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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는 아직 선거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비례대표제'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거법 문제에서 목소리를 내온 이탄희 의원은 현 지역구인 용인정이 아닌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비롯한 당 주류는 병립형으로의 회귀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금 상황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속적으로 병립형 회귀 반대를 주장해 온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청년 최고위원을 지난 11월 29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못 이기는 척 국힘 따라가... 후과 어떻게 감당할건가"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청년 최고위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청년 최고위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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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은 총선 1년 전에 개정해야잖아요. 하지만 5개월도 안 남은 상태에서 선거구 획정은 물론 비례대표제에 관해서 결정을 못 내리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한국 정치는 정치 자체가 무능력한 상태예요.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죠. 이것은 법적으로 1년 전에 돼야 되잖아요. 근데 그때까지도 결정 못했고 결국 국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까지도 의견을 모았어요. 하지만 그 뒤로도 결론을 못 내는 거예요."

- 왜 그런 거죠?

"선거 룰이기 때문에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그 길목에서 민주당이 망설이고 있는 거예요. 그동안 우리가 선거제도 개혁해서 정치 개혁하겠다는 어젠다를 주도해 왔는데 지금 후퇴하고 있는 걸로 보여요. 위성 정당 방지법이 상당히 많이 나와 있는데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고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어떻게 보면 못 이기는 척 그냥 따라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 앞에서 민주당이 약속했었던 사안들을 뒤집는 꼴이 돼버리는데, 그 후과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합니까?"

- 민주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원하진 않을 거라고 보세요?

"우리는 위성정당 방지법 만들고 제3, 제4당들이 나올 수 있는 골목상권을 보장하고 국민의힘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국민의힘은 이 법 취지를 존중할 마음이 전혀 없는 거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현실적 고민이 있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근데 현실적 고민에서도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있다는 거예요.

위성정당 방지법에 대해서 지금 75명의 국회의원이 법안을 냈으면 그걸 통과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돼요. 노력하지 않고 이거는 합의에 따라서 한다? 지금 만들어진 소선거구제조차도 합의해서 된 게 아니고 민정당이 당시에 밀어붙여서 그렇게 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가 이걸 지킬 이유가 있어요? 우리가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똑같은 논리예요. 

결국은 법 취지가 있는 것이고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그 법 취지대로 통과했다면 그걸 존중하는 게 맞는 거예요. 국밈의힘이 존중조차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우리는 좀 달라야죠. 우리가 약속해왔고, 큰 틀에선 정치개혁 어젠다도 이끌고 왔잖아요. 원칙을 지키며 승리할 방안을 찾아야지, 원칙 버리며 승리할 길 찾다간 원칙없는 패배로 귀결될 우려도 있죠. 더구나 우리가 약속한 것을 선거 앞두고 번복할 경우 추후엔 정치개혁 어젠다를 꺼내기도 힘들 거예요. 누가 우리를 믿어주겠어요. 그런 지점에서 우려한 거죠."

- 반대쪽에선 제1당이 되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못 막는데 그럼 무슨 소용이냐고 해요.

"민주당이 1당을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가 지속될 겁니다. 악순환이에요. 민주당 혼자 막으려고 하면 안 돼요. 제3당 제4당과 함께 막아야죠. 민주당 혼자 단독으로 200석 먹을 수 있어요? 못해요. 제3당 제4당들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 당들과 연합해서 정치를 할 생각을 해야 돼요. 근데 우리 혼자서 모든 걸 다 하겠다? 지금 뭘 하고 있나요? 민주당이 180석 먹으면 뭐 해요? 뭘 할 수 있어요? 대선도 지는데요, 본질은 원칙, 약속, 신뢰. 이런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 지금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 얘기도 나오잖아요,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국가 제도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선거제도도 그렇고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인데 특정한 인물들을 딱 집어놓고 이들이 나올 것 같으니까, 이번에 하지 말자는 주장은 일리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나올 수 있는 거고 출마의 자유가 있는 거예요. 그걸 제도로써 못 나오게 막는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국민들의 의사 표출을 막으려고 하면 안 돼요. 지금처럼 양당이 제대로 정치를 하지도 못하면서 다 먹겠다고만 달려들면 배탈 나요."

-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병립형으로 안 돌아가고 위성 정당도 안 만들면 37석까지 민주당이 손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어요.

