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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경찰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을 보도하는 영국 BBC
 에콰도르 경찰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을 보도하는 영국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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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가 치외법권인 멕시코 대사관에 무단으로 진입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자국 부통령을 체포했다.

AP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각) 에콰도르 경찰은 자국 수도 키토에 있는 주에콰도르 멕시코 대사관 출입구를 부수고 진입해 작년 12월부터 이곳에 지내고 있던 호르헤 글라스 전 에콰도르 부통령을 전격 체포했다.

멕시코 "국제법과 주권 침해"... 외교관계 중단 

2013∼2018년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정권과 레닌 모레노 전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글라스는 2016년 마나비주 지진 피해 재건을 위한 정부 자금을 불법으로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자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해 있었다. 

에콰도르는 멕시코에 글라스 전 부통령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멕시코 정부는 글라스 전 부통령이 우파 성향의 현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맞서면서 망명 절차를 밟아왔다. 

멕시코는 에콰도르 경찰의 자국 대사관 무단 진입에 반발하며 에콰도르와의 국교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는 국제법과 멕시코의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면서 "외교부에 에콰도르와의 외교관계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발표했다.

알리시아 바르세나 멕시코 외교장관도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의 명백한 위반과 이 과정에서 에콰도르에 있던 멕시코 외교관들이 입은 부상 등을 고려해 에콰도르와의 외교관계를 즉각 단절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에콰도르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에콰도르는 주권국이며, 어떤 범죄자도 자유롭게 지내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글라스 전 부통령 체포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정부가 글라스 전 부통령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통상적인 법적 틀에 어긋나는 외교적 망명을 허용하는 것은 외교사절단에 부여된 면책특권을 악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만 행위"... 중남미 국가들, 에콰도르 규탄 잇따라 

에콰도르 외교부는 "멕시코 대사관 진입은 글라스 전 부통령의 에콰도르 탈출이 임박한 시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어떤 범죄자도 사법 당국이 발부한 체포 영장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정치적 박해자로 간주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멕시코 대사관은 글라스 전 부통령이 사법 당국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에콰도르의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고 내정 불간섭의 기본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라고 지적했다.

에콰도르 경찰의 멕시코 대사관 무단 진입에 니카라과를 비롯해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단교를 선언하거나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2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에콰도르 정부의 행동은 네오파시스트적인 정치적 야만 행위"라면서 에콰도르와의 외교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에콰도르의 행동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라며 멕시코를 지지했다. 

이 밖에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페루, 베네수엘라, 쿠바, 칠레 등 중남미 국가 정부들은 에콰도르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을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온두라스는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자 멕시코 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면서 이번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남미 3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태그:#에콰도르, #멕시코, #치외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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