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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에 관한 논쟁의 중심에는 해외입양 주제가 있다. 입양 축소(또는 반대)론이 대중적 정서에 접근하는 데에 있어 가장 쉬운 지점이 바로 해외입양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간기관이 돈벌이를 위해 아이들을 해외로 팔아넘겼다는 주장은, 해외입양인의 복잡한 서사를 하나의 구호로 단순화했다.

"해외입양을 즉각 중단하라"

만일 누군가 시설보다는 해외입양이 낫다고 말하며 "시설을 즉각 폐쇄하라"고 주장한다면 어떨까? 아이들의 삶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옳고 그름이 아닌 현실을 봐야 한다. 나는 해외입양과 시설양육 중 어느 쪽이 더 불행한가를 놓고 경쟁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동복지는 '두더지 게임'이 아니다. 이쪽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면 여길 내려치고 또 저쪽에서 나오면 그곳을 내려치는 것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지금껏 국가는 아동복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국가의 구성원인 우리들 대부분도 입양혐오(이 표현이 이상한가?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하다가 돌아서서 '근본없는 아이를 키운다'고 손가락질하는 이웃 속에 내 모습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에 사로잡혀 내 핏줄만 싸고돌았다. 그 결과가 수많은 해외입양 사례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해외입양 즉각 중단'을 외치는 이들은 자신에게 정직한지 물어보기 바란다. 해외입양인들의 상처를 단순화해서 구호로 이용하는 게 아닌지 말이다.

입양 진행을 할 때 최대한 '섬세하고 느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아이는 '제품'이 아니고 하루 하루 성장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그러니 최대한 신속하게 투트랙으로-원가정 회복과 입양 여부를 동시에 타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선진국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해외입양인이 일상 속에 겪는 차별과 상처를 제3자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불행을 놓고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호대상 아동이 생기면 고유한 한 생명체로 접근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끌지 않고, 집단양육이 아닌 영구적·개인적인 애착관계를 맺어주기 위해 '섬세하지만 늦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격에 비춰 창피하다고 해외입양을 막고 나서기 전 먼저 고민해야 할 주제다.
 
프랑스 입양인 박현춘(니콜라 보푸르)씨 가족과 함께 합정동 카페에서 2023.7.15.
▲ 프랑스 입양인 가족과 함께 프랑스 입양인 박현춘(니콜라 보푸르)씨 가족과 함께 합정동 카페에서 2023.7.15.
ⓒ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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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프랑스 입양인 박현춘(니콜라 보푸르)씨는 한국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입양이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행히 그는 한국에서 생부와 형제들을 재회했고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책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All You Can Ever Know>의 저자와 매우 유사한 경우이다. 

저자인 니콜 정은 '... 많은 부모들이 백인 가족, 백인 공동체,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유색인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침이나 정보 등을 제공받지 못한다.(51p)'고 말했다. 박현춘씨도 같은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프랑스인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굳건히 해나가면서 많은 일들을 이룰 거라 믿는다.

현실적으로 보면 해외입양인 중 생부모를 찾을 수 없거나 상봉의 후일담이 좋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어떻게 손을 뻗을 수 있을까? 어려운 시기를 먼저 지나온 박현춘씨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길 기원한다.

태그:#해외입양, #입양, #아동복지,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프랑스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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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족이 된다' 저자.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상담사, '전국입양가족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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