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찌아찌아 부족이 거주하는 곳에서 활동하는 우충환 바우바우 세종학당장
 찌아찌아 부족이 거주하는 곳에서 활동하는 우충환 바우바우 세종학당장
ⓒ 김슬옹

관련사진보기

 
한글을 부족의 문자로 채택한 찌아찌아 부족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 이 곳의 우충환 바우바우 세종학당장이 잠시 한국에 와 짧은 일정을 끝내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우 학당장은 2021년에 개원한 볼리비아 최초의 라파스 세종학당장에 취임한 데 이어, 2022년에 개원한 바우바우시세종학당장과 찌아찌아훈민정음학당장을 겸하며 지역 내 한글을 보급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2023년에 발족한 나비(NAVY) 후원회의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고, 또한 찌아찌아 부족에게 한글교육은 물론 한국어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라고 한다. 출국 전인 2월 22일 서울 인사동 식당에서 우 학당장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25일 출국 후에는 카톡으로 인터뷰를 이어갔고 자료를 제공 받았다.
 
2023년 10월 28일 제1회 원암문해상을 받으러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기념 사진. 왼쪽부터 알리와 아비딘(한글교사), 우충환(바우바우세종학당장), 와오데 알자릴리아니(부톤대 총장), 라시드(한글교사), 이부리니(부톤대국제협력처장), 주딘(찌아찌아부족대표)
 2023년 10월 28일 제1회 원암문해상을 받으러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기념 사진. 왼쪽부터 알리와 아비딘(한글교사), 우충환(바우바우세종학당장), 와오데 알자릴리아니(부톤대 총장), 라시드(한글교사), 이부리니(부톤대국제협력처장), 주딘(찌아찌아부족대표)
ⓒ 바우바우시세종학당

관련사진보기

 
- 이번 한국 방문의 성과는 어떤가요?

"2009년 찌아찌아 부족이 한글을 부족문자어로 채택한 지 어언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찌아찌아 부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 이는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을 구현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램이기도 하죠. 2023년 10월 28일 제1회 원암문해상 시상식에 찌아찌아(훈민)정음 교사와 부톤대학교 총장을 초청한 이래 올해는 찌아찌아 부족에게 한글을 폭넓게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현지 교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한국어 연수기회를 마련하고, 찌아찌아 제 6고등학교에 한국어 교원이 직접 출강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찌아찌아 부족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부지에 원암문화재단(이사장 이기남)께서 '훈민정음학당'을 설립하고, 경제공동체 마을을 조성하기로 하였습니다."  
- 부족의 한글 관심은 어떤가요? 

"찌아찌아부족이 밀집한 소라올리오 마을에 들어서면 한글로 쓰여진 간판이나 도로표지판들이 자주 눈에 띄어, 그곳 지역주민들이 한글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요. 한때 이들은 '깜풍코리아'라는 한국마을을 조성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지역을 찾기도 하는 등 한국문화 관심이 많았습니다. 교육면에서도 이전에는 소라올리오 지역의 찌아찌아 부족을 중심으로 찌아찌아정음 교육을 했지만, 지금은 인근 다른 부족에게도 한글교육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교육과정 변화 등으로 현재는 교육이 다소 위축되어 있는 편입니다. 이 지역에서 활발한 한국어교육과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재)원암문화재단에서는 <바하사찌아찌아> 교재 및 <찌아찌아라뽀꼬어> 사전을 발간하였고, 앞으로는 부족의 설화와 민담집을 한글 표기문자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는 찌아찌아부족이 그들 설화와 민담을 한글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자신들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유지, 보존하고자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찌아찌아정음 교사, 왼쪽부터 라시드, 알리, 아비딘과 함께한 우학당장. 한글 표기 찌아찌아 말은 “나는 지식을 찾으러 와서 그것을 찾아 집에 간다”라는 뜻
 찌아찌아정음 교사, 왼쪽부터 라시드, 알리, 아비딘과 함께한 우학당장. 한글 표기 찌아찌아 말은 “나는 지식을 찾으러 와서 그것을 찾아 집에 간다”라는 뜻
ⓒ 바우바우 세종학당

