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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11월 29일~30일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며 활동하고 있는 경북 봉화와 충남 대전, 충북 괴산의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활동과 의미, 그리고 지역의 고민들을 총 5회에 걸쳐 독자에게 전합니다.[기자말]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는 겨울철이 되면 하루 종일을 노인정에서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 방과 할아버지 방으로 나눠진 시골 경로당에서는 시골 어르신들이 내내 같이 밥을 해먹고, 시간을 보내다 해가 지면 각자 집으로 흩어져 저녁시간을 보냈다. 집에 오면 전기장판을 켜고 잠을 잤다. 기름 보일러가 있지만, 자식들이나 손님이 방문하는 일이 아니라면 겨울철 집을 훈훈하게 집을 데우는 일은 드물다. 기름 값도 걱정이고 낮이면 노인정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이유가 된다. 아직도 시골 마을에는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난방을 하는 곳도 남아 있다. 

충북 괴산군 장염면의 장암마을과 신대 마을의 상황도 비슷하다. 마을의 30% 정도는 여전히 화목 난방을 한다. 그러니 겨울이 되면 나무를 태우는 연기가 올라오며 공기가 매케해진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니, 아궁이를 쓰지 않는다면 등유 보일러를 설치해야 할텐데, 이는 설치 비용도 유지 비용도 부담이다. 

올해 3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촌 주민의 난방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농촌가구가 도시 가구에 비해 월평균 4.2만 원가량 연료비 지출이 많은데 그 이유가 농촌이 등유, 전기, 화복보일러 를 난방에너지로 사용하며 개별난방 사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96.2%에 달하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의 연료비 지출 격차는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더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겨울 내내, 난방비를 걱정하는 일이야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골마을에서는 도시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도시가스에 기반한 난방 인프라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도시가스는 등유에 비해 가격도 싸고 효율도 좋다. 이러한 조건은 시골마을을 살기 어려운 곳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래 농촌마을에서는 마을 단위의 LPG 소형저장탱크 설치가 숙원사업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에너지 복지 측면을 따지자면 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등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하더라도 LPG나 도시가스 역시 화석연료에 기댄 에너지 원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난방비 걱정을 더는 겨울   

산림청이 제시하는 산림용어사전에 따르면 '산촌'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림 가운데 위치하는 촌락으로 임야 점유 비율이 높고 경지율이 낮으며 소득이 낮은 편으로 사회/경제/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어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생활환경의 정비수준이 낮은 인구 과소 지역"이라고 정의된다.   

괴산군 장암리의 장암‧신대마을 마을은 산촌의 정의가 딱 들어 맞는 곳이었다. 괴산군청이 있는 읍내에서 문경새재 방면으로 약 20여 분을 더 들어가면 폐교된 옛 장풍초등학교가 마을의 입구처럼 위치해 있다. 230여 명, 149가구가 거주하는 이 두 마을은 약 60%가 기름으로 난방을 하고 있다. 나머지는 심야전기, 화목이나 연탄 등 개별 난방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에너지 취약성이 높을 뿐 아니라, 거주 인구의 고령화 비율도 높아 주택 개선이 이뤄지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한편으로는 마을 인근과 괴산군 일대의 산림을 통해 목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괴산군 전체 토지면적의 약 76%는 산림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산림 면적은 6만3858ha이고 총 산림축적은 1000만㎥에 달할 정도로 산림 자원이 풍부하다. 괴산군이 지난 2020년 발표한 괴산군 산립종합계획 보고서에 의하면, 수종갱신과 간벌을 통해 매년 12만5000㎥의 목재 생산 잠재력이 있음을 분석하였고, 이 목재의 이용도 등급에 따라 재재목, 산업 및 에너지 원료, 퇴비 및 정원용 등으로 사용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과, 에너지 취약조건은 마을의 겨울을 나는 방법으로서 목재칩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을 대안으로 삼도록 했다. 산림청이 시행하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 공모에 괴산군 장암리 일대가 선정되면서 이 마을에서는 바이오매스를 통해 마을을 아우를 수 있는 중앙난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충북 괴산 장암리에 건설 중인 '담바우에너지공급센터'는 내년 봄에 완공될 예정이다.
 충북 괴산 장암리에 건설 중인 '담바우에너지공급센터'는 내년 봄에 완공될 예정이다.
ⓒ 안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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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내 가로수 관리, 산림 이용에 따른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를 목재칩으로 가공하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가스피케이션과 목재칩 창고, 에너지 공급센터 보일러 등을 건설 중에 있다. 폐교된 장품 마을 바로 인근으로 목재저장시설과 열병합 발전시설을 건립하고, 마을의 가구로 연결시키는 총 6.9km의 배관망을 갖춰가고 있다.

