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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녹조 문제가 불거졌지만 한강 권역과 낙동강 권역 행정기관의 대응이 달라 심각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문제점을 짚었다. 한강 권역 소양호 녹조는 환경부, 강원도가 적극 방제 활동에 나섰지만, 낙동강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3일 소양호 상류 인제대교 부근 녹조를 채수해 국립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효소면역측정법(ELISA)에 따라 총 마이크로시스틴(Total Microcystin, MCs)을 분석한 결과, 6개 지점에서 모두 검출됐다. 이중 인제대교 부근이 각각 300과 40.2ppb, 관대리 채수 지점에선 100.29ppb로 높게 검출됐다. 신월리 채수 지점은 1.92ppb, 38대교 상하류에선 각각 5.45와 3.75ppb가 검출됐다. 
 
지난 3일 녹조 채수 당시 현장 상황이다.
▲ 인제대교 녹조 지난 3일 녹조 채수 당시 현장 상황이다.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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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보호청(USEPA)은 물놀이 금지 가이드라인을 마이크로시스틴(MCs) 8ppb로 설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소양호에서 가장 높았던 인제대교 녹조는 USEPA 기준의 37.5배, 관대리는 12.53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미국 오하이오주는 20ppb 이상이면 시민들에게 아예 '접촉하지 말 것(No Contact)'을 규정하고 있다.
 
짙은 녹조 현상이 확인됐다
▲ 인제대교 녹조 채수 짙은 녹조 현상이 확인됐다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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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우리 단체가 3일 채수한 후 비가 오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계속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수질·수생태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소양호가 있는 강원도 등에선 녹조 독소 관련 수치(mL 당 유해 남조류 세포 수, 마이크로시스틴 등의 독소 농도)를 현재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에는 270여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가장 강한 독성을 지닌 MC-LR은 청산가리 6600배에 이르고, 가장 낮은 독성을 지닌 MC-RR은 MC-LR 독성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뿐 아니라 생식 독성을 띠고 있어 미국, 프랑스 등은 엄격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3일 인제대교를 중심으로 진행한 녹조 채수 현황이다.
▲ 녹초 채수 상태 3일 인제대교를 중심으로 진행한 녹조 채수 현황이다.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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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녹조의 위험성 때문에 지난달 29일부터 환경부와 강원도 등은 긴급 소양호 녹조 방제 활동을 벌였다. 녹조 제거선 투입에 이어 사람이 직접 들어가 수면에 흡착포를 부착해 수거하거나 뜰채 등으로 직접 녹조 제거 작업을 벌였다.

소양호 상류 지점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해당하진 않지만, 하류 의암호 등의 상수원 보호구역과 수도권 상수원 악영향을 우려한 사전주의 관점의 조치였다. 강원도청 등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소양호 녹조 방제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낙동강은 소양호와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낙동강은 사실상 전 구간이 상수원에 해당하지만, 소양호에서 보여줬던 환경부,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녹조 제거 활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녹조 독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주민 안내 및 계도 활동도 거의 없다. 

"낙동강 권역은 2등 주민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지난 4일 창녕군 소재 저수지에서 확인한 녹조 상태. 이 저수지는 낙동강 물을 끌어와 채운다. 매년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 낙동강 물이 공급된 저수지 녹조 지난 4일 창녕군 소재 저수지에서 확인한 녹조 상태. 이 저수지는 낙동강 물을 끌어와 채운다. 매년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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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낙동강 녹조 문제는 국가와 지방 행정기관이 방치한 것과 다르지 않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국가가 한강 권역은 1등 주민으로, 낙동강 권역은 2등 주민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되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비과학적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소양호와 낙동강 녹조는 모두 물의 흐름을 막아서 발생했다. 지난 20여 일 동안 소양호 수위는 변화 없이 거의 정체됐다. 영양염류 유입과 댐으로 인한 물의 정체가 겹치면 어디든 녹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은 보가 없는 소양호에서 생긴 녹조는 자연현상일 뿐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댐과 보는 명칭만 다를 뿐 물 흐름을 막는 구조는 똑깥다"라고 지적했다. 위험 사회 관점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위험은 'Danger'이지만, 사람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Risk'로 구분한다. 소양호와 낙동강 녹조 문제는 모두 Risk에 해당한다. 다만, 소양강댐은 홍수 방지, 용수 공급 등 편익이 있다. 그러나 낙동강 8개 보는 수질·수생태계 악화, 혈세 낭비 등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강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유럽연합(EU)는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을 지난 7월 제정해 불필요한 보와 댐 해체를 목표로 설정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는 "4대강 보를 유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와는 정반대 흐름"이라면서 "낙동강 녹조 문제는 환경재난이자 사회재난이다. 또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보를 열고 물의 흐름을 회복할 때 녹조 문제가 완화된다는 것은 금강, 영산강 사례에서 이미 확인됐다"라면서 윤석열 정의 4대강 보 유지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철재 시민기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녹조, #소양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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