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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이 22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앞에서 ‘2022년 할로윈 인파 우려 보고서 조작 정보경찰 보석 석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2주 전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보석 석방되었다.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마음이 무너져내린다’고 밝혔다.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22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앞에서 ‘2022년 할로윈 인파 우려 보고서 조작 정보경찰 보석 석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2주 전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보석 석방되었다.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마음이 무너져내린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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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용산서에 조사가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고, 이리 어수선하게 (정보 보고서를) 삭제해야 하나 싶었다."

지난 7일 이태원 참사 직후 정보 보고서 삭제 관련 재판에 출석한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관 A씨의 증언이다. A씨에 앞서 증인신문에 나선 또 다른 정보관 B씨도 상부로부터 자료 삭제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핼러윈 사건은 너무 큰 사건인데... 찝찝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배성중 부장판사)에서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및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의 이태원 핼러윈 대비 정보 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증거 인멸 교사,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교사)를 다투는 3차 공판이 열렸다.

혐의를 의심받는 경찰 간부들은 정보 보고서 삭제는 규정에 따른 합법적 조치였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 측은 참사 직후 정보 폐기를 통한 진상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가 삭제된 때는 지난해 11월 2일 직후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채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이 가운데 나온 A씨의 증언, 삭제 지시를 전달받고 "찝찝했다"는 말에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매달렸다. A씨는 이태원참사 발생 약 3주 전 이태원 핼러윈데이 관련 특별첩보보고서(SRI)를 작성해 서울청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정보경찰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2일 압수수색이 끝나고 과장님의 지시로 (특별첩보보고서를) 삭제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보고서를 컴퓨터 내 삭제 보관함인 '휴지통'에 담아두고, 완전히 삭제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찝찝해서"였다. A씨는 "핼러윈 사건은 너무 큰 이슈이고, 언론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굳이 (완전 삭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A씨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에 따라 삭제했던 보고서를 휴지통에서 복원해 제출했다. 그때 상황에 대해 A씨는 "(김 전 정보과장이 당시에) 보고하는 게 좋을지, 안 좋을지 물어봐서 '이제는 폐기할 수 없다, 그대로 보고하는게 낫다'고 답했고, '그렇게 하자'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제 와서) 지금 (다시) 지우는 건 수사 자료를 폐기하는 느낌이라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판사가 "이태원 관련 보고서라 찝찝하다고 느꼈느냐"고 묻자, A씨는 "이태원 보고서뿐 아니라, 이 시국에 왜 그렇게 (삭제를) 지시하고 (보고서들이) 삭제돼야 하는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 정보 수집 '목적' 재차 물은 재판부... "공공안녕 위험 예방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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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뒤는 김진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뒤는 김진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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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에선 경찰의 정보(보고서)의 목적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측의 공방이 오갔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및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측은 정보경찰이 보고서를 작성한 목적은 보고하기 위해서이므로 보고와 동시에 문건의 목적이 달성 됐으니 폐기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이어오고 있다. '목적을 달성한 정보 보고서는 폐기가 원칙'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관 A씨는 '보고 후 폐기가 원칙'이라는 박성민 전 부장 측 주장에 "(어떤 기준으로) 폐기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A씨는 박 전 부장 측 변호인의 "모두 보고됐으니 목적이 달성된 것 아니냐"는 재차 물음에도 "목적 여부는 모르겠다"면서 "(관련 보고서의 목적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검찰 측은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직후라는 폐기 '시점'을 강조했다. 검찰 측은 또 다른 정보관 B씨에게 "(이태원참사) 상황 발생 뒤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직·간접적 보고서가 남은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폐기해도 문제가 없나"라고 물었다. B 정보관은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 측은 다시 "핼러윈 관련 보고가 있다면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의 책임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필요한 자료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보관 A씨도 정보 삭제 규정을 묻는 검찰 측의 질문에 "그 규정을 직접 생각하며 (정보를)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어떻게 해야 목적이 달성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고, 제가 작성한 자료는 추후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관했다"고 답했다. 이어진 "실무상 이 규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판사 : "(보고서의) 정보 목적이 달성되면 폐기한다는데, 그 목적은 상부 보고를 의미하는 것입니까?"
A 정보관 : "(이태원 참사)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 목적이 뭘까 고민은 했지만... 지금도 그 목적 달성이 어디까지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중략)

판사 : "경찰 정보를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정보관 : "일종의 알람같은 것입니다."


재판부도 직접 증인신문에 나서 경찰 정보의 정의와 목적에 대해 물었다. 직무집행법 상 경찰 정보는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을 위한" 목적으로 수집된다고 적시돼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도 '경찰의 임무' 중 하나로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험 예방과 대응, 이게 (정보수집) 목적 아니냐"고 다시 반문했다. A씨는 "문구상 그렇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판에선 현장 배치를 요청한 용산서 소속 이태원 담당 정보관의 요청이 묵살된 정황도 다시 한 번 언급됐다. 검찰 측은 "김 전 과장에게 담당 정보관이 '담당 구역이니 핼러윈에 나가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고 언급하자, A씨는 "그런 취지의 회의가 있었던 것은 언뜻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29일에 대규모 집회가있어 2번 정도 관련 회의를 했고, (김 전 과장이) 회의 중에 이태원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같은 행사니 중요하냐, 집회에 집중해라고 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혼잣말 같은 것이었나"라는 검찰 측의 추가 질문에 A씨는 "(혼잣말은) 아니고, 단체 회의 중 나온 이야기다"라고 다시 말했다(관련 기사 : 이태원 보고서 쓴 경찰의 눈물... 참사 전후 용산서에서 벌어진 일) https://omn.kr/241q3. 

한편, 이태원 참사 정보보고서 삭제 논란 재판은 오는 9월 4일 또 다른 정보관의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4차 공판 이후에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 등 사건 피고인들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태그:#이태원참사, #진상규명, #10.29이태원참사, #경찰, #정보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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