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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 팔색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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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생김새와 화려한 색깔, 앙증맞은 모습 때문에 숲속의 요정으로 불리는 팔색조. 전세계에 5000마리 안팎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이다.

거제도 노자산에는 세계 유일 팔색조 보호지역인 '천연기념물 학동동백숲 팔색조 번식지'가 있다. 노자산이 팔색조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다. 팔색조 보호지역 인근에 추진중인 대규모 골프장 때문에 팔색조가 내쫒길 위기에 놓였다.
 
거제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는 천연기념물 팔색조 번식지 및 팔색조특별보호구역 인근에 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 팔색조 특별보호구역과 골프장 개발지 거제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는 천연기념물 팔색조 번식지 및 팔색조특별보호구역 인근에 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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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개발로부터 노자산을 지키기 위한 모임인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최근 5년간 골프장 예정지에서 팔색조 둥지 36개를 발견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개, 2019년 2개, 2020년 4개, 2021년 6개, 2022년 14개, 2023년 9개로 추정된다. 올해는 성체나 알이 들어있는 둥지(6개), 근처에서 유조가 발견된 둥지(1개), 조류 등에 의해 훼손됐으나 올해 튼 것이 명확한 둥지(2개)다.

발견 지역별로는 동부면 율포리에서 11개, 남부면 탑포리에서 25개다. 둥지를 튼 장소로는 바위가 23개(63.8%)로 가장 많았고, 나무 위에는 11개(30.5%)였고, 바닥에 튼 것은 2개(55%)였다.
 
지역 환경단체는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에서 최근 5년간 팔색조 둥지 36개를 발견했다.
▲ 골프장 개발지의 팔색조 둥지현황 지역 환경단체는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에서 최근 5년간 팔색조 둥지 36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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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나무, 바닥 등 둥지를 튼 장소의 비율은 골프장 개발지인 노자산의 식생, 먹이량, 지형지물 등 자연환경적 요인과 조사자의 발견 용이성, 우연성 등 복잡한 상황의 결과로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바닥에 튼 둥지에 비해 바위나 나무 위에 튼 둥지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2m높이 바위에 올해 튼 팔색조 둥지. 새끼 5마리가 무사히 이소에 성공했다
▲ 바위 둥지의 팔색조 가족 2m높이 바위에 올해 튼 팔색조 둥지. 새끼 5마리가 무사히 이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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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튼 23개 둥지의 경우, 둥지의 높이는 40cm에서부터 2.5m까지 였으며, 높이 1~2m 사이가 18개로 78%를 차지했다. 둥지를 튼 나무 종류로는 소나무와 곰솔이 6개, 느티나무가 2개, 졸참나무가 2개, 벚나무가 1개였다. 나무에 튼 둥지의 높이는 70cm에서 3.5m까지였는데, 이 가운데 2~3m 사이가 7개로 64%를 차지했다. 나무를 이용한 둥지가 바위를 이용한 둥지보다 높은 곳에 짓는 것을 알 수 있다.

팔색조 둥지는 대체로 지름 30cm 내외의 구형 형태다. 길이 20~40cm의 죽은 나뭇가지 수 백개로 외부의 틀을 만들고, 작은 가지와 부드러운 풀 같은 재료로 속을 채운다. 비가 새지 않도록 둥지 위에는 이끼로 덮는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짐승의 똥을 입구 등에 바른 경우도 있다.
 
골프장 개발지 70cm 높이 소나무에 올해 튼 팔색조 둥지. 청설모가 여러 차례 염탐을 했으나 새끼 5마리는 이소에 성공했다.
▲ 소나무에 튼 팔색조 둥지 골프장 개발지 70cm 높이 소나무에 올해 튼 팔색조 둥지. 청설모가 여러 차례 염탐을 했으나 새끼 5마리는 이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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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둥지를 틀기 위해서는 2~3m 높이에서 2~4갈래로 갈라져 30cm 크기의 둥지가 앉을 수 있는 큰 나무가 필요하다. 실제로 팔색조가 둥지를 튼 나무들은 흉고 직경이 50~100cm로 굵고, 높이도 20m 내외인 교목(키큰 나무)이였다. 노자산에 크고 오래된 나무가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 내 바닥에 튼 둥지로, 22년 산으로 추정되는데 원형이  잘 유지돼 있다.
▲ 바닥에 튼 팔색조 둥지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 내 바닥에 튼 둥지로, 22년 산으로 추정되는데 원형이 잘 유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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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산 골프장 개발지 전체는 남서향인데, 둥지는 지형지물(바위, 나무 등)의 상황에 따라 능선이나 계곡, 언덕의 방향에 상관없이 지어졌다. 둥지의 입구 방향은 대체로 경사진 아래쪽을 바라보지만, 거꾸로 산 위 쪽을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둥지가 자리잡은 고도는 100미터 이하 11개, 101~150m가 9개, 151~200m가 6개, 201~275m가 8개로, 150m이하가 20개로 55%를 차지하였다. 위치와 좌표는 타임스탬프카메라 앱에 촬영 기록된 것인데, 실제 고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팔색조 번식 성공율은?