관련사진보기

   
-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우바우시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두 번 비행기를 갈아타야 닿을 수 있는 부톤섬에 위치한 소도시로써, 시 전체 인구가 10만 밖에 되지 않아 수강생 모집이 쉽지 않고 저소득층이 많아서 수업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가끔은 교통비가 없어서 수업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 이 사정을 알게 된 저의 해군사관학교 동기 이양호 KEC회장이 나비(NAVY) 후원회를 결성하였고 이어서 해사 34 동기와 전주여고 44회 졸업생이 이에 흔쾌히 동참하였습니다. 지난 수료식에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덕분인지 올해 신학기 세종학당 수강 신청자가 259명으로 두 배로 늘어나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 나비 장학금이 이곳 세종학당을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과 한글보급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열배 스무 배의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회장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비 장학회는 우충환 세종학당장의 봉사활동과 현지 소식에 감동을 받아 후원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마침 제가 동기회장직을 맡고 있어 이 사실을 동기회와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참여 인사가 많이 늘 것 같고, 그 규모가 확대되면 더 의미 있는 교육이 이뤄질 듯해 후원 보람이 커질 것이라 기대가 큽니다"라고 말했다.
 
아랫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양호 회장. 2009년부터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을 후원하고 있는 이기남 원암문화재단 이사장(맨 윗줄 가운데 여성)과 함께 했다.
 아랫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양호 회장. 2009년부터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을 후원하고 있는 이기남 원암문화재단 이사장(맨 윗줄 가운데 여성)과 함께 했다.
ⓒ 바우바우 세종학당

관련사진보기

 
가운데 이현숙 바우바우 세종학당 한국어 교사, 우충환 학당장  @바우바우 세종학당
▲ 나비 장학금 수상자(2023. 12.16). 가운데 이현숙 바우바우 세종학당 한국어 교사, 우충환 학당장 @바우바우 세종학당
ⓒ 바우바우 세종학당

관련사진보기


- 바우바우시에 세종학당이 들어서서 나아진 점은 무엇인가요?

"바우바우시에 세종학당이 들어서면서 '한국어교원'자격을 갖춘 교사를 확보하여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출강을 통해 원거리 수강생들도 가르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한식체험이나 한복 입기체험 등 세종학당의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민에게 한국문화를 손쉽게 전파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좁은 지역이지만 그만큼 교육의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 한사모(한국어를 사랑하는 모임)가 결성이 되고 K-팝 동호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사모는 바우바우시 해변가의 폐지 줍기 등 봉사활동을 자청하여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학당의 문화체험 활동의 일환인 K-팝댄스와 노래는 이제 바우바우 소재 학교의 개강식이나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가 되었답니다.

세종학당은 또한 소외된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균등한 교육을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지난 해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한국에 초청 연수를 다녀온 스리윈(Sriwin)의 경우도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세종학당에 입학하기 전 오직 K-드라마만 보고 한국어를 익히던 중 세종학당에서 수강하게 되어 한국어 실력이 급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23년 10월에는 한국의 '국립한경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바우바우 세종학당'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가서 공부하거나, 그 대학 재학생들이 바우바우에 와서 공부할 계기가 마련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바우바우세종학당은 취미활동, 유학, 취업을 목표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수강생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발전은 물론, 지역 사회에도 기여가 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바우바우 세종학당은 비록 소도시에 위치해 있지만 앞으로 내실있게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우바우세종학당 한국인 교육자이기도 한 이현숙 교사는 교직에서 교장으로 퇴임한 후 한국어 교사로 제2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2학기를 마친 보람을 이렇게 말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많은 관심 덕에 착실하게 수업을 이끌어가며, 발전해가는 수강생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끼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까말리 해변의 쓰레기 수거에 나선 한사모 회원들
 까말리 해변의 쓰레기 수거에 나선 한사모 회원들
ⓒ 바우바우 세종학당

관련사진보기


태그:#한글, #바우바우세종학당, #원암문화재단, #찌아찌아족, #우충환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