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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 대구경북에서도 역사를 망각한 행태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 철거는 역사적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뉴라이트의 거짓 역사를 국민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대구경북 독립운동단체들 뿐 아니라 지역 야당은 정부와 국방부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의도에 대해 '역사 뒤집기'라며 맹비난했다.

노수문 대한광복회 대구지회장은 29일 "우리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해괴망칙한 짓거리"라며 "홍범도 장군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진정으로 목숨을 바친 분"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했는데 지금 와서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보수라고 볼 수도 없다"며 "역사는 기록이고 사실인데 독립운동의 기록과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이 소련의 공산당에 가입한 것은 북한 공산당에 협조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 이전에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며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깎아내리려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최봉태 백산 우재룡 기념사업회장(변호사)은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려고 독립운동을 한 분들에 대해 후손들이 시비를 거는 것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최 회장은 "홍범도 장군이 러시아에서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걸 문제삼고 있는데 그 당시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지금 와서 그분들을 이념의 잣대로 들이대는 것이야말로 일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현 정부가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은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 지회장은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고 백선엽 동상을 세우면서 백선엽의 친일행각은 기록에서 삭제했다"며 "독립운동도 사회주의 계열에 연관된 사람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국 이전의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승만의 건국에서 출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친일세력들을 오히려 건국의 영웅으로 만들려는 역사 뒤집기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일제 식민지에 저항하고 싸운 선조들은 독립하게 될 조국의 정체성이 자유주의인지 공산주의인지 모르고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했던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당은 "국방부의 논리대로라면 남조선노동당 조직책 출신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도 철거해야 마땅하다"며 "그래서 만주군으로 독립군을 토벌했던 백선엽의 명예회복을 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존경의 대상이 바뀐다면 우리는 5년마다 새로운 영웅상을 정립해야 한단 말인가"라며 "윤석열 정권과 국방부는 친일정권이 아니라면 역사를 뒤집는 추태를 당장 멈추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