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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들 친구 쪽 부모에게 초대를 받았다. 주말에 캠핑장을 예약했는데 놀러 오란다. 곤충 모양으로 생긴 집들이 '주르륵' 있었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형태의 집이었다. 또 시간이 지나 아들의 또 다른 친구 쪽 부모가 초대를 했다. 역시 캠핑장이란다. 이번엔 자동차를 대고 텐트를 치는 오토캠핑장이었다. 

며칠 전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에게 인사겸 물었다.

"지난 주말에 뭐 하셨어요?"
"캠핑 다녀왔어요."
"자주 가시나 봐요."
"별일 없으면 거의 매주 가요."


문득 궁금해져 주위 학부모들에게 주말 소식을 물어봤다. '캠핑 다녀왔다'는 의견이 꽤 많았다. 

어느 날 아들이 "아빠 우리도 캠핑 가자"라고 제안했다. 아들에게 "캠핑이 뭐냐"라고 물었다. 아들은 "밖에서 자는 것" "마시멜로 구워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이자 대세인 캠핑 

확실히 요즘 어린아이들을 둔 부모들 사이에 캠핑은 인기다.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대세다. 1970~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내게 요즘 캠핑 문화는 생소하기만 하다. 한편으론 참 신기하다. 

구세대여서 그런가 싶지만 우리 부부는 캠핑을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밖에서 자고 싶으면 숙소에서 자면 되고, 마시멜로를 먹고 싶으면 집에서 먹어도 된다. 아들이 "밖에서 먹는 게 캠핑"이라고 해서, "근처 강가에 가서 구워 먹으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입을 다물어버린다. 아들이 생각하기에 그건 캠핑이 아닌가 보다.
 
요즘 캠핑이 대세다. 젊은 층들은 캠핑을 참 좋아한다. 50대인 우리 부부에겐 낯설다.
 요즘 캠핑이 대세다. 젊은 층들은 캠핑을 참 좋아한다. 50대인 우리 부부에겐 낯설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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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보니 캠핑 방식도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 처음 숙소에서 캠핑을 시작한 지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를 샀다. 1년이 지나 바닷가에서 만났다. 4~5명이서 잘 만한 텐트를 혼자서 매만지는 모습이 여유로웠다. "캠핑 많이 다니셨나 봐요"라고 했더니 "네"라면서 싱긋이 웃었다. 

또 다른 지인(OO아빠)은 혼자서 텐트를 치느라고 몇 시간을 땀을 뻘뻘 흘리던 기억이 난다. 당시 텐트를 칠 때 그 아빠는 전혀 웃지 않았다. 찡그리고 화난 표정이 얼굴 가득했다. 바람에 텐트가 날려가 붙잡으러 달려가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거뜬히 친다고 한다. 

그 지인의 부인은 최근 취미가 "캠핑카 검색"이라 했다. 물론 구입이 당장은 아니고 몇 년 뒤 일일 것이라 했지만, 캠핑에 관한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동네 한 주차장엔 주차된 캠핑카가 10대가 넘는다. 캠핑카를 몰고 다닐 정도라면, 캠핑에 푹 빠진 단계라 봐도 무방하다. 

아들과 딸 쌍둥이를 둔 아빠 한 분은 내게 "다음 주에 캠핑 간다"며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밤새도록 텐트며, 조명이며 식기도구를 준비했단다. 만날 때마다 그분은 캠핑용품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캠핑을 즐기는 또다른 한 지인은 반경 100km 캠핑장을 모두 꿰고 있었다. "웬만한 곳은 거의 다 가보셨겠네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봐야죠"라면서 인정했다. 

캠핑을 즐기는 부모들은 대부분 캠핑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보니 캠핑장비는 점점 늘어난다. 주말에 캠핑을 다녀오면 며칠 뒤 평일이나 한주가 더 지나야 캠핑장비 정리가 끝날 정도다. 캠핑장비를 챙기고 가서 풀고, 다녀온 다음에 다시 정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저렇게 부지런하게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캠핑의 매력

하긴 그걸 번거롭다고 엄두를 내지 못하니 내가 옛날 사람이 맞긴 한가 보다. 요즘 젊은 층은 줄 서는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고 줄 서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데, 나나 아내나 또래 친구들은 줄 서는 곳은 질색이다. 그런 곳은 일부러 피한다. 놀러 간다면 편한 게 좋다. 편한 숙소를 잡아서 편하게 자고 편하게 먹고 싶다.

캠핑은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행위다. 우리 부부는 남이 구워주는 고기가 맛있지만 캠핑족들은 자기들이 굽는 고기가 맛있단다. 우리는 남이 잘 만들어준 집에서 자는 게 좋지만 캠핑족들은 자기들이 만든 집에서 자는 게 신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좀 더 문화를 주도적으로 즐긴다 싶다. 

한 주변 지인은 캠핑을 질리도록 했다. 오래전부터 캠핑을 즐긴 그는 한 바퀴 돈 다음 이제 간단한 캠핑족으로 정착했다. 짐을 최소한으로 싸고, 밥도 종종 사 먹는다. 지난겨울에는 아이들과 아이 친구들을 데리고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산기슭을 찾았다. 거기엔 깊은 경사가 펼쳐진 풀밭이 있었고, 마침 눈이 쌓여 있었다. 자연 미끄럼틀에서 반나절 동안 아이들과 썰매를 탔다고 한다. 

그 지인에게 캠핑을 하면 뭐가 좋은지 물었다. 그 지인은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아이들이(남자아이가 둘인 집) 크다 보니 집에선 각자 있게 돼요. 엄마 아빠 따로. 아이들 따로죠. 각자 공간도 있고, 각자 할 일도 있죠. 캠핑을 가면 텐트라는 한 공간에서 자잖아요.

어느 날 큰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아빠, 이렇게 한 곳에서 자니까 너무 좋아'라고요. 아이한테 캠핑이란 그런 경험이고, 저는 아들한테 그런 소리를 또 듣고 싶어 캠핑을 가는 거고요. 그리고 캠핑을 가면 별을 참 마음껏 봐요. 그런 경험은 캠핑이 아니면 못하죠." 

 
캠핑(자료사진).
 캠핑(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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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몰랐던 캠핑의 매력을 그 지인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됐다. 한 공간이 주는 아늑함, 체온, 순수한 자연. 캠핑에서 중요한 건 텐트가, 장비가, 캠핑카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 지인에게는.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가 "우리도 가야 하나"라면서 웃는다. 살아온 습관이 무섭고 가치관이 참 무섭다. 아내는 추운 걸 무척 싫어한다. 잠자리 불편한 것도 잘 못 견딘다.

물론 다 방법이야 있을 것이다. 내가 노련한 캠핑족이 되면 된다. 중요한 건 캠핑의 'ㅋ'도 모르는 내게 '노련한 캠핑족'은 너무나 멀고 먼 길이란 점이다. 달성하기 힘든 '미션 임파서블'이나 다름없다.

과연 우리가, 우리 가족이 캠핑을 가게 될 날이 올까. 모두 다 캠핑을 즐기고 푹 빠진 이 동네에서 우리만 고고하게 'No 캠핑족'으로 지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아들과 딸이 좀 더 커서 캠핑을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면 우리 부부는 더 나이 들어 있을 텐데 과연 캠핑을 하게 될까.

모르겠다. 적어도 아직까진, 여전히 우리 부부는 캠핑에 대한 열망이 '0'이다.

태그:#캠핑, #텐트, #마시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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