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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3월 1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TV 진행자 겸 로시야 세고드냐(RIA 노보스티) 통신사 국장 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3월 1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TV 진행자 겸 로시야 세고드냐(RIA 노보스티) 통신사 국장 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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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손쉽게 5선에 성공하며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지난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이 87.34%의 득표율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 자신이 세운 기존 최고 득표율 76.7%를 10% 포인트 이상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압승했다. 러시아 대선에서 80%대 득표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반면에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4.3%),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3.8%),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3.17%) 등 경쟁 후보 3명은 들러리나 다름없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의 한 기자는 "이 결과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엄청난 지지와 결속이자 서방 국가들에 보내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투표 마지막 날인 이날에는 나발니 지지자들이 정오에 맞춰 투표소로 몰리는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가 열렸고, 투표소에 불을 지르거나 투표함을 훼손하는 등의 반발도 나왔으나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푸틴 "나토와 전면전 가능"... 3차 세계대전 경고

이로써 2000, 2004, 2012, 2018년 대선에 이어 5선을 달성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열고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을 넘어서게 됐다. 

그는 총리로 물러나 있던 2008∼2012년에도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최고 실권자로 군림했다.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는 푸틴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럴 경우 34년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를 넘어서고,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정권 연장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 사회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 내부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CNN방송은 "야권 후보 대부분이 죽거나 투옥되고, 망명하거나 출마 금지되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내부에서 반대의견이 사실상 불법화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더 이상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도전을 받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 가능성 발언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전면 충돌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본격적인 3차 세계대전에서 불과 한 걸음 떨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에 흥미를 느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생전 자신의 최대 정적이자 지난달 16일 시베리아 감옥에서 수감 중 의문사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서도 "불행한 일"이라며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나발니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정부 구성원이 아닌 나의 동료들이 나발니를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러시아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나는 동의했다"라면서 자신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서방 사회 일제히 비판... 젤렌스키 "민주 선거 흉내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이 모두 제거되고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사용되었으며, 러시아가 강제 점령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도 투표가 치러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철권을 휘두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에서 최근 추가 징집설이 확산하고 있다"라며 "이런 우려는 선거 전에는 변화를 꺼렸던 푸틴 대통령이 제한 없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면서 더 커졌다"라고 짚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경쟁자들의 출마를 막았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라고 논평했다. 

독일 외무부는 "검열, 탄압, 폭력에 의존하는 권위주의 통치하의 선거"라고 "선거 결과에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의 독재자가 민주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라며 "그는 권력에 병들었고, 종신 집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저지른 모든 일은 범죄"라며 "러시아 살인마들이 푸틴 대통령의 영원한 통치를 보장하기 위해 이 전쟁에서 벌인 모든 일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푸틴, #러시아대선,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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