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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G20 정상회의가 지난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있었다. 생각해 보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상과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가 있는 게 당연하다. 이 같은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국가와 지역연합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의제를 파악한 다음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물밑외교를 펼친다. 

그러던 와중에 G20과 관련된 외신보도를 보다가 눈길을 끄는 소식을 발견했다. 9일 오전 인도, 미국, 사우디 아라비아, 유럽연합, 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특별한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 계획을 'Real Big Deal'(리얼 빅 딜)이라고 표현했다. 그 계획은 바로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배와 철도를 잇는 대륙간 프로젝트다. 

IMEC가 무엇인가?

이 계획의 정확한 명칭은 '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이며, 이를 국내 언론에서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위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이 계획은 바다를 잇는 배와 육지를 잇는 철도를 한 번에 연결해 인도에서부터 유럽까지 연결하는 구상이다.

이 담대한 구상으로 다양한 상품을 운반하는 것은 물론 수소와 같은 클린 에너지, 해저 케이블, 통신망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지난 수요일, 폰 더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유럽연합 의원들에게 이번 계획을 설명하며 철도 연결만으로 '유럽과 인도 간 무역의 속도를 40%가량 빠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IMEC는 인도와 중동을 잇는 'East Corridor'와 중동과 유럽을 잇는 'Northern Corridor' 두 개의 구간으로 구성된다. 인도에서 중동으로는 배를 이용해 해상을 연결하고, UAE부터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중동지역은 철도를 이용해 내륙을 연결하고, 이스라엘서 유럽까지는 다시 배와 철도를 함께 이용하는 계획인 것이다. 이 계획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국가만 인도, 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며, 이 계획을 전체적으로 구상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미국이다. 

IMEC는 왜 하는가?

그렇다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왜 이 계획을 발표했을까? 그리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왜 이 계획을 두고 'Real Big Deal'이라고 했을까? 핵심은 '미중경쟁'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이며, 참여국들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하에 최대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 2013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은 내륙으로 연결(육상 실크로드)하고,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는 해상으로 연결(해상 실크로드)하는 계획이다.

중국은 2011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연평균 7% 이상을 상회하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미국을 대항하는 대국이 되기 위한 전략 하에 이 일대일로 계획을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다. 지난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주경쟁을 했다면, 탈냉전 시기 미국과 중국은 보다 많은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경제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세계 패권을 두고 더 많은 친구를 만들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표면적으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IMEC'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중동의 중요성이다. 엄청난 경제성장을 토대로 중국의 부상이 뚜렷하게 되자 2011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던 부시 행정부와 달리 외교노선을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변경한다. 이는 중국에게 세계 패권을 절대 넘겨주기 않겠다는 미국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 한동안 중동의 지정학적 그리고 정치적 중요도는 이전보다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미국 모두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 바로 중동이다. 먼저, 중국은 지난 8월 남아공에서 열린 BRICS 정상회담에서 2024년부터 6개의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 6개 회원국 가운데 3개 국가가 바로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그리고 UAE다. 특히, 중동의 맹주를 두고 오랜 시간 앙숙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함께 신규 회원국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인 두 국가 모두 BRICS의 회원국이 되어야 다른 모든 중동 지역 국가들에게도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이 두 국가가 동시에 BRICS의 신규 회원국이 되도록 중국이 물밑외교를 통해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이 중동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IMEC 계획에 포함된 중동국가만 4개 국가(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다. 특히,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하는 장면을 두고 비꼬았다. 이유는 지난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카슈끄지(Jamal Khashoggi)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되었는데, 미국 정부가 이 배후에 사우디 왕세자가 있다는 결론을 공표하면서 두 국가의 관계가 갈등으로 빚어졌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인권 문제가 있음에도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적 이익 때문에 빈 살만 왕세자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관계를 맺는 것을 두고 비판한 것이다. 결국 바이든의 입장에서도 이 같은 비판과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엄청난 경제력이 있는 중동, 그중에서도 사우디의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미중경쟁에서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처럼 현재 국제정치 질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가장 큰 변수다. 그리고 이 경쟁은 서로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친구를 만들기 위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제3의 국가들은 어떻게 외교를 해야 할까? 결론은 과거 냉전처럼 어느 한 진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명분을 내세워 양 쪽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실리외교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냉전 시기 특정 국가의 외교는 미국과 소련 가운데 어느 진영을 선택하는지에 달려 있었으며, 미국과 소련 중 한 진영에 속할 경우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는 지금과 달리 세계 경제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자신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몸값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G20 정상회에서 발표한 IMEC에 포함된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UAE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관계, 냉전시기의 진영 논리가 아닌 21세기에 맞는 외교를 펼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IMEC 계획을 발표하는 영상을 보는데 일본의은 이 계획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기시다 총리가 마지막엔 발언까지 하며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 언론들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결사' 역할과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이 계획에 어떤 준비가 되어있는지 질문해보고 싶다. 

태그:#G20정상회의, #BIGDEAL, #IMEC, #중국, #일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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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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