여름철에는 난방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목재칩을 태우며 생산된 가스로 전력을 만들어내고, 겨울철에는 목재칩 보일러를 통해 난방 열을 함께 공급하는 방식이다. 내년 봄, 시설 설치가 마무리 되고 열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주민들은 개별난방을 할 때와 비교했을 때 가구당 약 25%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연간 676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킬 수 있으며, 전기를 판매하여 1300만 원의 마을 공동 수익의 발생도 기대되고 있다.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며 참여하는 에너지 전환

장암리의 에너지 전환 마을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바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목재의 이용과 소비가 지역 안에서 이뤄지며 또한 산림 이용에 대한 계획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앞서 언급한 괴산군의 산림종합계획의 역할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중 별도로 10년 단위 산림계획을 수립한 곳은 괴산군을 포함하여 3곳 밖에 없는데 괴산군은 산림계획을 지역사회의 경제사회적 비전과 일치시키면서 보전과 관리의 범위를, 생산림, 보전림, 공익림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 가능한 숲에서 수종갱신과 간벌을 통해 생산되는 목재의 양을 파악하고 목재의 등급에 따른 사용처를 구분하여 에너지 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의 양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괴산군의 자료에 의하면 벌채를 통해 연간 7만5000㎥의 목재를 생산하고 있는 반면, 간벌재의 수집은 5%에 불과하여 산에 쌓이는 미이용 목재가 1만5000㎥에 달한다.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는 지역에서 발생한 미이용 목재를 지역 안에서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특히 나무는 부피가 커서 지역과 지역 간 이동이 커지면 경제성이 낮아지고, 나무를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원목을 잘라버리는 원료 조달방식의 환경적 문제를 이야기했다. 지역 차원의 산림 자원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용가능한 범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괴산군이 목재칩을 이용한 에너지 전환의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며, 사업의 의미와 방향을 학습했다.
   
괴산 장암리의 에너지 전환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와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
 괴산 장암리의 에너지 전환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와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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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500MW 이상 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량을 규정한 RPS제도는 석탄화력발전사들로 하여금 목재펠릿을 재생에너지 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면서 국내에서도 목재 펠릿 생산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산림관리 등에서 발생한 부산물이 아니라 목재 펠릿을 위해 나무를 벌목하는 일들이 문제가 되었다. 탄소중립을 이야기 하면서도 숲의 지속가능성은 외면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의 한계 안에서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반복 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 원을 지역에 한정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의 숲을 보전과 관리 역시 지역의 몫으로 남겨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의 산림자원의 규모를 파악하고, 효율을 높여 열원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확인된다면 지역의 산림자원에 의지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마을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괴산군처럼 지역의 숲의 보전과 이용의 원칙을 명확히하고, 활용가능한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숲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이 불러오는 지역의 가능성 

괴산군에는 2동의 숙박시설과 휴양시설, 식당 등 편의 시설 등이 있는 자연드림파크가 있다. 최근 여기에서 장암리와 같이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난방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전력을 소비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장암리에 방문했다고 했다. 자연드림파크는 연간 4억 원 정도 에너지 비용을 내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해 2~3년 안에 8억 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시설의 독자운영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자연드림에서 열병합발전을시설을 설치하면 역시 장암리처럼 괴산군 내의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활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최근까지도 벙커C유로 난방을 했던 괴산군청과 같은 공공시설에서도 난방과 전력사용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내년 3~4월 장암리에서 설비를 준공하여 운영하기 시작한다면 지역 안에서 에너지 원을 확보하고 이용하는 탄소중립 난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암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싼 열공급이 이뤄지게 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열을 필요로하는 자영업의 입지 가능성도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지역에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사라지는 목욕탕이 운영되고 이것이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이용될 것이다. 괴산 장암리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 산촌마을이 경제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요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배보람씨는 녹색전환연구소 팀장입니다.


태그:#에너지전환, #녹색전환연구소, #담바우에너센터, #에너지자립마을, #바이오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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