"그건 잘못된 걸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이에요. 국민의힘이 34석까지 간다? 그렇지 않아요. 거기에 정당득표율을 40%를 얻을거라고 가정해놨는데 40% 얻은 사례가 별로 없어요. 그리고 만약에 양당이 쫀쫀하게 붙었을 경우에 많이 얻어야 33% 정도예요. 민주당이 비례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 당으로 올 표가 국민의힘으로 간다? 그거는 잘못된 전제예요. 차라리 제3당, 제4당에 가겠죠. 그래서 골목상권까지 침투하지 말자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 위성정당 방지법 만들어도 위성정당 만들면 방법이 없지 않냐는 거 같아요.

"아니요. 위성정당 방지법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가 나와 있는데 제가 몇 가지를 말씀드려 볼게요. 첫 번째가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에 같은 비율로 비례대표 공천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비례 정당에 지역구 후보 공천을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역구에 어쨌든 한 명이라도 내보내야 된다는 이행 규정을 만들어 두는 거죠. 세 번째는 지역구 정당과 비례정당을 합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미 시대는 변화해가고 있고, 이 변화에 맞는 제도와 정치들을 만들기 위한 시도록 계속해 나가야죠."

"이상적인 주장? 본인들이 약속했던 것 아닌가"
 
초당적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2050'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도 병립형 후퇴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최지선 미래당 기후행동팀장.
▲ 정치개혁2050, 선거제도 병립형 후퇴 반대 초당적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2050'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도 병립형 후퇴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최지선 미래당 기후행동팀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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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별 반응 없는 듯해요.

"아니요. 위성정당 방지법 관련 75명의 제안도 나오고 그로 인해서 여러 파열음이 일어나면서 토론이 시작되고 있으니까 향후에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시죠."

-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그 75명 중에 병립형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주장했어요.

"75명뿐 아니라 다른 침묵하는 의원들도 많고요. 그러니까 나머지는 그럼 다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을 갖고 있는 거냐인데 그렇지 않아요. 의총에서도 비등비등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정답이 없는 제도 문제인 만큼 치열한 토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봐요."

- 이재명 대표는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무엇보다도 본인이 두 번이나 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을 사과했잖아요. 그리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어요. 지난번 대선 때는 168명의 의원들이 연대해 대국민 결의문까지 냈단 말이에요. 그럼 이걸 수정할 때는 또다시 엄청난 국민들의 압박이 있게 될 거예요.

원칙을 지키면서 승리하는 게 가장 좋은 거예요. 만약에 패배한다면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는 게 두 번째예요. 근데 만약에 원칙도 지키지 않고 패배까지 하게 되면 이건 완전 삼류예요. 그래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이걸 다시 거둬들이면서 만약에 패배하게 된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완전히 사망 선고를 받는 거예요. 그건 막아야 해요."

-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그 이상을 저희가 얘기한 게 아니고 현직에 있는 정치인들이 얘기한 거예요. 누가 등 떠밀었어요? 자기들이 얘기했잖아요. 그러면 그 말에 대해서 지켜야죠. 그동안 위선과 언행 불일치 프레임에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져 있는 상태인데 민주당이 또다시 무너뜨린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국민의힘은 별로 타격이 없어요. 민주당은 타격이 있어요. 반독재 투쟁과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투쟁이 우리가 가진 정치자산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해서 원리 원칙적인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 결론은 언제 즈음 나올까요?

"글쎄요. 이제 어쨌든 시간이 더 끌면 안 되는 거죠. 지도부에서도 의견을 들었으면 이 부분을 가지고 이제는 그 의견을 가지고 빨리 선택을 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 그것에 따라서 또 다른 행동 수칙이나 이런 것들이 또다시 나올 수가 있을 테니까요."

- 민주당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는 더 강화된 것 같은데.

"지금은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이 재판 국면으로 넘어갔잖아요. 그동안 검찰 국면이었어요. 근데 검찰이 그동안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린치를 가했고 사실상의 언론 플레이를 해가면서 동시에 수사로 주변 사람들까지 다 털면서 괴롭혔단 말이에요. 그런데 구속기소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은 큰 타격을 받게 된 거예요. 동시에 이재명 대표의 지위가 공고해지게 된 계기가 됐죠.

결국 총선은 이재명의 얼굴과 윤석열의 얼굴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이런 상황에서 총선 전까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냐에 따라서 판세가 결정될 거라고 봅니다."

태그:#이동학, #민주당, #비례대표제,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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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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