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주희씨(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가 10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온 그날을 되짚자, 옆에 있던 서현씨(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양 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왼쪽부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소속 배경내 작가, 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 김주희씨,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첫째 누나 박보나씨, 남서현씨, 이호연 작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주희씨(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가 10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온 그날을 되짚자, 옆에 있던 서현씨(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양 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왼쪽부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소속 배경내 작가, 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 김주희씨,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첫째 누나 박보나씨, 남서현씨, 이호연 작가.
ⓒ 출판사 온다프레스

관련사진보기

 
"배에서 나와 육지로 돌아왔을 때 누가 전화 한 번만 받아달라고 해서 받으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언론 보도에 응해야 했어요. 진도 체육관에서 개인 정보가 다 노출돼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기자들 전화가 많이 왔어요. 참사 당시 그렇게 기자들이 들이닥쳐서..."

주희씨(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가 10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온 그날을 되짚자, 옆자리에 있던 서현씨(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양 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록집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다짐을 말하려던 차였다.

서현씨는 이내 눈물을 추스르고 책 속에 담긴 자신의 '세월호 10년'을 이야기했다. 보나씨(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첫째 누나)도 10년 동안 입 밖으로 쉬이 꺼내지 못한 말들을 고백했다. 서현씨는 책 출간과 관련해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참사를 둘러싸고 누군가는 정의와 단죄를 말하고 누군가는 회복과 화해를 이야기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억과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세월호가 제대로 기억되고 기록돼야 또 다른 참사의 재발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기록집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은 조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한 달여 앞두고 세월호 가족, 생존자, 형제자매의 육성을 기록한 책 <520번의 금요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렸다. 두 책은 오는 3월 15일 정식 출간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 2명, 희생자 형제자매 2명과 단원고 생존자 1명, 그리고 이들의 육성을 기록한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참석해 책을 낸 소회와 기록 작업을 해온 과정들을 설명했다.
 
오는 3월 15일 정식 출간되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오는 3월 15일 정식 출간되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두 책은 인권활동가들로 꾸려진 작가기록단이 세월호 가족과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난 10년의 삶을 압축해 낸 육성기록물이다. 작가기록단으로 집필에 참여한 유해정 작가(우리함께 센터장)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난 참사의 10년을 추적하며 쓴 최초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었다"며 "피해자 가족들이 어떻게 무너졌고 다시 일어섰는지, 어떻게 다시 다짐하고 오늘을 살아냈는지를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피해자는 하나의 집단으로 호명되지 않는다. 피해자 안에는 우리가 몰랐던 희생자 형제자매, 배에서 탈출한 생존자, 참사 현장을 지키며 희생자들을 물속에서 수습한 민간 잠수사,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이 존재한다"며 "이번 기록집을 통해 그동안 다양하게 참사를 겪은 다양한 피해자들이 분투해 온 과정을 듣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형제자매, 생존자... 비슷한 참사 막겠다는 마음들  

"망각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바꿔 쓴 지난 10년. 가족협의회의 투쟁은 어떤 길을 밟아왔을까." (책 <520번의 금요일> 중)

