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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2023.11.2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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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찾아보니 도발(挑發)은 끌어낼 도(挑), 펼 발(發)을 써 상대의 특정한 행동, 그러니까 주로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눈에 보이는 자극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그냥 약올리는 것을 넘어 좀 더 구체적 리액션을 끌어내려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분노를 유발시키는 '어그로'라 할 수 있겠다.

북의 조선말 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도발을 정의하고 있다. '도발은 남에게 고의적으로 걸고 드는 부정적 행동이나 범죄적 사건을 말한다.' 결국 남이나 북한이나 '도발'의 특징은 상대의 특정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고의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북의 정찰위성 발사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11월 21일 22시 42분 경, 조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위성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발사했다. 이 천리마 1호는 정상비행 후 16분이 지난 22시 54분 경 만리경 1호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한다.

정찰위성 발사가 이뤄지자 22일 새벽 해외 나가있던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NSC회의를 소집하고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침을 정했다. 이어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는 안건이 의결되었다. 국무회의 의결에 따르는 발표내용은 이러하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직접적 도발이다."

즉 분노를 유발시키는 범죄적 행동을 했으니 이에 대한 대응으로 9.19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군 당국은 즉각적으로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했다.

이에 북은 9.19 군사합의파기를 선언하고 그동안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정찰위성은 자위권에 해당하는 정당한 주권행사임을 강조하며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의 전진배치를 시사했다. 이로써 접경지역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대단히 커졌다.

여기에서 두 가지 점을 유의해 봐야 할 것이다. 하나는 인공위성 발사가 과연 북의 도발인가, 또 하나는 그런다고 왜 9.19군사합의 효력을 정지 시키는가 하는 측면이다. 

인공위성 발사 목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23.11.22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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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올해 5월과 8월,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두 번이나 실패했다. 북은 오랫동안 인공위성의 안정적 운용을 소망했다. 북 최초의 인공위성은 1998년 8월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대포동 1호에 의해 발사된 광명성 1호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2013년 국가우주개발(NADA)을 설립하고 이후 여러 차례 위성발사를 시도한 바 있다. 북한이 이렇게 인공위성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군사적 이유와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전술무기의 선제타격에 있어 정찰위성은 필수품목이다. 미국과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제기하는 ICBM 등 탄도미사일 발사체 개발 상황을 은폐하기 위한 측면보다, 말 그대로 감시정찰체계 구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미국은 북의 군사시설을 샅샅이 감시해왔다. 위성을 통한 정밀 감시라 할 수 있다. 이제 북도 정찰위성을 통해 평택, 오키나와, 괌에 있는 미군 군사시설을 감시할 눈이 생긴 것이다. 감시만 당하다가 감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북의 입장에서 보면 감개무량할 것이다. 핵과 미사일을 완비한 북한이 정확하게 타격할 지점을 찾아내는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군사적 능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경제적 이유도 위성개발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이다. 북은 매년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난을 심하게 겪고 있다. 실용위성을 통해 기후관측, 자원탐색 등이 가능해지면 식량생산량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으니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위성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여겨진다.

9.19군사합의 파기
 
(런던=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2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2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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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가 북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대책으로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대목에 가면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2018년 평양에서 활짝 웃으며 이룬 9.19군사합의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반도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놀라운 경험을 갖고 있다.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근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고 상대를 겨냥한 일체의 군사훈련을 중지하며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다양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어디 그뿐인가. 이 군사합의는 훨씬 깊은 고민이 녹아 있다.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 GP를 완전철수하고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공동어로를 보장하기로 한 바 있다. 지금보아도 가슴이 뛰는 대목이 있다. 바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과 정보교환에 대한 합의이다. 이것이 잘 성장한다면 남북지소미아 - 남북연합사 구성 - 남북 연합 훈련의 단계로 발전하지 않겠는가. 군사적 대립이 아닌 군사적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위성 발사를 핑계로 9.19군사합의를 정지시키는 것은 위장병 환자에게 다리 깁스처방과 비슷한 엉뚱한 짓이다. 한덕수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가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이며, 한국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의 위성활동으로 인해 한국군의 접경지역 정보감시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받게 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게 되었으므로 그래서 9.19군사합의를 정지시킨다는 것이다.

똑같은 논리를 북에 대입해 보자. 그동안 북은 미국의 위성에 의해 밤낮 가리지 않고 정보감시활동을 제약받았고 그것은 북 인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되지 않았을까?

북에 대한 이중잣대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모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정신없는 미국의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게 하려고 북한이 도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이런 평가에 실소를 금할 길 없다. 미국과 대한민국을 자극하고 약을 올려 어떤 리액션을 기대하며 위성을 발사한다니.

북은 자신들이 세워놓은 계획표에 따라 우주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주개발은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금속, 컴퓨터 공학이 첨단으로 발전해야 도달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 북은 이미 2016년 조선로동당 제7차 당 대회에서 이 위성 발사의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성발사 역사만 살펴보아도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1992년 8월 11일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KITSAT-1)가 남미 꾸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우리별 1호는 영국, 서리 대학교에서 제작 되어 완전한 우리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기로 세계 22번째 인공위성 보유국가가 되었다고 무척이나 자랑한 바 있다.

이후 꾸준히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우리나라는 2022년 6월 21일, 누리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스페이스 클럽 가입은 물론이고 1톤 이상의 페이로드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되었다. 많은 국가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은 미래를 향한 도약이요, 선진국진입을 의미하는데 북의 인공위성 개발은 축하는커녕 도발이요, 모두 규탄해야 할 범죄행위라고 하니 말이다.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외치면서 왜 같은 행위를 이렇게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일까.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일에 대한 판단은 기준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는 집권초부터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틈만나면 9.19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해 온 바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만들어 놓은 모든 남북간 합의를 무효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리고 마침내 그 길을 찾은 것은 아닐까.  

정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 한다면 늘 역지사지하며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렵더라도 상호 협력의 길을 꾸준하게 찾아야 한다. 적대와 무한 대립은 반드시 피를 보기 마련이다. 누가 누구보고 도발이라고 하는지 누가 평화보다 전쟁을 원하는지 잘 보면 보인다. 

태그:#인공위성, #역지사지, #내로남북, #919군사합의, #2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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