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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으로 붐비는 트레비분수
 관광객으로 붐비는 트레비분수
ⓒ 김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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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찜통 더위'라는 말이 있듯 이탈리아에는 '오븐 속 열기' 라는 말이 있다. 고온 건조한 이탈리아의 기후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지만, 2023년인 올해는 그마저도 넘어선 것 같다. 그동안 습도까지 높아 푹푹 찌는 이탈리아의 기후를 마주해 본 적은 없었는데, 올해는 그렇다. 겉잡을 수 없이 치솟는 이탈리아의 무더위에 지치다 못해 놀랍기까지 하다.

2023년 여름, 이탈리아 그리고 남부유럽이 심상치 않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매년 기온이 상승한다는 이야기를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흘려들으며 왔지만 올해는 '온난'이 아닌 '사우나화'다.

특히 이탈리아에 불어닥친 고온 현상으로 주민들은 물론 여행객들도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7월 폭염현상이 있던 주를 'settimana infernale', 즉 '지옥의 한 주'라고 부르고 있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이탈리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기후 재앙'이 눈앞에 펼쳐졌다
 
베드로대성당
 베드로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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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41도, 이탈리아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지 시칠리아는 기온이 섭씨 48도를 넘는 고온현상이 일어나면서 연일 산불이 계속 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밀라노에서는 폭풍우로 가로수가 뽑히면서 한 명이 사망했고, 홍수와 수십센티에 달하는 우박이 쏟아지는 등 문자 그대로 '기후 재앙'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기후 재앙을 여행자들도 두 눈과 몸으로 확인하고 있다. 올해로 이탈리아를 다섯 번째 찾는다는 여행자 차우혁씨는 "여름에 더운 건 이미 여러차례 겪어서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더워서 미리 계획해두었던 일정대로 여행을 하기 어렵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아침 일찍 나와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고 가장 뜨거울 때 숙소로 돌아가 쉬다가 저녁에 다시 나오려했지만, 저녁까지도 고온이 이어지는 데다 생각 이상으로 높은 습도탓에 체력이 버텨주지 못한다고 했다. 

무더위는 관광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심각한 인명피해도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만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해 6만명이 사망했는데, 올해는 7월 중순 현재 벌써 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작년 이상의 피해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있어 지자체들도 주민들에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폭염으로 인한 피해 금액만 60억유로를 넘어섰고 지난 5월 발생했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 홍수 피해 복구에만 10억유로가 투입된 상황이다.

주민들도 울상짓긴 마찬가지다. 이상 기후는 단순히 주민들의 출퇴근 등 일상생활을 넘어서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끼친다. 이탈리아엔 올 봄까지 추위 현상이 계속되면서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고온 현상이 닥친 것이다. 이탈리아 농업조합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은 작년대비 30%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 피해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계속될 가뭄이나 지력손실 문제 등도 있어, 투입 비용은 천문학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를 방문한 독일 보건부 장관이 트위터에 "이곳의 폭염은 지독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러한 휴양지들은 장기적인 미래가 없다"라고 쓰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다니엘라 산탄체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은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남유럽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다"라고 반박하며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기온의 상승은 땀나고 더운 것을 넘어서 우리가 입고 먹고 자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40도를 넘어서는 끔찍한 폭염을 넘어 설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아무리 더워도 길에서 나오는 음수대 물은 마시면 안돼
 
길거리 온도계가 보여주는 로마의 더위 41도
 길거리 온도계가 보여주는 로마의 더위 41도
ⓒ 김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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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현재 이탈리아는 혼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로 움츠리고 있었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하루 평균 만여명씩 입국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정리해봤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

1. 외출시 시원한 물은 필수! 다만 아무리 더워도 길에서 나오는 음수대의 물은 피하자. 미생물과 석회질로 인해 물갈이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경우 피부트러블도 발생할 수 있다. 가급적 물은 사먹는걸 권장한다. coop, conad, tigre 등의 대형마트 또는 alimentari 라고 검색하면 간이상점들이 나와 1유로 미만으로 500ml 생수를 구매할 수 있다. 

2.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 뜨거운 햇빛을 가릴 대책 필수! 이탈리아의 태양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한낮 자외선 지수가 9~10(매우 높음)단계에 육박해 수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될 경우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노출되는 피부에는 빠짐없이 선크림을 꼭 꼭 발라주고 눈을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도 꼭 챙기자. 뜨거운 태양에 두피가 노출될 경우 어지럼증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어 모자도 착용하길 권장한다.

3. 적절한 휴식과 든든한 식사! 여행을 계획할때 많은 여행자들은 한국에서의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일정을 잡는다. 다만 아무리 행복한 여행도 결국 집밖에서 먹고자는 일이기에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특히나 더위까지 겹치면 본래의 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2~3시간 이상 외출을 할 경우 최소 1시간 가량은 시원한 카페나 그늘에서 휴식을 하길 권장하며 특히 더워서 입맛이 없더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4. 위급상황 발생시에는 주저하지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AIUTO(이탈리아어 : 도와주세요, 아이유또)라고 외치거나 또는 118(우리나라의 119에 해당)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생각 이상으로 이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편이며 응급신고 시스템도 잘 되어있고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도 가능하다. 특히 응급상황은 초기대응이 정말 중요하기에 기본적으로 이러한 번호를 알아두는것이 좋다.

태그:#이탈리아폭염, #이탈리아, #로마, #유럽폭염, #무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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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이탈리아에서 보냈으며 밀라노에서 대학졸업 후 패션, 통역, 관광분야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로마에서 거주하는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국인이자,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바라보는 시야를 보다 사실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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