동작카메라를 설치해 변화를 관찰하거나 유조(어린 새)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번식 성공 여부를 살펴보았다. 2020년 산 둥지 4곳 중 2곳에서 번식 성공을 확인했다(동영상 카메라1, 유조 3마리).

2022년 산 둥지는 이소 성공 둥지 2개로, 1개는 동영상카메라로 확인했고, 1개는 조류 사진 전문작가의 증언이다. 동영상 카메라에 족제비가 습격해 새끼 5마리를 모두 잡아가는 것이 찍혔다. 팔색조와 족제비의 번식시기가 비슷해 족제비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둥지는 1년 뒤에 확인된 것이어서 이소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다.

2023년 산 둥지 9개 중 이소 성공한 것은 4개다. 동영상 카메라에 이소 성공 장면이 찍힌 경우가 2개, 둥지가 온전하고 유조 4마리가 카메라에 찍힌 경우 1개, 부화에 성공하고 둥지가 온전한 것 1개 등이다.

실패한 둥지는 5개다. 족제비 등의 공격으로 깨진 알 2~3개가 들어있는 둥지가 2개, 알 수 없는 이유로 알이 2개인 상태에서 포기한 둥지 1개, 둥지 안의 부드러운 재료를 조류 등이 발로 긁어낸 흔적이 확실한 둥지는 2개였다. 대체로 바닥에 튼 둥지는 족제비 등에게 공격받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초자료가 적어 확증할 수는 없으나 팔색조의 번식성공율은 50% 이하로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솔길 옆 낮은 바위에 지은 올해 팔색조 둥지. 알을 2개 남긴 상태에서 부모는 둥지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 팔색조 둥지 오솔길 옆 낮은 바위에 지은 올해 팔색조 둥지. 알을 2개 남긴 상태에서 부모는 둥지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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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해마다 같은 집에 와서 둥지를 트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팔색조도 똑같은 바위에 3번 째 둥지를 튼 것이 확인돼 관심이다. 이 바위는 계곡에서 30m 정도 떨어진 경사가 완만한 곳, 울창한 활엽수림 속에 있다. 크기는 가로 2.5m, 세로 2m, 높이 2.3m 정도다. 둥지는 바위 높이 1.8m에서 계단처럼 생긴 틈에 마삭줄을 이용하여 3번째 지었다. 2019년도와 2020년도에 이어 2023년에도 지었다. 둥지가 앉은 자리와 입구 방향 등이 해마다 똑같다.

2020년도에는 7월 13일 5마리가 이소에 성공했다. 올해는 완전한 둥지에 알 2개가 깨어진 채 방치돼 있었는데 족제비의 공격으로 번식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3번이나 같은 바위에 둥지를 튼 팔색조들은 같은 개체이거나 그 자손일 수도 있고,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서식환경이 좋아 해마다 찾아오는 다른 개체들일 수도 있다.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 일원의 팔색조 둥지 36개의 위치를 분석한 결과 큰 계곡을 중심으로 둥지가 집중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팔색조가 귀소본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마다 10쌍 이상이 찾아와 둥지를 트는 것으로 볼 때, 골프장 일원이 팔색조의 서식환경에 적합한 곳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팔색조의 천적은 누구인가?

팔색조는 바닥에서부터 바위, 나무 위까지 다양한 곳에 둥지를 튼다. 그만큼 다양한 천적의 공격을 받는다. 족제비, 고양이, 직박구리와 어치, 까마귀 종류, 청설모, 오소리와 너구리, 뱀, 멧돼지 등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고양이가 1m 높이 바위에 있는 팔색조 둥지를 공격해 새끼들을 물어 죽였다. 먹지 않은 것을 볼 때 사냥본능에 따라 재미로 죽였을 수도 있다. 이 때 죽은 새끼들을 족제비가 물고가는 것이 동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인위적 요인으로는 소위 조류생태전문가들의 멋진 사진 촬영을 위한 과도한 접근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숲 인근 전원주택단지 유리창 조류충돌, 자동차 로드킬 등이 있다.

