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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70여 일 남았지만, 선거법이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비례대표제의 경우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현행 유지와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지난 연말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비례대표제를 두고 돌아가는 상황과 이탄희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나는 목적이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탄희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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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아직 확정 안 되었잖아요. 현재 현행 연동형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리도 있던데 어떤 상황인가요?

"하루하루 바뀌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입장은 국민의힘과 선거법 퇴행 야합을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현행 선거법대로 치르자는 게 제 입장입니다."

- 그럼, 현행 선거법에서는 위성 정당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보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성 정당도 나쁘지만, 병립형으로 선거법을 회귀하는 건 최악입니다. 왜냐하면 위성 정당은 선거 전략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2028년도나 2032년이 되면 변화가 있을 수 있잖아요."

- 선거제도를 병립형으로 갔다가 다시 연동형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 병립형으로 돌리면 다시 못 돌아옵니다. 선거법은 국회에서 정하잖아요. 지금 병립형으로 회귀시키면 22대 국회에서는 거대 양당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거대 양당이 다시 다양한 세력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할 리가 없잖아요."

- 권역별 비례대표에 대한 얘기도 나오던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연동형 선거제도 하에서 도입되면 좋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영남 권역과 호남 권역을 따로 설정해줘야 영호남 내의 소수 세력이 혜택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 정치개혁을 주장하시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목적이 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우리가 정치하는 목적이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난 21대 국회를 뒤돌아보면 우리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가졌지만, 정치적 성과는 거의 달성하지 못했잖아요. 개혁 입법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또 정권도 빼앗겼고 또 민주당의 신뢰도가 예전처럼 높지도 못하잖아요. 이것은 증오 정치, 반사이익 구조에 갇혀 있기 때문이거든요."

- 민주당은 아마 이렇게 말할 거 같아요. '우리는 개혁 입법하려고 했는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건 야당일 때 이야기죠. 여당일 때도 우리가 못했잖아요. 정치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의석수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민주당 정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제 4년 동안 경험이었어요."

- 그럼 구조 어떻게 바꾸죠? 선거제만 바꾸면 구조가 바뀔까요?

"지금의 증오 정치 구조에서 연합정치 구조로 바꿔야 됩니다. 그리고 연합 정치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 해야 될 여러 가지 일이 있는데요. 선거법 퇴행 저지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 왜 증오 정치가 되었을까요?

"저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첫째, 정치권 내에 반사 이익 구조가 너무 심해졌고요. 둘째, 우리 정치에 미치는 검찰의 영향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래서 정치의 사법화가 극에 달했죠. 그리고 셋째, 일부 언론과 제반 환경 역시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상황입니다.

반사이익 구조부터 말씀을 드리면 21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의석 점유율 합계가 87년 이후로 가장 높습니다. 합쳐서 283석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비율이 94%죠. 한마디 3당 4당 5당 6당이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 거죠. 그렇게 되고 나니 결국 국민들에겐 선택지가 둘 중의 하나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되고 정치인들에겐 상대방만 못 찍게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이기는 반사이익 구조가 된 거죠.

지난 대선을 다시 생각해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외친 구호는 '정권교체' 하나밖에 없었어요. 본인의 공약 한 줄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고 손에 왕자를 그리고 나왔다가 이게 카메라에 잡혀서 망신을 사기도 했죠. 그런데 정권 교체라는 구호 하나만으로 민주당에 대한 혐오 증오, 실망감 같은 것들을 최대한 자극하고 그것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한 거예요."

- 지금은 여야 할 것 없이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냥 '쟤 나쁘니 찍지 마! 우리만 찍어'라는 것만 말해요. 한국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는 얘기는 없어요.

"동의합니다. 상대방을 타격하고 모욕하고 조롱해서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데에서 그치는 쉬운 정치하고 있는 거죠. 현실정치에서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증오 정치의 방식으로 대통령에 당선이 됐고요. 대통령 당선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상대 정치 세력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국정 운영만 하고 있어요. 다른 정치 세력들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하고 또 파업하는 노동자들한테 북핵보다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하고, 59조 원 세수 펑크 내고 그러고 나서도 오히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으면 더 많이 펑크 났을 거라고 동문서답하고요.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선거제도에 동의를 해주면 윤석열 정부에게 앞으로 2027년까지 3년 더 증오 정치를 연장할 수 있는 발판을 깔아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과반을 넘어야 정권을 견제하지, 과반이 안 되면 어떻게 하냐'는 입장인 듯한데요.