<520번의 금요일>은 세월호 10주기 공식 기록집이다. 작가기록단이 2022년 봄부터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을 검토해 펴낸 책이다. 세월호 가족들이 '유가족대책위', '가족대책위'라는 이름을 거쳐 현재 '가족협의회'로 활동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정리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소속 유해정 작가,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강지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조직사업부서장, 강곤 작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소속 유해정 작가,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강지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조직사업부서장, 강곤 작가.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이날 1부 기자간담회에서는 기록집에 참여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솔직함은 '세월호 대리기사 폭행 사건', '정부 보상금' 문제마저 가감없이 드러내어, 참사 초기 유가족들이 겪은 진통마저 냉정하게 직시하고 평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단원고 2학년 1반 고 김수진양 아버지)은 이번 기록집에 가족들 내부의 갈등과 어려움을 기록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이번 기록집을 '가족협의회 백서'라고 불러요. 저희들의 삶이 담긴 10년을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팽목항에서, 진도 체육관에서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지옥을 견뎌온 가족들의 노력이 포장되거나 미화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보여드리기 어려운 치부도 있지만, 저희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지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조직사업부서장(단원고 2학년 8반 고 지상준군 어머니)는 가족들을 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 시민들의 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만들 때도, 세월호 특별법 천만 서명운동을 할 때도 저희 옆에서 함께해 준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어요. 여전히 생명안전공원(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부와 안산시가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세우기로 한 추모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굉장히 힘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저희의 손을 잡고 토닥여 줬던 시민들을 생각해요. 무릎이 꺾일 때마다 그분들의 큰 힘이 저희를 살게 했어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양 언니 남서현씨가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 김주희씨,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첫째 누나 박보나씨, 남서현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소속 이호연 작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양 언니 남서현씨가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 생존자 김주희씨,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 첫째 누나 박보나씨, 남서현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소속 이호연 작가.
ⓒ 출판사 온다프레스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와 단원고 생존자도 이날 2부 기자간담회에 나와 두 책에 담긴 자신들의 육성을 직접 증언했다. 보나씨는 사회가 정한 '피해자'라는 범위 앞에서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던 날들을 통틀어 "가만히 있어야 했던 시간들"이라 이름 붙였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들에게 묻지 않았어요.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고, 항상 뒤로 물러나야 했어요. 부모님들도 보호라는 명목으로 우리들이 앞에 나서는 일들을 두려워하고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우리가 왜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우리의 형제자매가 죽었는데, 우리도 참사 피해자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저희는 그렇게 10년 동안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을 바라보며 무너지고 다시 서는 과정을 배워갔어요."

단원고 생존자 주희씨는 이번 기록집에 참여한 자신의 육성 기록이 "모든 생존자들을 대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흐릿해져 가는 자신의 기억이 또 다른 참사를 막는 사회적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가 하는 말이 다른 생존자들을 대표한다거나 '요즘 생존자들은 이렇다'는 식으로 얘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의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구술 작업에 참여한 거거든요. 세월호의 기억이 흐려지는 가운데 이렇게 기록이 남겨지는 게 좋으면서도, 이번 기록집을 통해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해요."

주희씨와 서현씨가 구술자로 참여한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20대 후반 청년이 된 세월호 생존자 9명, 희생자 형제자매 6명, '세월호 세대' 시민 2명이 자신 앞의 재난에 마주 서서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난 10년간 '그래도 살아 있지 않냐', '자식 잃은 부모가 아니지 않냐'는 편견에 맞서왔던 생존자와 형제자매가 참사 이후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아려 왔는지를 기록했다.

'세월호'라는 고유명사로 남지 않도록

오는 4월 16일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작가기록단이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육성을 기록한 것은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면서도 지난 10년간의 삶과 역사를 함께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기록단은 세월호 참사가 그저 '국가적 재난'으로 칭해지는 대형 재난이 아니라, 또 다른 사회적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 재난 피해자 운동이 거울삼아야 할 참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유 작가의 말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은 자신들의 참사만을 위해 싸우지 않았어요. 이분들이 10년간 싸우며 무수한 일상을 살아낸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남기지 않고 우리 사회 또 다른 피해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제2의, 제3의 재난 참사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은, 자녀를 잃어버리고 살아야 할 희망도 잃어버린 이분들의 10년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어요."

두 책은 출판사 온다프레스를 통해 오는 3월 15일 정식 출간된다. 작가기록단은 출간과 함께 전국 북토크를 기획하고 있다. 오는 4월 5일에는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관에서, 4월 6일에는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자리가 예정돼 있다. 그곳들에서는 또 어떤 세월호의 조각들이 새롭게 맞춰지고 이어 붙여질까. 열 번째 봄이 다가오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출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출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태그:#세월호, #10주기, #기록집, #생존자, #형제자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꼼꼼하게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독자의견

해당 기사는 댓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