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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서울시 종로에 내걸린 두 현수막. 하나는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현수막, 다른 하나는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의 현수막.
 서울시 종로에 내걸린 두 현수막. 하나는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현수막, 다른 하나는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의 현수막.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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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청와대·정부종합청사 등이 위치해 있고 1번 선거구를 부여받은 서울 종로구의 정치적 상징성을 대표하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옮겨갔지만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매번 거물급 정치인이 맞붙는 여전히 '뼈대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지역구민들이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여당 혹은 야당, 진보 혹은 보수 같은 이분법이 아니라 '인물'을 보다 중요시한다. 또 최종 선수가 정해지기 전까진 선거의 승패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오마이뉴스>는 11월 1~2일 이틀에 걸쳐 종로를 찾았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인물'을 본다
 
1998년 7월 21일,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도렴동 선거사무실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 및 운동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1998년 7월 21일,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도렴동 선거사무실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 및 운동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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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는 특정정당의 '텃밭'이 아니다. 선거구가 재획정된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총 12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와 민주·진보계열 정당 후보가 각각 8번, 4번 승리하면서 엎치락뒤치락 했다.

인물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역대 선거 결과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노무현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1998년 7월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54.44%로 정인봉 한나라당 후보(43.53%)를 10.91%p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한 게 대표적 사례다. 종로를 포함해 전국 7곳에서 치러진 1998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성적(한나라당 4석, 자유민주연합 1석, 새정치국민회의 2석)을 감안하면, 노무현 후보의 '맨 파워'가 불리한 전국 선거 판세와 무관하게 먹힌 셈이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의 승리도 마찬가지다. 정세균 후보는 52.26% 득표율로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45.89%)를 제치고 당선됐다. 19대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152석 vs. 민주통합당 127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세균의 이름값이 빛을 발한 선거였다.

"후보가 아직 안 정해졌잖아요. 누가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야지. 여긴 인물을 본다고. 당 보고 무조건 찍는 게 아니라. 인물의 가오(얼굴이나 체면을 일컫는 일본말)가 중요하지." - 숭인2동 거주 60대 남성 A씨

"여긴 정치 1번지라는 프라이드가 있어서 후보의 품위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게 있어요. 막말하는 사람 싫어하고...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사람이 나와야죠." - 창신2동 거주 50대 여성 B씨


지난해부터 국힘 향해 불었던 바람,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9월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9월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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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정세균 후보가 19대·20대 총선에서 연달아 이겼고 21대 총선 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8.38% 득표율로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였던 황교안 후보(39.97%)를 18.41%p 차이로 꺾었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이 대선 경선 승부수로 의원직을 던지면서 2022년 3월 보궐선거가 진행됐다. 이 선거에서는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52.09% 득표율로 당선됐다. 민주당이 당시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종로구민들의 심판론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2022년 3월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진 20대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9.48%)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46.42%)를 3042표 차이로 이겼다. 

"오래된 동네다 보니깐 10년 이상은 기본이고 40~50년 산 분들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사람이 과거에 뭘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요. 이낙연 의원이 (대선 경선 때) 광주에서 의원직 사퇴 선언한 것에 대한 서운함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 평창동 거주 50대 여성 C씨

이런 심판론은 그간 선거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숭인동과 창신동은 비교적 민주·진보정당 계열에 유리한 곳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종로구 내 다른 곳보다 민심의 변화 폭도 큰 곳이다. 특히 숭인2동은 21대 총선과 2022년 3월 보궐선거를 비교할 때 가장 큰 변동을 보인 곳이다. 

숭인2동은 21대 총선 당시 이낙연 후보(득표율 62.24%)에게 황교안 후보(32.72%)보다 약 2배 가까이 표를 더 몰아줬다. 하지만 지난 3월 보궐선거 땐 민주당을 탈당하고 출마한 김영종 무소속 후보와 배복주 정의당 후보에게 총 43.80%, 최재형 후보에겐 44.71%의 표를 던졌다. 21대 총선과 2022년 3월 보궐선거 결과를 대조했을 때, 숭인2동에서 민주·진보진영의 득표율은 -20.44%p, 보수진영의 득표율은+11.99%p를 기록한 셈.

