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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골절되어 핀을 박는 수술을 한 아들이 핀을 뽑는 날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핀을 뽑고 항생제 주사를 처방해 주셨다. 주사실로 가니 앳돼 보이는 간호사 한 명이 아이와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는 주사를 어디에 맞는지 물어보았고 간호사는 혈관에 놓을 거라고 했다. 그는 아이의 팔을 걷어 올리고, 팔꿈치 위쪽을 고무줄로 묶고, 팔에서 혈관이 보이는 부분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러고는 그 곳에 조심스레 주삿바늘을 찔렀다. 씩씩한 아이는 '앗' 하는 소리만 한번 낼 뿐 눈을 질끈 감고 잘 참아 주었다.

그런데 주사약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간호사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주삿바늘을 뽑았다. 그러고는 좀 전에 했던 과정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 실패. 속이 많이 상했다. 주삿바늘이 내 가슴을 찌르는 듯 아팠다.
 
주사는 언제나 두렵고 아프다.
 주사는 언제나 두렵고 아프다.
ⓒ Pixabay(Liz Mas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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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번이나 찌를 셈이냐, 그것도 제대로 못 하느냐, 우리 아이 혈관 터진 건 어떻게 책임질 거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 마디 해야 하나 생각하다 관두기로 했다. 그가 연신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했고, 그 순간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동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주사 놓기를 두 번 실패한 간호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다른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잠시 후 아이는 경력이 많아 보이는 간호사에게 한 번에 주사를 맞았다.

집에 돌아와 동생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너도 경력이 많지 않았을 때 혈관을 한 번에 잡지 못한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동생은 있었다고,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럴 경우에 화를 내는 환자도 있었고 내지 않는 환자도 있었는데 화를 내는 환자 앞에선 더욱 주눅 들었고, 화를 내지 않는 환자 앞에선 용기가 생기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동생에게는 혈관을 잘 잡지 못해 환자에게 욕을 먹었던 처음이 있었고, 나에게는 학생들의 질문이나 고민을 척척 해결해 주지 못했던 처음이 있었다. 낯선 포스기 앞에서 계산을 빨리 해내지 못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익숙지 않은 메뉴를 제대로 주문받지 못했던 음식점 종업원에게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 사원에게도.
  
동생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주삿바늘을 잘못 찔렀을 때, 환자가 보인 반응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냐고. 동생은 '괜찮습니다. 편하게 하세요'라고 말해준 환자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고 했다. 그날 나는 간호사에게 항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응원해 준 것도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시절이 지나가면 잘 하게 되어 있다. 그 시절이 잘 지나갈 수 있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에게 주사 놓는 걸 실패하고 결국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그 간호사가, 간호사가 처음인 지금을 잘 보내고 어떤 환자에게든 척척 주사를 놔주는 간호사가 되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태그:#응원합니다, #누구에게나처음은있다, #혈관주사, #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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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책으로 성장하다. 책에서 힘을 얻습니다. 어쨌든 읽고 무작정 쓰고 아무것이라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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