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이 지난 9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 부천FC의 경기에 참석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이 지난 9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 부천FC의 경기에 참석했다.
ⓒ 충청남도

관련사진보기

 
"축구팀에게 유니폼의 색깔은 곧 정체성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사례는 없다." - 김환 축구 해설위원

K리그2(2부) 축구팀 유니폼을 두고 때아닌 정치적 논란이 터져 나왔다. 지난 9일 홈 개막전을 치른 충남아산프로축구단(충남아산FC)이 2020년 창단 후 줄곧 유지해 온 유니폼 색깔(파란색 계열) 대신 빨간색 유니폼을 입으면서다.

팬들 사이에서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이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장이 명예구단주(김태흠)·구단주(박경귀)를 맡고 있는 충남도와 아산시는 <오마이뉴스> 취재에 즉답을 피했다.

충남아산FC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부천FC와의 홈 개막전을 치렀다. 선수들은 그동안 입었던 파란색 계열의 홈 유니폼 대신 빨간 유니폼을 착용했다. 충남아산FC 홈페이지에는 올해부터 파란색, 빨간색 유니폼 모두가 홈 유니폼으로 명기돼 있는데 이는 축구계에선 매우 드문 일이다. 김태흠 지사와 박경귀 시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빨간색은 국민의힘의 상징색이다.

앞서 '빨간색 유니폼' 소식이 전해지며 온·오프라인에서 팬들의 비판이 일기 시작했고, 경기 당일 관중석엔 "김태흠 박경귀 OUT(아웃)",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 "정치에 자신 없으면 때려치워"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팬들은 "김태흠 나가", "박경귀 나가" 등의 구호를 외쳤고 경기 이후 소셜미디어에도 "정치질에 축구를 이용하지 마라", "홈경기에서 빨간 유니폼 입고 선거운동하냐" 등 목소리가 이어졌다.

즉답 피한 지자체... 구단은 "정치적 의도 없다"
  
충남아산FC는 창단 이후 줄곧 파란색(홈), 흰색(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왼쪽 위는 지난해 11월 14일(홈), 왼쪽 아래는 지난 7일 경기의 모습(원정). 오른쪽은 현재 홈페이지의 모습이다.
 충남아산FC는 창단 이후 줄곧 파란색(홈), 흰색(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왼쪽 위는 지난해 11월 14일(홈), 왼쪽 아래는 지난 7일 경기의 모습(원정). 오른쪽은 현재 홈페이지의 모습이다.
ⓒ 충남아산FC

관련사진보기

 
김태흠 지사와 박경귀 시장은 이날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축사와 시축을 하는 등 경기를 관람했다. <천안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태흠 지사는 경기 중 관계자를 불러 '김태흠 박경귀 OUT(아웃)' 등의 항의 현수막을 제거토록 지시하고 구단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비판에 충청남도와 아산시는 답변을 회피했다. 두 지자체 측은 '정치적 이유로 유니폼 색깔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에 별다른 해명 없이 "정확히 파악한 게 없다",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충청남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 정확히 어떤 의도에서 유니폼 색깔이 바뀌었는지 모른다"라며 "저희도 신문을 보고 (논란을) 인지했다.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태흠 지사가 했다는 발언과 관련해선 "정확히 파악한 게 없다"며 공식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아산시청 비서실 관계자도 "(박경귀) 시장님께서 구단주이긴 하나 비서실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며 "충남아산FC 사무국의 입장이 아산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충남아산FC 사무국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돼 당혹스럽다"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간색 유니폼을 만든 이유는 강렬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순신 축제를 기념하는 차원도 있었다"라며 "홈 경기 때는 파란색, 빨간색 (홈) 유니폼을 혼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팀, 개인 소유물 아냐... 시민구단은 시민이 주인"

하지만 국내외 축구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김환 해설위원은 "홈 유니폼이 두 개인 경우가 어디있나"라며 "바꿔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거나 팬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 아닌 이상 (일방적으로 유니폼 색깔을 바꾸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은 "축구를 좀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니폼 색깔이 파란색에서 빨간색 또는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은 "과거 (영국의) 카디프시티FC가 구단주 마음대로 유니폼 색깔을 바꿨다가 크게 비판받고 다시 색깔을 되돌린 바 있다"라며 "경기 당일 충남아산FC 서포터즈도 평소대로 (기존 상징색인) 파란색, 흰색 깃발을 들었는데 (구단은)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빨간 깃발을 나눠주고 치어리더 또한 빨간 옷을 입었다. 심지어 경기 상대가 빨간색을 상징색으로 쓰는 부천FC여서 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태흠 지사와 박경귀 시장은) 아마 지금도 '이게 왜 문제냐'고 생각할 것 같다. 무엇이 잘못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팬들이 피해를 본 건 당연하고 (이런 식으로 논란이 되면서 피해를 본) 선수들은 또 무슨 죄인가. 축구팀은 한 사람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특히 충남아산FC와 같은 시민구단은) 시민이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김태흠, #박경귀, #충남아산FC
댓글4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꼼꼼하게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