가장 심각한 천적은 팔색조의 번식지 전체를 없애버리는 골프장 개발, 소나무재선충 방재작업이나 임도개설, 수종갱신사업 등을 위한 대규모 벌목 같은 난개발이다.
노자산골프장 개발과 같이 환경부나 지방자체단체, 개발사업자 등이 공공연히 팔색조 서식을 알면서도 묵인 방조하여 팔색조를 쫒아내거나 멸종을 부추기기도 한다.

27홀 골프장 중심의 거제남부관광단지는 거제 노자산 일원 100만 평의 숲을 없애고 들어선다.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는 지난 6월 19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해줬다.

30여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정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환경부가 골프장 개발을 위해 팔색조를 노골적으로 내쫒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차례 팔색조 조사를 요청했으나 묵살하고, 팔색조 둥지가 36개나 발견된 '팔색조 집단번식지'인데도 '팔색조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거짓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동의해줬다는 것이다.

노자산시민행동은 지난 5월 2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환경부(낙동강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전에 골프장 개발지의 팔색조 둥지 조사를 요청했다. 낙동강환경청은 답변 기간을 1차 연장한 후 6월 12일 답변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관의 의견을 들어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과 관련하여 필요시 현장확인 등을 거쳐 사업시행에 따른 환경영향예측과 저감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장확인을 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조사요구도 하지않은 채 협의해줬다. 직무를 유기하고 사업자에게 편의를 봐준 것으로 의심된다. 시민행동이 낙동강환경청장을 고발한 10여개 이유 중 하나다.
 
환경영향평가 거짓작성을 이유로 노자산사민행동이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사업자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장면
▲ 거짓 환경영향평가 고발 기자회견 환경영향평가 거짓작성을 이유로 노자산사민행동이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사업자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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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살지 않는다는 거짓 환경영향평가

거제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서는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현지조사에서 서식 및 번식지가 확인되지 않아 사업시행으로 인한 서식지 및 번식지 훼손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 92쪽)고 했다.

낙동강환경청의 '보완의견'에 따라 환경평가업체는 팔색조를 지난 5월 11일 추가 조사했다. 그 결과는 "16개 지점 조사결과 사업지구 내 조류 울음소리, 개체, 서식 및 번식지는 확인되지 않았다"(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 48쪽)라고 작성했다.

하지만 노자산시민행동은 그동안 관광단지 개발지에서 팔색조 둥지 36개를 찾았다. 올해 둥지는 9개다. 천연기념물을 보호 관리하는 문화재청은 7월 10일 현지조사를 벌여 올해 팔색조 둥지 6개를 확인했다.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도와 거제시, 사업자는 팔색조 둥지조사 요구을 묵살했으나, 문화재청은 지난 7월 10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 문화재청 현장조사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도와 거제시, 사업자는 팔색조 둥지조사 요구을 묵살했으나, 문화재청은 지난 7월 10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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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추가조사의 경우 새를 조금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웃을 일이다. 의도적으로 특정 멸종위기종의 출현 시기를 회피해 조사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거짓 부실 조사 방법이다.

팔색조는 주로 5월 중순에 도래해 6~7월에 번식한다. 팔색조를 녹음재생방법으로 조사할 경우 5월 20일~6월 10일 사이에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과학적이다. 특히 6월 8일이 정점이다.(홍길표 등, 한국조류학회지 <음성신호를 이용한 팔색조 모니터링 및 음성반응 연구>).

팔색조 도래와 서식을 조사하려면 당연히 이 기간내 조사가 필수적이다. 환경평가업체와 낙동강환경청은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평가서를 제출하거나 협의를 내 준 것으로 이해된다.

낙동강청은 협의의견에서 사업자에게 '공사전부터 운영 시 번식기인 5월 중순에서 7월에 현장조사를 월 2회 실시'하라고 했으나 사업자는 이행하지 않았다. 울음소리 보다도, 팔색조 실물사진보다도 둥지만큼 팔색조의 서식을 명확히 하는게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낙동강환경청과 사업자, 승인기관인 경남도는 팔색조 둥지를 확인하고 보호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서너 시간이면 팔색조 둥지 20여 개는 바로 확인 가능하다. 여름철새인 팔색조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등으로 날아갔지만 둥지는 남아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생태조사 담당이며,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전 사무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거제통영오늘신문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팔색조, #노자산골프장, #거제남부관광단지, #거짓부실환경영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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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숲해설가, 남방동사리책방, 시민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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