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TV를 켜면 웹툰이 원작이라는 드라마를 흔히 볼 수 있다. TV에 방영하고 있는 '오늘도 사랑스럽개'나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스위트홈' 등이 있고 디즈니 플러스에는 '무빙', '비질란테', 티빙에 '운수 오진 날' 등이 있다. 

"이게 다 웹툰이 원작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원작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 넘쳐난다.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 
 
넷플릭스 스위트홈2 포스터
 넷플릭스 스위트홈2 포스터
ⓒ 넷플릭스 스위트홈

관련사진보기

 
1990년대에는 '책 대여점'에 가서 직접 빌려보던 만화책에는 슬램덩크나 드래곤 볼, 붉은 매 같은 무협 만화부터 풀하우스나 오디션 같은 순정만화도 있었다. 

그렇게 방 한구석에 쌓아놓고 읽던 만화책이 비디오 플레이어와 컴퓨터 게임에 밀려 사라지기 시작했을때도, 무려 스마트폰이라는 엄청난 기기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그 옛날 흥행했던 만화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될 줄은 몰랐다. 

양손으로 꽉 잡고 한 장 한 장 넘기던 까끌한 황토색 책장이 아니라, 손가락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만화는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렇다. 웹툰은 편하다. 한국인이라면 초등학교 입학만 해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밀어 올리기만 하면 언제든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통이라는 강력한 무기

어중간한 자투리 시간을 채우기에 웹툰 만한 것이 또 없다. 본래 만화가 가진 강점으로 긴 글을 읽지 않아도 되고 그림만 따라가도 내용을 알 수 있어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는 기본기를 깔았다. 그리고 소통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웹툰은 회차마다 독자들이 댓글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댓글창은 위트 넘치는 입담이 넘쳐나 웹툰의 또 다른 재미를 더하는 장이 되었고,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유대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웹툰은 기본적으로 매주 1화씩 정해진 요일에 무료 또는 일부 유료로 업로드된다. 하지만 작가가 올려놓은 만화를 미리 보고 싶은 이들은 회당 현금 200~300원을 내고 본다. 돈을 내고 미리 만화를 감상한 이들은 종종 댓글에 '미래에서 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만화 내용을 스포(스포일러) 하거나, 별 내용이 없으니 결제하지 말고 무료 업데이트를 기다리라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포스터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포스터
ⓒ MBC

관련사진보기

 
웹툰은 1주일에 1회 업로드 특성상 이야기가 천천히 진행된다. 인물의 회상이나 과거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고 작가의 휴재가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인기 웹툰은 보통 연재 기간이 길다. 그만큼 독자들의 애정도 깊어진다. 

2013년 11월 1일에 연재를 시작했던 웹툰 '프리드로우'는 얼마 전 2023년 10월 27일에 끝이 났다. 10년을 이어온 연재로 이웹툰의 댓글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봐왔다며 이제 입대한다는 댓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화에는 '눈물이 난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윈드브레이커'는 자전거 경주를 소재로 하는 웹툰으로 2013년 12월 8일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주인공 자현이가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러니 아마 앞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데다, 급하게 끝이 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독자로서의 마음이다.
 
네이버웹툰 ‘윈드브레이커’
 네이버웹툰 ‘윈드브레이커’
ⓒ 윈드브레이커 조용석

관련사진보기

 
한편 웹툰이 독자들끼리의 소통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웹툰에는 작가가 글을 쓸 수 있는 창도 있다. 

여기서 작가는 간단한 인사를 하기도 하고 소위 '떡밥'이라고 부르는, 이야기에 대한 단서를 던져 주기도 한다. 작가와 독자와의  소통도 더해지는 것이다. 

만화를 그리던 장태산 작가님이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몽홀'이라는 웹툰으로 돌아왔을 때, 그림의 퀄리티에 놀라기도 했지만 작가의 창에 쓰이는 글 또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은 자신이 서툰 점에 대해서도 쓰고 일상이야기도 썼다. '자석'을 '지남철'이라고도 부른다는 걸 나는 이 작가 덕에 처음 알았다. 

다양한 주제, 웹툰의 강점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웹툰이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물이나 로맨스, 액션 이외에도 대학생 생활이나 독립한 자취생활 그리는 생활밀착형 웹툰, 임신과 출산 과정을 자세히 다루어 유용한 정보를 담은 웹툰도 있다. 목숨을 걸고 돈을 따는 서바이벌 게임의 두뇌싸움을 그린 웹툰도 있고, 역사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웹툰도 있다.

이처럼 웹툰의 장르가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독자를 폭넓게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웹툰의 유행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카메라(자료사진).
 카메라(자료사진).
ⓒ Unsplash(Kushagra Ke)

관련사진보기

 
웹툰은 이제 우리가 보는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 활약하고 있다. 작은 네모칸에서 벗어나 큰 TV화면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웹툰은 동그란 말풍선 안에 간결한 대사를 담고, 인물의 표정을 세세히 그리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간혹 배경음악이 깔리기도 하고 현실 같은 배경이 등장하기도 한다. 가끔 웹툰을 보면 저절로 영상이 되어 자동재생되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다. 

이제 '만화'는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거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있는 이들은 없길 바란다. 만화는 칸을 뚫고 나와 웹툰이라는 새 형식으로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프로 적응러'가 아닐까.

K-pop에 이어 문화를 주도하는 주류가 되어 우리의 일상 사이사이를 파고든 웹툰,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태그:#웹툰, #드라마원작, #만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찰방찰방이는 수면에서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아이를 담고, 엄마를 담고, ‘나’ 와 ‘내가 아닌 나’ 를 담습니다. 미숙하지만 읽고, 쓰고, 생각하며 배워갑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