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종섭 대사를 호주로 파견한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무례한 행동입니다. 그(이종섭)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호주에 누구를 파견할지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그가 호주대사로 임명됨으로서 (이를 통해) 매우 중요한 부패 수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그 선택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합니다." - 캐머런 머피 호주 노동당 의원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호주 캔버라 연방의회 앞 광장에서 호주 촛불행동 주최로 이종섭 대사 임명을 규탄하는 '전국 총집합 시위'가 열렸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에 따르면 현장엔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캔버라 등 호주 전역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약 80여 명이 모여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발언하고 구호를 제창하며 분노를 표현했다. 이들은 '이종섭 반품', '윤석열 퇴진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이종섭 대사와 한국 정부, 호주 정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캐머런 머피 노동당 의원도 참석하여 연대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집회 참가자에 따르면, 그는 "한국이 호주로 이종섭 대사를 파견하기로 한 이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게 무례한(disrespectful) 일"이라며, "이 대사가 호주 대사로 임명됨으로서 매우 중요한 부패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 보라"라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이어 "이 대사를 한국에 머물게 하고, (그가 아니라) 호주와 한국 사이의 관계에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을 대사 자리에 파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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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구과 호주정부, 이종섭 대사를 향해 발언 중인 박은덕 변호사 |
| ⓒ 호주촛불행동 | 관련사진보기 |
호주 각 지역에서 참석한 한인들의 규탄 발언과 구호도 울려 퍼졌다(관련 기사:
"이종섭 거부하라" 해외 동포들, 호주 총리에게 이메일 보내 https://omn.kr/27w1h).
참가자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참석한 박은덕 변호사는 민간외교관의 마음으로 행동하는 해외 동포의 입장이라면서, 이종섭 대사를 겨냥해 "범죄 피의자이면서 수사대상자이고 출국금지령까지 내려진, 심지어 외교관 경력도 전무한 인물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한국 정부에 물었다.
또 호주 정부를 향해 "이종섭 전 국방장관에게 호주 정부가 아그레망(agrément: 주재국의 부임 동의)을 내줄 때 그가 범죄 피의자이자 수사대상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만약 알면서도 아그레망을 내줬다면 이것이 옳은 결정인가? 만일 모르는 채로 내줬고 이제 사실을 알았다면, 그럼 이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한국 정부를 향해 "11일 만에 이 대사를 다시 귀국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총선만 넘기면 된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박 변호사는 "이 대사를 즉각 해임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받게 하고, 우리 해외 동포, 특히 호주 동포들을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 말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종섭 대사를 향해 "호주로 돌아오지 마라.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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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섭 대사 임명 규탄하는 호주촛불행동, 호주 캔버라 연방의회 광장에서 열린 집회. |
| ⓒ 권순형 | 관련사진보기 |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장장 8시간을 운전해서 이날 집회에 왔다고 밝힌 교민 최정헌씨는 "범죄 피의자가 도주 대사로 온 작금의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나라가 망해가는 상황, 국격이 땅에 떨어지다 못해 공중으로 산화되어 버린 작금의 사태를 맞이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사를 향해선 "정당히 수사를 받고, (법 위반 시) 감방에 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도주대사 이종섭'... "이종섭 임명 철회 하라"
호주촛불행동은 지난 14일 성명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 ▲공수처는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하여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재외국민들을 대표할 인사에 대해 엄중한 기준을 적용하고, 국민의 명예와 국가의 국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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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호주 부임 11일 만인 21일 한국에 귀국한 이종섭(호주 대사). |
| ⓒ 공동취재사진 | 관련사진보기 |
호주에 이어 미국 워싱턴DC에서도 24일 오후 4시 주미 한국대사관 앞에서 '도주대사 이종섭 임명철회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