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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를 전공했습니다.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 합니다.[기자말]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아기 때부터 자주 열이 나고 경기를 일으켰다. 입술이 파래지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나를 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갔지만 매번 돌아오는 이야기는 별 문제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생후 2년 동안 그런 내가 잘못될까 항상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2년이 지나면서 그런 증상들은 완화됐다.

건강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길지 않은 내 인생에 소화와 관련된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진 소화력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식탁에 보이면 지나치게 먹고는 했다.

당연히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체하는 일이 많았다. 한 번은 급체를 해서 걸어가다 도중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심한 어지럼증이 동반해 길에서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자주 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돌아보면 잘못된 식습관이 7할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의 소화력도 어렸을 때부터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며, 주변 여건과 상황 등을 고려해 보면 나머지 지분은 그런 영향에 있는 듯하다.

질병은 소화 문제에서 시작된다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 경전을 보면, 모든 질병은 소화의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요리(자료사진).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 경전을 보면, 모든 질병은 소화의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요리(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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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 경전을 보면, 모든 질병은 소화의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다르게 얘기하면, 질병이 발병하기까지의 병리에는 언제나 소화력이 약해지고 무너지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음식을 대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진 시기에는 소화와 관련된 문제들이 더욱 빈번히 일어난다.

그럼에도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에만 머무르는 이들이 많다. 배가 고픈지에 대한 인식 없이 음식을 먹고, 배가 고픈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조차 모른다. 먹은 음식이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관심이 없고,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속이 편안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속이 불편한지 관찰하지 않는다. 가끔 혹은 자주 소화가 안된다고 느끼면 소화제를 먹는 것으로 일시적 증상 완화만을 고수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결국 병을 키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바꾸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화'에 대해 알아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소화의 범위를 어디에서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소화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는 것일까.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생각할 때, 눈앞에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볼 때, 맛있는 음식의 향을 맡을 때 몸에서는 이미 음식을 먹고 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먹은 음식을 잘게 부수고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소화는 시작된다.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무수히 많은 물질들이 몸에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작용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적절하게 소화시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회사에서 업무를 맡아 완수하기까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과 같다. 일의 난이도에 따라 어떤 일은 시간이 적게 걸리기도, 어떤 일은 시간이 좀 더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소화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음식들이 있는가 하면 소화력과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음식들이 있다. 어떤 음식인가에 따라 소화에 필요한 힘과 시간은 달라진다.

소화의 네 부분

소화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음식물을 일정 시간 잡아두면서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본격적인 소화 과정의 진행, 흡수할 물질과 배출할 물질을 나누고, 마지막으로 배출할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을 하는 단계다. 이것으로 소화는 단순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것만이 아닌, 소화시켜 배출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한다. 그렇기에 배변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으로 음식의 소화가 잘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지, 배변의 형태가 어떤지, 냄새의 유무, 색의 변화 등을 관찰하는 것으로 먹은 음식이 적절하게 소화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먹는 음식의 양과 질에 적절하게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소화의 과정을 거치는 음식물은 각각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 머무르거나 천천히 이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음식물의 이동을 조절하는 기관을 인도에선 '그라하니(Grahani)'라고 부른다. 이 기관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나는 질병을 '그라하니 로가 (Grahani Roga)'라고 하고, 현대적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과 비교해 설명하기도 한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음식물이 적절히 소화될 수 있도록 물질의 이동량과 시간을 조절하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서 양과 속도의 조절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게 된다. 결국 제대로 소화 작용이 일어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자주 무른 변을 보거나, 단단한 변을 보거나 혹은 두 가지 상태가 왔다 갔다 하기도 하는 등의 증상들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태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소화력을 해치는 잘못된 식습관이다.

장 건강이 몸 건강이다, 왜냐면  

장 건강이 몸 전체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어떤 종류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유전체)이 서식하고 있는가에 따라 뇌 건강을 포함한 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그런 이유로 장내 유익균의 먹이라고 볼 수 있는 프리바이오틱스와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틱스는 이제 건강기능식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제품을 소비하고 있지만, 단지 이런 것들을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결국 매일 먹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지 않는 이상 아무리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더라도 장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개인은 타고난 체질을 갖는다. 그에 따라 소화력 또한 영향을 받는다. 크게 네 가지 소화력으로 나눌 수 있다. 소화가 잘 되기도 하고 때때로 안되기도 하는 상태로 자주 변화하는 위샤마(Vishama), 빠른 시간에 소화를 하는 띡츠나(Tikshna), 소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다(Manda) 그리고 적절한 시간에 음식을 알맞게 소화시키는 사마(Sama)다. 개개인은 타고난 소화력을 갖는다. 그리고 후천적으로 몸 안의 도샤(Dosha)의 상태에 따라 소화력은 다시 영향을 받게 된다.

정리하면, 타고난 체질에 따라 그리고 후천적으로 주어진 환경, 음식, 수면, 생활 등에 따라 소화력은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적절한 시간에 음식을 알맞게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력의 상태(Sama)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그래야지만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고, 음식을 먹는데서 해로움이 아닌 이로움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소화력을 해치는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다. 어떤 식습관이 소화력을 해치는 것일까. 회사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 보자. 나는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만족하고 편안하다고 느낄까.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 주어질 때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현재 내 능력으로 하기에 지나치게 어려운 일은 오히려 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고 많은 부담과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반면에 별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너무 쉬운 일은 오히려 너무 쉬운 일이라 아무나 할 수 있고 스스로 저평가된다는 느낌이 들어하고자 하는 의욕을 감소시킨다. 또한 일을 할 수 있는 적정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일을 끝내야 한다면 이 역시 많은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일하는 시간 동안 다른 일들은 되도록 시키지 않는 것이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화력을 해치지 않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내가 가진 소화력으로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음식과 소화시키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이렇게 소화력을 해치지 않는 식습관을 지속한다면 소화력은 자연스럽게 적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데에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지속하면 나아가 몸의 전체적인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먹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고 몸에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게 된다. 몸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를 유지하고 여유와 안정을 회복한다. 이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일임에 동시에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 블로그 등에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소화력, #건강, #아유르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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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대학 아유르베다 전공. 인도 아유르베다 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 후 동 대학원 고전연구학 석사를 마치고 건강상담, 온/오프 특강을 통해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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