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호강 안심습지를 찾은 겨울 진객 천연기념물 큰고니
 금호강 안심습지를 찾은 겨울 진객 천연기념물 큰고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5일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인 안심습지를 찾았다. 이맘때 금호강 습지들은 겨울 철새들 세상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100여 개체와 역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수십 마리가 안심습지를 찾아왔다. 

주변에 큰 도로와 민가 등 큰 교란 요소가 없어 이들은 안정적으로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안심습지는 이들이 겨울 동안 머무는 '별장'인 셈이다.
 
천연기념물 큰고니들의 자맥질. 그 모습이 마치 싱크로나이즈 스위밍하는 수영선수들 같다.
 천연기념물 큰고니들의 자맥질. 그 모습이 마치 싱크로나이즈 스위밍하는 수영선수들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재맥질하다 불쑥 일어선다. 그 모습이 마치 싱크로나이즈 스위밍을 벌이는 것 같다.
 재맥질하다 불쑥 일어선다. 그 모습이 마치 싱크로나이즈 스위밍을 벌이는 것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날 안심습지를 찾은 사람들에게 큰고니들이 특별한 춤사위를 뽐내주었다. 10여 마리의 큰고니들이 소리 지르며 열심히 자맥질하는 모습을 선보인 것이다. 한참 동안 이어진 이들의 모습은 독특했다. 마치 싱크로나이즈 스위밍하는 수영 선수들을 보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춤을 추며 놀았다.

큰고니들의 특별한 장기자랑이 잦아들자 이번엔 큰기러기들이 나섰다. 멀리서 큰기러기들이 편대로 비행해 오더니 큰고니들이 춤추는 바로 그곳으로 나란히 내려앉는데 그 모습이 마치 편대 비행하는 비행기들이 활주로로 함께 내려서는 것 같은 장관이다.
       
안심습지 금호강에 편대비행하며 내려앉는 큰기러기들
 안심습지 금호강에 편대비행하며 내려앉는 큰기러기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멸종위기종 큰고니들과 큰기러기들은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 함께 이곳에서 생활한다. 겨우내 이곳에서 겨울을 난 후 다시 시베리아 등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이맘때 안심습지는 큰고니와 큰기러기 등 귀한 겨울철새들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큰고니의 자태를 감상하러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큰 망원렌즈를 장착한 사진 동호인들이 많다.

팔현습지 찾는 겨울 철새와 터줏대감 수리부엉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알록달록 쇠오리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알록달록 쇠오리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겨울 철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는 바로 팔현습지다. 팔현습지 역시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로 겨우내 많은 겨울철새들이 이곳을 기반으로 생활하며 겨울을 이곳에서 난다. 특히 이곳은 오리류들이 많이 찾는다.

소오리, 비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같은 오리류들이 무리 지어 생활한다. 머리와 날개에 녹색 완장을 찬 쇠오리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가까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잠수교인 강촌햇살교가 팔현습지를 가로지르며 나 있어 이곳에서 이들이 모습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청둥오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청둥오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철새들에게 헤코지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지 크게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아 비교적 가까이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팔현습지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겨울 팔현습지의 명물은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가 아닐 수 없다. 겨울 철새가 아닌 이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텃새지만 늠름한 모습으로 팔현습지 하식애 중턱에 앉아 습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귀한 새가 이곳 팔현습지를 보호하는 수호신과 같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수호신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금호강 팔현습지의 수호신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아닌 게 아니라 팔현습지에는 지금 개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현재는 슈퍼제방 공사를 벌이고 있지만 곧 수리부엉이의 서식처인 하식애 앞으로 8미터 높이의 보도교 건설공사가 예정돼 있어서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에겐 큰 위해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보도교는 특히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에 해당하는 하식애와 왕버들숲을 관통하기 때문에 이곳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14종에 이르는 멸종위기종들의 생존에도 큰 위해요소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문제의 사업을 벌이는 주체가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라서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멸종위기종과 그들의 서식처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도리어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를 망가뜨리고 이들을 이곳에서 내쫓는 공사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현습지 망치는 보도교 공사 철회해야
  
팔현습지에는 이미 인간개발이 차고넘친다. 더이상의 개발이 불가한 이유다.
 팔현습지에는 이미 인간개발이 차고넘친다. 더이상의 개발이 불가한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금이라도 환경부는 문제의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 팔현습지는 인간들의 땅이 아닌 야생의 땅에 더욱 가깝기 때문이다. 이곳은 산과 강이 온전히 연결된 중요한 생태공간으로 특히 이곳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의 영토다.

지금도 충분히 사람들은 팔현습지를 누리고 있다. 팔현습지로 쉽게 접어들 수 있는 강촌햇살교라는 잠수교도 있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흙길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심지어 27홀 규모의 거대한 파크골프장까지 들어서 있다. 이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또 교량형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를 닦으려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인 팔현습지 하식애 앞으로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 공사를 벌이려 하고 있다. 이 공사가 예정되로 진행되면 이곳에 살고 잇는 수리부엉이 부부를 비롯한 멸종위기종들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인 팔현습지 하식애 앞으로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 공사를 벌이려 하고 있다. 이 공사가 예정되로 진행되면 이곳에 살고 잇는 수리부엉이 부부를 비롯한 멸종위기종들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의 길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인간 개발과 인간 간섭은 지금도 충분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개발은 팔현습지에서 불가하다. 그래야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놔둬야 한다. 지금 수리부엉이 부부가 안정적으로 이곳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 사업은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를 내쫓는 토건 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의 사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팔현습지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의 바람이다.
  
금호강 안심습지에는 지금 100여 개체의 큰고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금호강 안심습지에는 지금 100여 개체의 큰고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안심습지와 팔현습지는 대구를 대표하는 습지들로, 특히 겨울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들 겨울 철새들의 우아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이곳을 찾게 하고 겨우내 이곳에서 잘 머물다 돌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생명평화일 것이다.

그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의 생태적 각성과 제자리 찾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 제보 환영합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안심습지, #큰고니, #수리부엉이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