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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23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책 <소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이야기 나눔' 행사를 열었다.
 경남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23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책 <소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이야기 나눔' 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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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라는 아주 특별한 일의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시대 가장 보통의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조선소노동자라는 사회적 호명에 다양한 시선과 관점이 담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코난북스 간)에 참여했던 여성노동자들이 24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이야기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 책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기획한 것으로, 거제 한화오션, 창원진해 케이조선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11명의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구술을 김그루·박희정·이은주·이호연·홍세미 활동가가 기록해 책으로 나오게 됐다.

바다에 다니는 유조선‧군함‧잠수함을 만드는 현장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직종은 다양하다. 용접, 사상, 발판, 도장, 밀링, 밀폐감시, 화기감시, 현장청소, 건물미화, 급식, 세탁 등이 있다. 

배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자기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이고, 또 자기 삶의 개척자들이다.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의 이러한 긍지와 회한, 땀과 분투가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모순 깨뜨리고 더 나은 노동 조건 위해 싸우는 이들의 분투기"

이날 행사는 이희진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인숙(도장), 나윤옥(비계발판), 김영미(세탁), 공정희(급식) 노동자가 발언에 나섰다.

이은주 활동가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이 조명받지 못했고 이들의 일, 이들의 삶은 잘 알려진 바가 없다"라며 "이 책에서는 조선소 생태계 안의 11가지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구술 기록이 담겨있다"라고 했다.

그는 "수십 미터 높이, 수백 미터 길이, 수십만 톤 크기에 쇳가루 날리고 용접 불꽃 튀고 시너 냄새, 페인트 냄새가 가득한 사나운 노동의 현장이 이들이 일하는 조선소"라고 했다.

이 활동가는 "수년째 임금은 최저시급 언저리에 머물고, 해고와 체불, 심지어 폐업이 수시로 벌어지기에 또 사나운 곳이 조선소"라며 "그 모순의 현장 내막을 샅샅이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증언이면서 그 모순을 깨뜨리고 더 나은 노동의 조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분투기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여러 말을 쏟아냈다.

"도장은 조선소의 꽃이다. 마지막 공정이니까. 용접이나 파워만 해도 되는 게 아니고 배에 색을 입혀야 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지 않나. 용접을 한 배는 불똥이 튄 자국이 있고 파워작업을 하면 전신에 먼지 투성이인데, 우리가 도장을 하면서 쓸고 닦고 꾸민다. (...) 저는 도장 일이 없었으면 그 힘든 삶의 과정을 이겨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조선소 일이 쇠를 다루고 불을 다루는 거라 무섭고 위험하다. 저도 블록을 지나다가 맨홀에 빠진 적이 몇 번 있다. 한쪽 발이 빠졌는데 구멍이 작아서 탁 걸려가 안 빠졌지, 항상 조심한다. 지금도 항상 사다리 흔들어 보고 올라간다. (...) 온몸이 컬러다. 보기만 해도 얼마나 아픈지 안다. 골병이 든 거다. 일이 그만큼 힘들다."

"저는 아직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고 가능하다면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그때까지 조금 더 나은 제 삶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 같이 힘들지 않나. 저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우리가 차별받지 않고 노동자에게 평등한 세상이 꼭 왔으면 좋겠다."


한편, 이날 행사는 금속노조 경남지부‧거통고조선하청지회‧웰리브지회, 경남여성단체연합, 노래패좋은세상, 여성평등공동체 숨,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미래를준비하는노동사회교육원, 전국여성노조 경남지부, 경남민주변호사모임, 경남여성연대, 전교조 경남지부 여성위원회 흐름이 함께 개최했다.

태그:#조선소, #여성노동자,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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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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