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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 앞에서 폭염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새만금 잼버리 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 앞에서 폭염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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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회 3일째인 3일, 잼버리대회의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공동 기자회견이 잼버리 대회장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렸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13개 시민단체와 정당은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참사 불러올 새만금 잼버리 대회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애초 갯벌을 매립한 생태학살의 현장 위에 잼버리 대회를 개최한 것부터 잼버리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며 "오직 매립 가속화를 위해 편법으로 농지관리기금을 전용하여 해창갯벌을 매립하고 그늘도 없는 매립벌판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에 청소년들의 대규모 야외행사를 치르는 일은 납득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일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든 피켓에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폭염의 이름은 기후위기입니다
The name of this heat wave is climate crisis
하면 된다? 라면 된다!
불가마 12일 체험
아동권리협약 위반
It's violation of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열사병이 성장통이냐?
열사병≠성장통
HEATSTROKE is NOT a Growing Pain
갯벌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생명이 우선이다
안전이 우선!
SAFETY FIRST

기자회견에 함께한 한 참가자는 "이는 대한민국 정부 및 세계스카우트연맹도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는 정오부터 5시까지 야외활동도 해서는 안 되는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야외활동을 지속하게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했다.
 
잼버리 방문자 센터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일일방문 섹터는, 이곳이 갯벌이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황량한 모습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땡볕의 혹독함을 견뎌야 하는 곳이다.
▲ 잼버리 방문 공간의 휑한 모습 잼버리 방문자 센터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일일방문 섹터는, 이곳이 갯벌이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황량한 모습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땡볕의 혹독함을 견뎌야 하는 곳이다.
ⓒ 김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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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식물이 채 자라지 않아 철사 틀만 있어 그늘막 공간도 매우 더웠으며 이 곳에 들어온 사람들도 매우 지친 표정들이었다.
▲ 더위 피하기에 역부족인 잼버리의 그늘막 공간 덩굴식물이 채 자라지 않아 철사 틀만 있어 그늘막 공간도 매우 더웠으며 이 곳에 들어온 사람들도 매우 지친 표정들이었다.
ⓒ 김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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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프레스센터에선 잼버리 대회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차관의 브리핑도 동시에 이뤄졌는데,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병원 방문 잼버리 참가자를 두고 주최측이 "병원 방문자 기준 숫자이며 모두가 환자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주최측은 전날 병원을 방문한 인원은 992명이며 온열질환과 벌레물림 등을 포함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사전에 우려를 표명한 곳이 있냐'는 질문도 나왔는데, 여가부 차관는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럽 한 국가가 폭염 등에 따른 우려를 잼버리 첫 날인 지난 1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내 시민단체들은 무려 3년 전부터 이번 대회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 등 여러 단체들이 새만금잼버리 부지인 해창갯벌 매립 중단을 촉구하며 혹독한 조건에서 펼쳐질 잼버리 대회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8월 초의 폭염에 나무 한 그루 없고 시냇물 하나 없는 갯벌 매립지에 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엔 새만금 매립이라는 맹목적인 목적이 숨어 있다.

잼버리를 핑계로 매립에 속도를 냈기 때문에 필요 이상 넓은 면적을 매립하여 물빠짐이 어려워져 물구덩이가 되어 바닷물의 냉각 작용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3개월 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에서는 잼버리 대회 보이콧을 촉구하며 폭염과 황무지라는 악조건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죽음의 땅' 새만금에서 잼버리대회? 참여하지 말아주십시오 https://omn.kr/24084)

주최측은 잼버리 대회장에서 철수한 국가가 있다는 것도 사실 무근이라고 했지만, 미국 참가자들이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서 숙소를 제공 받는 상황에서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소방 당국의 행사 중단 요청, 기상청의 폭염 특보 발표와 열 스트레스에 대한 보도자료 발표 등은 실무 부처들이 더 이상 결단을 미뤄서는 안 됨을 보여준다. 또한 한덕수 총리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보강에 공병대를 투입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공병대 군인들은 잼버리 참가자와 연령대가 비슷한 젊은이들로서 이들의 집중 노동으로 시설을 보강하게 된다면, 또 다른 젊은이들을 폭염 속에 위험한 노동에 몰아넣는 일이 될 뿐이다. 윗돌 빼어 아랫돌 괴듯, 한쪽 젊은이들의 안전을 위해 다른쪽 젊은이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안전 불감증 미봉책일 뿐이다.

또한 원래 취재가 허용된 구역인 델타구역에 앞으로 기자들의 접근이 제한된다고 발표되자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들이 쓰일 것을 우려하여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이날 잼버리 대회장 주변에는 쉴 새 없이 앰뷸런스가 오고 갔다. 의료 텐트는 온열질환 환자들이 몰려와 야전병원을 방불케 한다는 의료진의 증언이 있었다. 방문자센터에는 더위에 지친 외국 잼버리 대원들이 바닥에 맥없이 누워 있었다.
 
8월 3일 오후3시경, 잼버리 방문자 센터에서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잠들어 있는 외국 참가자들. 이날 만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너무 덥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 잼버리 방문자센터에서 더위에 지쳐 바닥에 누운 참가자들 8월 3일 오후3시경, 잼버리 방문자 센터에서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잠들어 있는 외국 참가자들. 이날 만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너무 덥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 박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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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새만금 잼버리 대회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참사 불러올 새만금 잼버리 대회 당장 중단하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밤(8월 2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서 집단 탈진이 발생해 소방당국이 비상 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잼버리 조직위에 축하공연 중단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영식 도중 150명이 행사장 내 마련된 잼버리병원으로 이송됐고 이중 84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나머지 66명은 스스로 회복해 복귀했고(8월 2일 오후 11시 55분 기준), 치료받은 84명 중 1명(발목 골절)을 제외한 83명이 온열질환자였다고 한다.

잼버리 조직위 측은 잼버리 대회가 시작된 8월 1일 잼버리 야영지 내에서 8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4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북민중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 전북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 31일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여, "전북도와 정부, 잼버리 조직위는 최소한 야영지 내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해서 참여자들이 폭염과 호우 등의 위험상황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준비된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과정활동 또한 안전한 장소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면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 긴급성명을 발표했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최창행 위원장은 8월 1일 기자브리핑에서 '많은 우려가 있지만, 아이들의 정신력이 훌륭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참가자들은 2년 이상의 스카우트 경력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하며 잼버리를 강행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도 전국이 극한 폭염이 이어지고, 체감온도는 40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잼버리가 열리는 부안의 최고 기온도 35도로 예측되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 특보속에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열흘 동안 야외에서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며 선풍기도 없는 텐트에서 야영을 해야하는 4만 3천여명의 청소년들을 비롯한 봉사활동자, 대회 관계자들,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애초에 갯벌을 매립한 생태학살의 현장 위에 잼버리 대회를 개최한 것부터 잼버리 정신을 위배한 일이다. 오직 매립 가속화를 위해 편법으로 농지관리기금을 전용하여 해창갯벌을 매립하고 그늘도 없는 매립벌판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에 청소년들의 대규모 야외행사를 치르는 일은 납득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정신력을 운운하며 극한의 폭염 속에 잼버리 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아직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강행하는 일은 또 다른 이태원참사를 예고할 뿐이다. 단 한 명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행사는 없다.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당장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중단하라!

2023년 8월 3일
가톨릭기후행동, 금속노조 전북지부, 천주교대전교구생태환경위원회, 멸종반란가톨릭,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선교사센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전북녹색연합, 정의당세종시당생태위원회, 정의당전북도당, 전북민중행동, 평화바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홍보국장입니다.


태그:#새만금, #잼버리, #폭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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