"우리 아버지가 전라도에서 올라온 사람이라 골수 민주당 지지자였어. 김대중이 대선에서 졌다고 울던 사람이야. 그땐 당 보고 찍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라. 나만 해도 저번엔 이낙연 찍었다가 이번엔 최재형 찍었어." - 숭인2동 거주 50대 남성 D씨

종로구 인구 변동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종로구 전체 등록 인구수는 2011년 17만7419명에서 2021년 15만3789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종로구의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같은 기간 늘고 있다. 2011년 2만 2939명에서 2021년 2만 7818명으로 늘었다. 즉, 보수정당보다 민주·진보정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젊은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누가 나오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서울 종로)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서울 종로)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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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나 감사원장, 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을 품거나 대통령으로 배출한 곳인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22대 총선 후보군으로 여러 인물들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누가 공천장을 받을지는 막판까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인물경쟁력이 중요한 곳인 만큼 상대당의 후보에 맞춤형 인물을 공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현역인 최재형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있다. 또 스타성과 무게감을 고려해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모두 보수진영에서는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명분없는 전략공천은 종로구민의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당장, 지난 지방선거 때 지역에서 계속 도전해 온 이숙연 예비후보가 아닌 강원에서 정치경력을 주로 쌓은 정문헌 후보에게 종로구청장 후보 공천을 한 데 대한 반감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직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E씨는 "인물이 아무리 좋다고 내려주면 찍는 곳은 아니다"라며 "인물만 놓고 봤을 땐 한동훈도 좋지만 그럼 최재형은, 멀쩡히 잘하고 있는데 바꾸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번에도 종로구청장 두 번 떨어진 여자 후보를 냈어야지 강원도 사람을 낸 건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더 많은 인물이 호명되고 있다. 우선 '노무현 사위'로 알려진 곽상언 변호사가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을 맡아 22대 총선을 준비 중이다. 경기 안양시만안구에서 5선을 지낸 이종걸 전 의원은 오는 10일 서울 종로에 변호사 사무실 개소식을 연다. 사실상 출마를 위한 스텝이다. 또 종로에 거주 중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무현 오른팔'로 불리는 이 사무총장은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때가 오면 결단을 해야 하고, 그럴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엔 이재명 대표가 종로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이재명계' 안민석 의원은 지난 8월 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내년 총선에서 인천 계양이 아닌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 모습 보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서 서울 선거를 이끌고 서울 선거에서 이기면 내년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봤다. 

의외의 복병, 양당 틈바구니 찌를 '구도'
 
2022년 3월 보궐선거 당시 출마한 배복주 후보의 유세차. 유세차에는 화물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
 2022년 3월 보궐선거 당시 출마한 배복주 후보의 유세차. 유세차에는 화물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
ⓒ 배복주 부대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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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만큼이나 중요한 변수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구도'다. 국민의힘·민주당의 선수가 팽팽한 각축을 벌일 때 제3의 선수로 인한 표 분산이 당락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996년 15대 총선 이명박 신한국당 후보의 당선이 그랬다. 이종찬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3만 2918표(33.55%),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1만 7330표(17.66%)로 표를 나눠가지면서 4만 230표(41.00%)를 얻은 이명박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했다. 17대 총선도 비슷했다. 민주·진보정당을 향한 표가 김홍신 열린우리당 후보(42.14%)-정흥진 새천년민주당 후보(10.99%)-이선희 민주노동당 후보(3.37%)로 분산되면서 박진 한나라당 후보(42.81%)가 당선증을 품에 안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2대 총선 복병은 배복주 정의당 후보다. 그는 지난 2022년 3월 보궐선거 당시 1만 4602표(15.32%)를 얻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국갤럽 조사기준, 지난 3월부터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비등한 구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배 후보가 22대 총선 때도 종로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얻는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한층 승부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배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출마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출마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종로에서 할 것"이라며 "지난 선거 때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려둔 것이 있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도 유의미한 득표를 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도 22대 총선은 지난해와는 다를 것이라고 봤다. 곽상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보궐선거 땐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아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내년에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태그:#종로구, #정치1번지, #곽상언, #최재형, #배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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