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을 견인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제·개정해야 할 자원순환 관련 법률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세부내용을 담은 입법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한 제안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new

    구운생선 먹다 나온 '노끈'...
노끈 먹은 갈치를 밥상에서 마주하다니...

플라스틱이 밥상 위로 올라온 후에야 위기감이 느껴진다. 그간 언론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이 해양생물에 위협이 되던 모습(고래 뱃속에 가득 찬 비닐 봉투, 거북 배속의 노끈)을 볼 때는 걱정이 되었지만 쉽게 잊힌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일상에서는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체감하기 어려웠고, 인간은 기억과 망각을 반복하는 존재니까. 하지만 지인의 밥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본 후로는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떠나지 않는다.

사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일상과 밀접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식약처가 2017~2019년에 국내 유통 중인 다소비 수산물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낙지‧주꾸미, 새우‧꽃게, 조개류, 천일염에서, 2020~2021년 조사에서는 해조류(미역‧다시마‧김), 젓갈에서 검출되었다. 
 
갈치를 먹다 보게 된 노끈. 이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갈치를 먹다 보게 된 노끈. 이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 얼레지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해안도 이미 오염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연안환경 오염 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전국 18개의 해안에서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남해안이 동서해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였고 해안과 해상 모두 스티로폼이 가장 많았다.

국내 정수장 물, 병입수플라스틱병에 담은 수돗물, 먹는 샘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적이 있다.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담았을 때도, 플라스틱 재질로 된 티백을 온수에 넣었을 때도 미세 플라스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기사도 줄지어 나왔다.

심지어 해외에선 혈액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2022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자유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액 표본 77퍼센트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는데 절반 이상의 표본에서 페트(PET) 플라스틱이 확인되었고, 폴리스티렌(PS), 폴리에틸렌(PE) 순으로 많이 검출되었다. 페트는 음료나 생수를 담는 용기에, 폴리스티렌은 컵라면이나 배달 용기에, 폴리에틸렌은 비닐봉지에 많이 사용된다. 

미세플라스틱이란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mm 이하의 합성 고분자 화합물이다. 발생 기원에 따라 나뉘는데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제조된 것으로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로 사용되는 레진펠릿, 세정제 화장품의 스크럽, 페인트 제거용 마모제 등이 있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사용되는 과정 중이나 또는 사용 후 버려진 이후에 점차 잘게 쪼개져서 미세화된 것이다. 1970년대 연안의 수표면, 해변 및 해산 어류의 위장에서 수 ㎜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면서(Carpenter and Smith, 1972; Gregory, 1977; Morris and Hamilton 1974), 미세한 플라스틱의 오염이 최초로 보고되었다. 이후 플라스틱 조각이 극지방에 걸쳐 지구 전체에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구적인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바다와 강에 흘러들어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이로 잘못 알고 먹기도 하는데, 이것이 물고기 몸속에 상처를 내거나 내장 기관에 쌓이게 된다. 플랑크톤부터 해양 저서생물,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고 있다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인간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니까.
 
채반에 모래를 거르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남는다. 햇빛과 공기, 물로 풍화되어 점점 작게 쪼개진다.
 채반에 모래를 거르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남는다. 햇빛과 공기, 물로 풍화되어 점점 작게 쪼개진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미세플라스틱의 피해를 줄이려면...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플라스틱을 최대한 안 쓰는 수밖에 없다. 우선 1차 미세 플라스틱인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원료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의약외품 품목허가 신고·심사규정'을 개정하여 화장품과 치약 등에 대해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2021년부터는 생활 화학 제품 중 5개 품목(세정제·제거제·세탁 세제·표백제·섬유 유연제)에 대해서도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일부 전문가는 미세플라스틱의 규제가 주로 제품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화학물질 차원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제한하는 수준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환경에서 작게 쪼개져서 발생하는 2차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통제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2차 미세플라스틱 발생 비율이 1차 미세플라스틱보다 훨씬 높다. 보통 포장재, 장난감, 음료수병, 섬유 같은 소비자 용품과 그물, 밧줄, 부표 같은 어업·양식업 용품, 비닐 필름과 같은 농업용품, 그리고 연마제와 같은 산업 용품 등이 자연적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마모나 산화, 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이를 줄이려면, 우선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스티로폼 사용을 줄여야 한다. 2021년에 어장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2023년 11월부터 모든 양식장의 신규 스티로폼 부표 사용이 금지되었다. 남아있는 스티로폼 부표는 지속적으로 파편화되기에 친환경 부표로 빠르게 전환되어야 한다. 스티로폼 조각은 부표에서만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신선식품을 배달할 때 사용하는 스티로폼 상자의 조각도 해안에서 발견된다. 온라인으로 생필품이나 신선식품의 주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기업은 스티로폼 재질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배송 상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는 행정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해양쓰레기는 수거이후에도 반복해서 밀려온다.
 해양쓰레기는 수거이후에도 반복해서 밀려온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또 플라스틱 조각이 여러 경로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해양쓰레기에서 많이 수거된 병뚜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부터 페트병과 뚜껑이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 병을 사용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병입수돗물인 아리수에서 일체형 병을 사용하고 있는데 타 음료병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옷을 사는 소비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버려지는 옷이 많아질수록 미세 섬유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세탁 시 섬유가 부딪치면서 미세섬유가 발생하기에 가능한 옷을 모아서 한꺼번에 세탁하도록 하고, 건조기보다 자연 바람을 이용해 건조한다면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프랑스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2025년부터 출시되는 세탁기에 '플라스틱 미세 섬유 필터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유럽연합의 음료 생산자들은 병뚜껑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연합의 음료 생산자들은 병뚜껑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과학적 연구 자료 부족하다면서 연구예산 삭감하는 환경부

우리나라는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2022년 정부는 다부처협의체를 꾸려서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협의체에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등이 참여해 정책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부처별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생부터 유출·확산까지 경로 및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이와 같이 범국가적 협력 체계 구축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률적 근거 없는 자발적 협력 체계는 한계가 있다.

환경부는 미세플라스틱과 관련된 규제에 대한 관련 시책을 수립하고 책무를 부여하기에 앞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 기술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이런 입장과 다르게 연구를 위한 예산이 삭감되어 연구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세플라스틱 측정 및 위해성 평가기술 개발사업(R&D)의 예산은 5년간 292억 6900만 원으로 2024년 예산은 45억 2000만 원이 계획되었으나 국가 R&D 투자방향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을 이유로 45%나 삭감되었다. 해양수산부 예산도 크게 줄었다. 2024년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대응 및 관리 R&D 사업 예산은 예산안(86억 5300만 원)보다 75억 8600만 원 삭감된 10억 6700만 원이다. 

미세플라스틱 발생 저감 위한 법률 기반 필요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청(European Chemicals Agency)은 1차 미세플라스틱을 제한 물질로 등록할 것을 집행위원회에 요청했고, 2023년 9월 제품에 의도적으로 첨가된 미세플라스틱(1차 미세플라스틱)을 제한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유럽연합은 이번 규정을 통해 약 50만 톤의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서 정의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유기적이고 불용성이며 분해되지 않는 5mm 미만의 모든 합성 폴리머 입자를 포함한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 

21대 국회에서 미세플라스틱과 관련된 법안으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화학제품 안전법)과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두 법안 모두 국회 계류 중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을 확인한 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과 관련된 국내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리와 영향에 따른 통합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허승은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입니다.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미세플라스틱, #탈플라스틱, #위해성, #스티로폼, #2차미세플라스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