만, 이곳 역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1200세대가 넘는 이 아파트 입주자들은 2012년 1월부터 초등학교를 지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대구교육청의 설립 불가 방침은 확고했다.

매일신문도 2021년 4월 12일자 신문에 <학령 인구 가파르게 감소…학교설립은 '별따기'>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고, 대구교육청의 학교설립 불가 방침에 약 100여 명의 초등생들이 이 아파트에서 약 1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옥산초등로 등교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은 또 "달서구 월배지구 한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이 넘는 '초과밀 학교'가 되면서 추가로 학교를 지어달라는 요구가 나왔지만, 대구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봤을 때 무분별한 교육 시설 확장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라는 내용도 함께 실었다.

2020년 5월 입주를 시작한 7364세대의 대구 북구 연경지구 상황은 금호사수지구가 겪어온 상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곳 역시 LH가 초중고 학교 부지를 모두 매입했지만, 대구교육청은 연경·팔공초등과 팔공중학교만 3개만 설립하고, 학령인구 감소와 인근 고등학군 분산배치를 이유로 고등학교를 설립하지 않은 것이다.

금호사수지구 내 고등학교설립을 약속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2018년 입주민들의 아우성에 못 이겨 대구교육청에 고등학교설립 가능 여부를 묻는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설립 불가'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도 관련법에 따라 학교부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된다는 규정 때문에, 개발사업자들은 마치 자랑이나 하듯 입주자모집 분양광고에 '초중고 신설'이라는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허위 광고 때문에 건설사들을 상대로 한 입주예정자들의 '허위과장 광고 소송' 사례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시사저널e'는 2018년 7월 1일 보도한 <분양광고서 봤던 학교가 없다면...'허위광고'일까> 제하의 기사에서, 택지개발계획 실행이 미뤄지면서 계획됐던 학교·도로 등이 들어서지 않아 피해를 입는 입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실제로 "지난 2008년 분양한 경기 양주시의 H아파트는 바로 옆에 초중고교가 신설되는 '학세권' 단지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입주 때까지 학교설립이 지연되면서 해당 부지는 나대지 상태로 남게 됐고, 이에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학교 신설과 관련해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소송까지 냈다"라고 보도했다.

'시사저널e'는 또 "(하지만) 재판부는 분양광고에서 초·중학교의 설립 시기가 특정되지 않았고 H아파트 옆 학교 신설이 계획돼 있다는 정도의 인상을 줄 뿐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면서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분양 받기 전 현장의 중개업소를 방문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기반시설 설립에 관련된 내용에 의문이 든다면 해당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노력도 필요하며,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만큼 철저한 확인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을 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H는 지금 이 시간에도 택지개발 시 "초중고 학교설립은 당연시 하듯" 학교 부지를 매입하고, 그리고 건설사는 마치 "새로운 '학세권'이 생겨날 것"이라는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학교용지부담금' 폐지로 '쐐기골'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학교설립을 둘러싼 건설사와 입주민 간 줄 소송을 포함해, 각 시도 교육청과 입주민 간 학교설립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3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을 포함한 18개 부담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또 "건설사에 부담이 되고 집값을 올린다"라는 이유로 윤 대통령의 발표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일각에선 앞으로 학교를 더 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학교용지부담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학교용지부담금이 폐지되면, 특정 지역 개발과 이익을 위해 (학교를 새로 짓는데) 전 국민의 세금이 쓰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새 학교를 설립할 때 지방교육재정교부을 써야 하는데, 교육 활동에 사용할 사업비를 감축하는 방법밖에 없어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용지부담금이 폐지되면 학교 부지 매입금이 고스란히 개발사나 건설사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학교용지부담금은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사업 개발시행사가 분양 수익액의 0.8%(단독주택용 토지의 경우 분양가의 1.4%)를 부과하는 것으로, 각 시도 교육청은 이 부담금으로 학교용지 매입 비용을 충당하거나 기존 학교 증축비로 사용해왔다.

학교용지부담금이 실제로 폐지될 경우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살림을 살아온 시도 교육청의 재정압박을 클 수밖에 없다.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70% 이상이 교직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도시의 초중고 학교설립은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인터뷰] 홍인기 교사 겸 교육정책 비평가

-대구지역 신도시 학교설립 불가 문제의 원인은?
"교육부가 대구지역에서 근무할 교사 정원을 더 이상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이 학령인구를 이유로 학교설립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다른 지역 교사를 신도시로 빼와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 그럼 교육부의 문제로 봐야 하나?
"교육부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가 타 시도에 비해 학령인구 감소폭이 더 큰 데서 빚어진 문제다. 앞으로 10년 이내 지금의 학령인구가 절반 이상 줄 것이다. 또 교원 감축 칼자루를 쥔 행정안전부가 교사 티오(TO)를 줘야 하는데, 교사 줄이기에 바쁜 행안부에게 교사 티오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욱이 학령인구가 큰 폭으로 주는 대구로선 신도시의 초중고 학교설립이 더 힘들 것이다."
 
- 해결방안은?
"학교설립 문제는 국가차원에서 장기플랜을 세워서 접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수급 문제, 학교통폐합 및 소규모 학교 문제, 신도시 학교설립 요청 무마 등)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교육공무원들의 마인드도 버려야 한다.

사실, 교육부도 이미 오래전부터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통폐합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실질적 교사 수급 문제를 수치화 하는 대신 정부의 통계자료만 의존한 채 눈앞에 닥친 문제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학령인구가 감소가 시작됐을 때부터 교육부가 교사 정원 및 티오를 적절히 조절해왔다면, 학교통폐합 및 소규모 학교 문제를 포함해 신도시의 학교설립 문제도 지금처럼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행안부가 교사 감축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교육부의 변화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교원단체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빚어질 여러 문제점과 대안을 교육공무원들에게 수차례 제안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여러 문제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학생수 변화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를 알아보고자 정부가 발표한 2019~2021년 통계자료를 보았더니, 이미 2015년부터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었다. 2019년 자료를 보더라도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정부가 이 문제를 숨긴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미 이 시점부터 신도시 내 학교설립이 어렵다는 것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통폐합 문제를 포함해 교사 수급까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 행안부의 교원 감축에 대한 입장은?
"정부의 공무원 5% 감축 방침이 이미 2023년부터 시작됐고, 그 첫 타깃이 교사라는 점에서 회의감이 든다. 이제는 교육부가 아닌 행안부가 교사 티오까지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정책이 나올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홍인기 교사 겸 교육정책 비평가는 한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좋은교사운동 초등정책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교육정책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경향신문 등에 교육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강북인터넷뉴스에도 게재될 예정임


태그:#신도시학교설립, #홍인기교사, #대구교육청, #교육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