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3일 규모 7이 넘는 강진이 발생해 건물이 무너지고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시각) 대만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진은 대만 동부의 인구 35만 명의 도시 화롄(花蓮)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진원의 깊이는 20㎞로 관측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이번 지진의 규모를 7.4로 측정했지만, 진원의 깊이는 34.8㎞라고 전했다. 첫 지진 후 10여 분 후에는 규모 6.5의 지진이 이어졌다.
대만 당국은 이번 지진의 규모가 7.2라면서 1999년 9월 21일 약 24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6 지진 이후 25년 만에 발생한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지질 전문가 궈카이원은 대만 중앙통신사에 "이번 지진의 위력은 원자폭탄 32개가 터진 것과 맞먹는다"라고 말했다.
3~4일간 규모 6.5 이상 강한 여진 예상... 휴교령 내려
우젠푸 대만기상서 지진예측센터장은 "진앙이 육지와 상당히 가까운 얕은 층이어서 대만 전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라며 "수도 타이베이는 분지 지역이어서 고층 건물에 있으면 지진을 더욱 분명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3∼4일 동안 규모 6.5~7의 강력한 여진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화롄 당국은 여진을 우려해 각급학교에 사흘간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최소 4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으며, 최소 26채의 건물이 무너졌다.
AP통신, CNN방송 등 외신은 대만 현지 매체를 인용해 "무너진 건물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라며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한 시민은 "대만에서 지진은 흔한 일이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겁이 난 것은 처음이었다"라며 "진동 때문에 잠을 자다가 깼고, 이렇게 강한 흔들림은 느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는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라인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번 지진으로 일부 지역은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대만 당국은 원전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전력 공급망도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가능한 한 빨리 각 지역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지방 정부와 협력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며 재난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행정부에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필리핀·일본, 쓰나마 경보 내렸다가 해제
필리핀과 일본은 쓰나미(지진 해일) 경보를 내렸다가 해제했다.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는 "심각한 해수면 교란은 기록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상청도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야에야마 등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했다. 일본 나하 공항 측은 "오키나와섬에 0.3m 높이의 파도가 일었으나 공항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당분간 해수면의 변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바다에서의 작업, 해수욕 등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은 이번 지진과 관련해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륙(중국 본토)은 이번에 발생한 지진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며 "피해를 입은 대만 동포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피해 상황과 후속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재난 구호 지원을 기꺼이 제공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