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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9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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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김선태 충주시 유튜브 운영 전문관을 언급하며 "이런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보를 잘 해야 좋은 정책이 빛을 본다는 얘기인데,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정색을 하고, 공영방송의 뉴스 앵커가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교체되는 세상에서 '충TV'의 솔직함을 시늉이라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면서 ▲모바일앱을 통한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생계급여 인상 및 지원대상 확대 ▲부모급여 인상 ▲늘봄학교 확대 ▲K-패스 도입 등 새해 시행 정책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께서 잘 몰라서 그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 정책은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정보를 어디로 어떻게 전해야 국민들께 확실하게 전달될지,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해주기 바란다"며 "(충북) 충주시 홍보를 맡은 젊은 주무관은 '충TV'라는 유튜브를 만들어서 참신하고 재미있게 정책홍보를 해서, 구독자가 충주 인구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혁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정책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정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솔직함으로 시청자 공감 얻은 '충TV'

윤 대통령이 말한 유튜브 채널 '충TV'는 9일 현재 구독자가 55만7000 명을 넘는다. 정부나 지자체의 홍보 채널로서는 이례적으로 구독자와 조회수가 많다. 그 전부터 격식을 탈피한 'B급 감성' 포스터 등의 시정 홍보물을 만들어 유명해진 김선태 주무관은 유튜브 채널도 성공시켰고, 최근 입직 7년 만에 6급 전문관으로 승진했다.

김 전문관은 지난 2020년 9월 23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홍보 철학이 "무조건 다르게, 솔직하게 해보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홍보안을 관철시킨 비결을 '선 업로드 후 뚝배기' 즉, 결재 없이 시행부터 하고 상사의 문책을 받는 걸로 설명하기도 했다.

'충TV'의 초기 영상 중에는 시장이 출근하며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받은 공무원은 "아니 유튜브를 내가 어떻게 해? 지금 하는 일도 바쁜데"라고 푸념하는 영상도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 재미도 재미지만, 시청 공무원의 속내를 솔직하게 담아낸 게 시청자와 공감을 이뤘고, 충TV 성공의 기반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충북 충주시 유튜브 '시장님이 시켰어요!!!'편.
 충북 충주시 유튜브 '시장님이 시켰어요!!!'편.
ⓒ 충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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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 행정부처 공무원들은 어떨까.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정책에 대해 '이걸 어찌 하라는 건가'라고 푸념하는 영상을 내보낼 수 있겠는가. '길형이' '또 길형' 같이 시장 이름을 아무렇게나 쓰는 충TV처럼, '석열이' '또 건희' 같은 말을 쓸 수 있을까? 

지난 2022년 대통령과 배우자, 측근 등을 풍자해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고교생 작품 '윤석열차'라는 만평을 다시 떠올려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했고, 진흥원의 2024년도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하지만 지금 봐도 작품 내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KBS 사장은 그동안 KBS가 방송을 잘못했다고 일방적으로 사과하더니 뉴스 앵커와 주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작별 인사도 없이 하루아침에 교체해버렸다. 

공무원들도 이런 상황을 아는데 '솔직함'이 핵심인 충TV식 정책홍보를 할 수 있을까?

태그:#윤석열, #충TV, #김선태, #펭수, #정책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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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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