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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내륙선 남한강 휴게소 공사 현장.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 1km 거리에 위치한 남한강 휴게소는 민간업체 선정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부 내륙선 남한강 휴게소 공사 현장.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 1km 거리에 위치한 남한강 휴게소는 민간업체 선정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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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4일 오후 7시 10분] 

"여기 별명이 '아우토반'이에요. 차가 너무 없어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남한강 휴게소'를 찾아, 휴게소 옆에 위치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평일 오전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는 많지 않았다. 이 의원은 곧 말을 보탰다.

"그런데 저 옆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종점이 생긴다고 해요. 앞으로 교통량이 엄청나게 늘 텐데, 한국도로공사는 교통량을 완전히 누락한 용역 결과를 토대로 휴게소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요. 가령 100만 원짜리 상품을 50만 원짜리로 평가한 거죠. 도로공사가 교통량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면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거라고 볼 수 있죠."

도공, 대통령 지인에 특혜 주려 일부러 휴게소 가치 깎았다?

지금까지 전국 모든 휴게소는 '건물을 누가 지었는지'에 따라 사업 형태가 둘로 나뉘었다. 전국 휴게소를 관할하는 한국도로공사(도공)가 건물을 짓고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권만 양도하는 '임대' 방식과 민간 사업자가 건물을 짓고 운영까지 맡는 '민자' 방식 등이다.

그런데 올해 8월 도공은 '돌연' 전에 없던 시도를 한다. 당초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며 건물을 85% 지어놓았는데 갑자기 사업을 민자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혼합 민자 방식'의 탄생이다. 첨단기술과 명품 먹거리 등 서비스를 갖춘 '명품 휴게소'를 만들겠다는 이유였다.

도공 방침에 따라 휴게소의 운영권을 따낸 사업체에 15년이라는 운영 기간도 주어졌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15%라는 적은 투자금으로 안정적으로 휴게소를 운영할 권리를 얻은 셈이다. 하필이면 그 회사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윤석열 테마주'로 묶였던 한 코스닥 상장사 '위즈코프'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문제제기한 '남한강 휴게소 의혹'의 전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지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도공이 나서 휴게소 사업 방식을 바꿔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남한강 휴게소로 집결한 민주당 의원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홍기원, 김민철, 박상혁, 이소영, 한준호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홍기원, 김민철, 박상혁, 이소영, 한준호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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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24일 이 의원을 포함한 국회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남한강 휴게소' 부지로 집결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이소영 의원은 "남한강 휴게소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 번째는 도공이 (주유소 건설비 포함) 229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을 뒤늦게 민자전환한 것"이라며 "이런 사례는 207개 전국 고속도로 중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공에) 왜 민자 전환을 했냐고 물어보니 '최첨단 휴게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며 "그런데 단순히 드론을 띄우고, VR(가상현실) 시설을 설치한다고 최첨단 휴게소가 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건물 설계에서부터 신기술이 반영돼야 한다"며 "도공은 '하드웨어' (개발이) 끝난 남한강 휴게소를 돌연 첨단 휴게소로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수상한 민자 전환을 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도공이 '첨단 휴게소 건설'을 명목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7월 발표한 남한강 휴게소 관련 '민간투자사업설명서'에 따르면, 도공은 남한강 휴게소 사업이 '창의력을 결합한 첨단 콘텐츠 휴게시설'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업자가 설치해야 할 필수 요소로 '드론, VR체험, 로봇서비스, 미래형편의점' 등을 꼽기도 했다.

이 의원은 "두 번째로 민자 전환의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며 "함진규 도공 사장은 전직 새누리당 의원 출신으로 올해 2월에 도공 사장에 취임했다"며 "그런데 취임 두 달 만에 당시 이미 사업 대부분이 진행돼 올해 말 오픈 예정이던 남한강 휴게소의 사업 방식이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 번째는 도공이 (남한강 휴게소의 이용객을 추산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긴 회계법인이 수행 과정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자 사업자와 공정한 계약 조건을 정하기 위해서 휴게소가 향후 얼마 만큼의 수익을 낼 것인지가 중요한데도 교통량을 완전히 누락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공, 서울~양평 고속도로 교통량 고의 누락?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사진 왼쪽부터), 박상혁, 이소영, 최인호, 김민철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을 방문해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위즈코프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사진 왼쪽부터), 박상혁, 이소영, 최인호, 김민철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을 방문해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위즈코프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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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 휴게소 찾은 민주당 의원들 "특혜 의혹 받는 회사, 하필 윤석열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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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강상면'으로 결정될 경우, 그로부터 약 500m~1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남한강 휴게소는 고속도로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된다.

이 의원은 도공이 운영권을 특정 업체에게 넘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휴게소 가치를 평가 절하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례적이고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민자 전환의 수혜자가 바로 '위즈코프'라는 회사라는 것"이라며 "위즈코프라는 기업은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에서 회사명만 검색해도 '윤석열 테마주'라고 나온다. 도공이 이 사실을 모르고 (남한강 휴게소 운영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건 누구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도공을 향해 추궁을 이어갔다. 조오섭 의원은 "당초 설계에 (최첨단 휴게소 관련 내용이) 있었냐. 왜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니 혁신 방안을 논의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현장에 있던 도공 관계자가 "당초에는 건물 설계만 했다.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조 의원은 "얼마나 옹색하냐"고 비판했다. 

박상혁 의원은 남한강 휴게소 운영권을 따낸 '위즈코프'가 첨단 설비를 갖출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브리핑'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위즈코프에) 붙이는 말이 첨단이지, 입찰되기 전까지 이 회사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경험이나 기술, 능력이 없는 회사가 갑자기 당첨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도공 관계자는 이날 현장 점검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위즈코프가 '첨단 기술'을 구현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위즈코프가) 도심항공교통인 UAM을 휴게소 위층에 실물 크기로 설치해 그 안에서 VR체험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었다"며 "심지어 사업기간이 끝나면 회사는 (해당 시설물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량 누락과 관련해서도 "실시설계(시공에 필요한 설계 사항을 설계도면에 표시하는 단계) 정도는 돼야 교통량에 반영하는 데다 5년마다 (교통량을) 재반영하도록 해뒀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에 이어 남한강 휴게소 특혜 의혹도 국정조사 대상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한강 휴게소 특혜 의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는 별개 사안"이라며 "국조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최소한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한 감사 요청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홍기원, 김민철, 박상혁, 이소영, 한준호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을 방문해 김희태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처장으로부터 사업시행자 선정 경과를 보고 받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홍기원, 김민철, 박상혁, 이소영, 한준호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을 방문해 김희태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처장으로부터 사업시행자 선정 경과를 보고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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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내륙선 남한강 휴게소 공사 현장.
 중부 내륙선 남한강 휴게소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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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에서 시민들이 양평 공흥지구 부동산 비리,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남한강 휴게소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대안 종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남한강 휴게소 공사현장에서 시민들이 양평 공흥지구 부동산 비리,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남한강 휴게소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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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도로공사,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국토교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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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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