"그런데 병립형 선거제도는 누가 요구하는 거죠? 국민의힘이죠. 국민의힘은 민주당 좋은 제도를 요구할 리가 있을까요? 병립형 선거제도는 국민의힘이 지금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의석수를 더 늘리기 위해서 민주당도 조금 더 의석 더 가져가라고 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예요. 민주당에서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병립형을 주장한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일부 있는데요. 민주당 의석수가 1석 늘어도 국민의힘 의석이 2석 더 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불출마 선언? 내가 말한 걸 지킬 것"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탄희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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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비례대표 의석은 47석밖에 안 되잖아요. 그보다 지역구에서 과반을 넘기면 끝나는 건데 왜 비례대표를 포기 못 할까요?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지난 1월 15일 병립형 선거제도를 강하게 요구했잖아요. 민주당이 한동훈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속셈을 간파하지 못하고 속아 넘어가고 있는 거예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궁지에 몰렸어요. 국민의 60% 정도가 윤석열 정부를 견제 또는 심판해야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견제 심판 민심이 제대로 작동이 되는 현행 선거법대로 선거를 치르면 국민의힘 의석수가 아주 작게 나올 수 있다고 본인들은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병립형 선거제도로 돌려서 120~130석 정도를 국민의힘이 보장받아야 개헌 저지선도 확보하고 법률안 거부권도 계속 행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본인들이 120~130석 되기 위해 민주당도 10석 20석 더 받으라고 민주당 유혹하는 거죠."

- 의원님은 불출마 하셨잖아요. 만약에 현행 선거법이 유지된다면 불출마를 번복할 수 있나요?

"저는 제가 말한 걸 지킬 겁니다. 지금 눈앞의 일은 선거법이 퇴행되지 않도록 막는 일이라서 여기에 모든 힘을 집중할 거예요."

- 이달 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게 증오 정치에 대표적인 사례 같거든요. 그 문제를 어떻게 보셨어요?

"너무 끔찍한 일이고요. 이런 일들이 더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가 커요. 이재명 대표 살해 미수범은 확신범이었잖아요. 유튜브를 편식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대화하고 토론하지 않고 하다 보니 이재명 대표라고 하는 사람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 차서 확신을 가지고 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언론에 본인의 입장문까지 보낼 정도였잖아요. 지금 이 증오 정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한 사람만 있을까요? 이분은 임계치가 넘어서 물이 100도가 넘어서 끓었기 때문에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왔지만 70도 60도 50도 수준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수 있는 거죠."

- 이건 여야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증오 정치 구조를 바꿔야 돼요. 제가 이야기한 반사이익 구조가 계속 심해지면 계속 우리나라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쉬운 정치만 있을 거고요.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해지거나 극단적인 행동이 또 발생 가능성이 계속해서 더 커지는 거죠. 

증오 정치라고 하는 게 지금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진 현상은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11월에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에요. 밀레이 대통령은 유세하면서 시민들 앞에 전기톱을 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전기톱으로 모든 것을 다 부숴 없애겠다는 퍼포먼스를 했거든요. 끔찍한 일이죠. '영아 매매를 합법화하겠다',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 그리고 '기후 위기 예산을 0으로 만들겠다'란 공약을 내세웠는데 당선이 됐어요.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돌아오고 있어요. 네덜란드에서는 극우당이 처음으로 1당이 됐습니다. 전 세계적인 형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고요. 이런 증오 정치가 극단적인 극우 포퓰리즘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선거제가 퇴행하는 건 반드시 막아야 돼요."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대에서 의원 정수를 250석으로 줄이겠다고 한 건 어떻게 보세요?

"국회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거죠. 만약 그게 진지한 정치 개혁 방안이라면 250석으로 줄어들면 국민에게 뭐가 좋아지는지에 대해 얘기했어야 하잖아요. 전문가들은 오히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 특권이 더 늘어난다고 지적하던데요."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은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해요.

"큰 관심 없습니다. 저는 윤·동·희라고 부르는데요.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 세 사람은 같이 올라왔고 같이 내려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그 세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갈등이 있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핵심은 김건희 특검인 거 같거든요, 그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김건희 특검법은 22대 국회가 구성되는 즉시 제일 먼저 처리해야 될 법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총선 때도 민주당이 선거연합 차원에서 여러 정치 세력의 공통 공약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했던 8개의 법률을 같이 처리하자고 공통 공약으로 걸었으면 좋겠어요."

태그:#이탄희, #선거제도,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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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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