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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 노동조합원에 대한 가처분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이 시작됐다. 2022년 10월, 옵티칼 공장에 불이 났다. 회사는 구미공장 물량을 모두 타지역 공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구미공장의 노동자 전원에겐 희망퇴직을 강요했다. 이를 거부한 11명의 노동자는 공장 점거 및 고공농성을 이어가며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2023년 9월, 사측은 노동조합에 '공장철거방해금지 가처분'을 걸었다. 공장 철거를 목적으로 사측이 찾아왔을 때 방해하면 그때마다 총 950만 원의 간접강제금이 쌓인다. 2024년 2월 6일, 법원이 가처분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을 인용했다. 5600만 원이다. 11명의 노동조합원이 공장을 한 달 지킨 대가로 큰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은 앞으로 계속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법조인들은 깊은 유감을 표했다.(관련기사: 또 돈으로 노동자 목 조르나 "사탄도 실직할 일" https://omn.kr/27o32) 학교 선생님들도 쓴소리를 더했다(관련기사: "아이들한테 뭘 가르치라는 거에요, 이런 세상에서" https://omn.kr/27sgl) 이번엔 종교인들이 입을 모았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송기훈 목사와 틋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 김하나 수녀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PART 1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람조차 노동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거리기도회에서 송기훈 목사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거리기도회에서 송기훈 목사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송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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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활동하는 송기훈 목사입니다. 저는 여러 노동조합에 연대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옵티칼지회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여러 외국투기자본이 만든 회사들이 생각났습니다. '또 이런 곳에서 힘든 일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장 압류와 부동산 강제경매 소식을 듣곤 정말 악독하다고 느꼈습니다. 일종의 협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켜보고만 있어도 겁이 나요. 회사에 '정말 이 방법밖에 없었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왜 다른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나요?'

상관없다는 착각

창세기에 보면,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형인 카인이 아우인 아벨을 살해하는데요, 카인에게 하나님이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카인은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답합니다.(창세기 4장 8절-9절) 이 구절이 '무상관성'에 대한 내용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옵티칼 사측의 행동을 보면, 노동자들이 겪는 일이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너와 나는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상관이 없으니까 압류와 강제경매로 그들의 삶을 부수겠죠. 하지만 상관없어하는 당신의 태도가 당신의 삶과 세상을 얼마나 끔찍하게 만드는지 아냐고 묻고 싶어요. 정말로 당신들은 상관이 없냐고요.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는 게 반복되는 세상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그게 정녕 당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냐고요.

여기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고공에 오른 조합원들을 만날 수 있다면, 안부부터 묻고 싶어요. 건강은 어떠냐고. 위에서 지낼 만 하시냐고. 투쟁하고 계시다는 것 알고 있다고. 비록 많은 도움이 안 될지라도 어떻게든 뉴스를 찾아보고 조금 더 자세히 소식을 찾을게요. 당신들의 투쟁을 잊지 않겠습니다.

가끔 마음이 불편한데 어떤 말로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라는 시를 떠올려요. 시를 보면 가만히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손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하늘을 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기도하는 것이라고 해요. 제가 가끔 하는 방법인데, 조합원들도 마음이 불편할 때 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사측을 만난다면,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구나 사람을 함부로 대할 때가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진 않아요. 옵티칼 공장에 사람이 있잖아요. '여기 사람이 있다'는 걸 사측이 자꾸 잊고 사는 거 같아요.
  
PART 2 세상엔 상도(常道)가 있습니다
  
김하나 수녀가 법무법인 태평양 앞에서 열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용승계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김하나 수녀 김하나 수녀가 법무법인 태평양 앞에서 열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용승계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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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틋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의 김하나 수녀입니다.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는 현장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동 형제들의 어려움에도 최대한 함께하고 있습니다. 옵티칼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올해 1월 29일, 사드 반대 천주교 소성리 미사에서 활동가에게서 들었습니다. 구미 옵티칼 공장에서 두 여성 노동자가 옥상에서 농성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미사 후 사제, 수도자들이 바로 구미공장을 방문하면서 그때 처음으로 그들의 상황을 직접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책임자가 제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일본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려면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이윤추구만을 우선으로 하고 상도(商道) 없이 운영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그 기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청산한 일본기업이 1300억 보험금은 받고, 공장 재건 없이 가버렸는데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일본 기업에 책임을 묻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공장에 불이 나서 졸지에 일터를 잃은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일본 기업이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회사에 정당한 요구를 하길 원합니다.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가처분으로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을 했고 더 시도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부당한 일입니다. 약한 노동자들을 돈으로 협박하지 마십시오. 강도 당한 이에게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형상으로 보입니다. 세상엔 상도(常道)라는 게 있습니다. 일본 기업은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을 철회하고 화재 보험금으로 공장을 재건하든지, 11명의 노동자를 평택공장으로 고용승계를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형제들을 향한 기도

노동조합 형제들이 고통스런 상황을 견뎌내고 있음에 죄송함과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대들의 농성은 정당하며 가까이서 연대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그대들의 요구가 정당하기에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먹튀'한 일본 기업이 잘못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용기를 내시고 오늘 하루만 버티자는 굳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텨내다 보면 승리할 날이 올 것입니다.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저희 수녀들도 날마다 기도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동조합, #구미, #고용승계, #NITTO, #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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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렵다고 안 할 것인가'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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