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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조리실 환기 성능 조사.
 지자체 조리실 환기 성능 조사.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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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을 제공하는 시‧구‧군청과 보건소 조리실의 환기 성능이 이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태형 창원대 교수는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자체 급식 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개선 토론회'에서 '경남 지자체 일부 조리실 환기성능 평가'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2월 19일부터 4월 15일 사이 창원시청과 5개 구청, 거제시보건소, 고성군청의 8개 조리실을 대상으로 ▲후드 설치 유무 ▲후드 모양과 크기 ▲후드 면속도 측정 ▲기류 가시화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 ▲송풍기 확인과 송풍량 측정을 했다.

김 교수는 "전국 교육부 산하 조리실에서 폐암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일부 사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이번에 일부 지자체 조리실을 조사해보니 그나마 괜찮은 부분이 있지만,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후드가 없는 조리실이 일부 있었고, 후드가 있더라도 연기가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않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후드 앞 쪽에서 연기를 뿜어 실험을 해보았다. 연기가 후드로 빠져 나가는 게 느리고, 일부는 조리실에 돌다가 조리사들이 마시게 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한 조리실은 문을 열어 두고 있었는데 후드가 있어도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세워진 에어컨을 가동하니 공기가 흩어져버려 기류 흐름에 문제가 있었다", "무늬만 후드이지 연기를 빨아들이지 못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신축한 지 2년 정도 된 한 조리실을 거론한 김 교수는 "새로 지은 곳인데 후드가 연기를 다 빨아들이지 않았다. 설계에도 후드를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설계도면을 자세히 보니 '동시사용률 50% 적용'이라고 돼 있었다. 가스 조리기구 절반만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설계와 공사 과정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지침 상 후드 평균 면속도는 튀김솥 0.7 m/s, 국솥 0.5m/s다. 그런데 이번 8개 조리실은 0.1~0.3m/s 정도였다. 이를 언급한 김 교수는 "지침 평균 0.6m/s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풍량 성능을 보이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조리실 일산화탄소(CO)도 심각하다고 했다. 조리실 일산화탄소의 기준은 8시간 평균 30ppm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 대상이었던 조리실 가운데 1곳은 무려 1000ppm이 넘었고, 3곳은 200~300ppm이었으며, 1곳 정도만 기준에 적합했다는 것.

김 교수는 "일산화탄소 1000ppm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서 있어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그런 곳에서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라고 말했다.

학교 조리실 공사 전후와 비교한 김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공사 전후 1/20 정도로 줄어들었고, 설문조사를 보니 만족조가 높아졌다"라며 "지자체 조리실 또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김태형 교수는 "조리실은 환기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냉방을 충분하게 같이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며 "제가 조사를 위해 조리대 옆에서 2시간가량 서 있었더니 죽겠던데, 연속해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전 비하면 좋아졌지만... 개선할 점 많아"
  
지자체 일부 조리실 환기성능 평가. 일산화 탄소 최대치.
 지자체 일부 조리실 환기성능 평가. 일산화 탄소 최대치.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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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순 조리사(일반노조)는 현장 발언을 통해 "이전에 비하면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라며 "큰 솥을 올려 조리하다 보면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계속 울린다. 눈이 따갑기도 하고 목이 매스껍기도 하면서 이 일을 하다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안과 가는 날도 있다. 안경을 쓰고 작업을 하라고 해서 썼더니 습기가 차서 작업을 못할 정도였다"라며 "개선을 요구허기 위해 영상을 찍거나 기록을 하고 있다. 조리실 작업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급식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교육청을 중심으로 검진 및 개선을 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경우 제대로 평가되고,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급식 환경개선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태형 교수의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자체 급식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김 국장은 지자체 조리실에 대해 '전면적 조사', '종합 개선 계획 수립', '감리제도 도입', '설계와 시공업체에 대한 교육'을 제시했다.  
 
18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자체 급식 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개건 토론회”
 18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자체 급식 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개건 토론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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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리실, #환기성능,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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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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