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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3자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3자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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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18일(현지시각) 정상회의를 열고 안보 협력 강화를 천명하자 외신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국을 결속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신들은 이번 회의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웠던 한국과 일본 간 관계 개선 덕분에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맞이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꿈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그 꿈은 한국과 일본이 파트너십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이지만, 역사 인식의 차이로 관계가 나빴다"라며 "그동안 3국을 결속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일본의 잔혹했던 35년간의 한반도 점령으로 인한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적대감 때문에 좌절됐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년간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경제·군사적 야망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이 절실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과 일본도 미국과의 3국 협력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북중러의 위협... 한미일 '빅 딜' 타결"

특히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의견 합치는 '한일간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한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가능했다"라며 "윤 대통령의 일본과의 화해는 일본에 점령됐던 오랜 기억을 지닌 한국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양국은 새로운 출발에 전념할 것을 분명히 했다"라고 보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번 회의는 변화하는 위협에 기인한 '빅 딜'로 볼 수 있다"라며 "외부 환경이 너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동맹 관계의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 리더가 안보관을 바꾸는 계기는 실제 전쟁만큼 좋은 것이 없다"라고 짚었다. 

영국 BBC방송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한일 관계를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이번 회의는 너무 놀랍다. 과거에는 한일 정상이 미국과 한 번에 모이는 것도 간신히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이어 "대만을 본토와 통합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중국의 대만 영공 침범과 군사훈련은 이제 '뉴 노멀'이 됐다"며 "북한의 100회 넘는 미사일 시험발사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국가 안보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도록 자극했다"라고 전했다.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은 "지금은 실용 정치의 시대이며, 한국과 일본은 더 큰 위협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다"라며 "이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국내 정치적 자산을 희생하면서 갈등을 극복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일 적대감, 하룻밤에 사라지지 않아"... 트럼프 등장도 '변수'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드릭 카운티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드릭 카운티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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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일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이번 합의가 언제든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3국은 정상회의뿐 아니라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급 협의를 연례화하기로 했다.

AP통신은 "한국 국민 대다수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핵심인 일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법에 반대하고, 일본 국민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로 인한 중국과의 경제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이자 잠재적 후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하며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좌파 대통령이나 일본에서 극우 총리가 선출되고, 트럼프 같은 인물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힘들게 이뤄낸 이번 합의를 누구든 탈선시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BBC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적대감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불과 몇 주 전에도 그들의 외교 분쟁을 봤다"면서 독도 영유권 분쟁을 언급했다. 

앤드류 여 미국 브르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둘 다 국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한일 관계를 덮을 수 있는 외교 자본이 제한적"이라며 "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비판하는 수준까지는 따라가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신은 중국과 북한의 반발도 예상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회의는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위한 긍정적인 의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 이번 회의를 두고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비판하자 설리번 보좌관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회의가 끝나면 중국과 북한의 비판적 반응이 예상되지만, 이번 3국 파트너십은 새로운 차원에서 근본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3국은 한 나라에 대한 안보 위협을 모두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 방법을 상호 논의하기로 했다"라며 "이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국이 함께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경제 문제도 걸림돌... "바이든, 한일 불만 달래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8월 18일 메릴랜드주 서몬트 인근의 대통령 휴양지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8월 18일 메릴랜드주 서몬트 인근의 대통령 휴양지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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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걸림돌은 '경제'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을 부양하고 중국을 견제하면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일본의 불만을 달래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의는 재선을 위한 경제 정책과 국제 외교의 복잡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경제 정책이 중국 견제와 2024년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고,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공동 이익이기도 하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짚었다. 

에밀리 벤슨 CSIS 무역·기술 선임연구원은 "세계는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인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경제 안보 문제가 한미일 3국 관계에서 상당히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금 공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다양한 경제 정책은 3국 관계의 중요한 긴장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채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도 "미중 경제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 노동자와 소비자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이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라며 "이번 회의는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가 어떻게 서로 얽혀있는지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태그:#한미일 정상회의, #중국,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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