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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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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은 제61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지난해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이름을 부르며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기 있는 소방관을 가진 나라가 바로 안전한 나라이고 소방관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나라가 건강한 나라"라며 "정부는 우리 소방 조직이 세계 최고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말에도 전국의 7만 소방관은 불안하다. 왜냐하면 전날 대통령실 앞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던 요구에 대한 응답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안전교부세 폐지에 불안한 소방관들 
 
61주년 소방의 날을 앞둔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1주년 소방의 날을 앞둔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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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소방본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울산시청, 광주시청, 경남도청, 전남도청, 대전시청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소방안전교부세' 때문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방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시도 소방관들의 처우가 달라지는 것을 막고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에 도입됐다. 재원은 담배 개별소비세 45%를 통해 마련되고 이중 75%가 소방 분야에 쓰이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있다. 

전공노 소방본부는 "정부가 소방 분야에 75%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 조항을 2023년을 끝으로 폐지하려고 한다"면서 "행정안전부는 소방안전교부세의 사용에 관한 특례를 연장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형 전공노 소방본부장은 "소방안전교부세는 소방관들에게 생명 같은 존재다. 보호구 하나를 몇 명이 돌려 입던 시절도 있었지만 소방안전교부세 덕분에 출고된 지 15년 된 소방차를 새 차로 바꿀 수 있다는 작은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교부세가 폐지되면 소방관의 처우가 10년, 15년 전으로 돌아가기에 소방관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도 곰팡이가 핀 노후 청사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이 있다"고 말했다. 

백호상 전공노 서울소방지부장은 "낡은 장비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노후화된 소방시설도 마찬가지"라며 "소방안전교부세라는 안정적 재원이 단절된다면 소방관의 안전과 국민 안전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행안부는 소방안전교부세 특례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 폐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직 맞나? 인사·예산 독립 없는 소방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 당시 소방관들은 앞으로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더 잘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국가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개정되어야 할 법과 예산은 그대로 방치됐다. 여전히 소방 예산은 국비가 10%이고 나머지 90%는 시도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소방관들이 국가직 전환을 기뻐했던 이유는 사비로 사야 했던 장갑이나 보호장구를 비롯해 구조 활동에 꼭 필요한 헬멧이나 공기호흡기 등을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소방관들은 윤석열 정부가 소방안전교부세를 폐지한다면 그나마 교체할 수 있었던 구조 장비와 안전 장비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023년 10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유명 식당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년 10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유명 식당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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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소방본부는 "소방안전교부세라는 안정적 재원이 단절된다면 소방관의 안전과 국민 안전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며 "지방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국민의 안전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소방관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각종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지방교부세가 감소하자 소방교부세를 소방이 아닌 다른 분야로 자율분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소방노조 관계자는 <강원도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소방안전교부세가 하향조정될 경우 예산 문제로 인해 노후한 장비 교체와 내구 연한이 정해진 공기흡입기, 방화복 등 개인안전장비 교체 주기가 늦어질 수 있다"며 "소방관들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원활한 인력 충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해진다"고 토로했다.

말보다는 소방 예산의 국비 지원 확대가 우선 
 
 2021년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탈진한 소방관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당시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대장은 불이 났을 때 인명 검색을 하려고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2021년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탈진한 소방관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당시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대장은 불이 났을 때 인명 검색을 하려고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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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부상한 소방공무원은 411명이다. 2021년과 비교해 12% 감소했지만 여전히 소방관이 얼마나 위험한 직업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방관들은 부상과 동료의 사망으로 트라우마가 있지만 행여 출동에서 제외될까 말도 못 한다. 혹여 본인 대신 동료가 출동했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현장 안전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개인 안전장비 부족을 꼽는다. 이들이 보호장구가 부실해도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위험한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간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분(소방관)이 주어진 사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이 소방의날 기념사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현장에서 "이제 불은 어떻게 끄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소방예산의 국비 지원 확대와 안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소방관, #소방공무원, #소방안전교부세, #윤석열, #화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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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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