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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스크린샷을 보내줬다. 삼만오천명, 이천백명, 오천사백명등이 모여서 BTS를 향유하고 있다.
▲ 쿠바의 아미들 제니가 스크린샷을 보내줬다. 삼만오천명, 이천백명, 오천사백명등이 모여서 BTS를 향유하고 있다.
ⓒ 에이미 헛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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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명 중에 가장 영광스러운 것은 'BTS언니'이다. 10대, 20대 어린학생들이 어디서 이 단어를 알았는지, 아미(BTS 공식 팬클럽 명칭) 친구들은 나를 부를 때 한국어로 '언니'라고 부른다. 심지어 미국공항 내에서 오다가다 잠깐 만난 사이도,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면 아미들이 바로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얼마나 BTS가 좋은지를 얘기하다가, 곧 질문들이 쏟아진다. '소복소복'이 뭐에요?', '사투리 어떻게 하는 거예요?' 등등. 그래서 습관이 생겼다. 어느 누구든 한국에 대한 질문을 하면, 다 대답을 해준다. 모르면 공부를 해서라도 알려준다.

'BTS 언니'로서 속깊은 대화들을 나눠왔다. 그 중에서도 이름과 사진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한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베이지역에서 아미를 처음 시작한 전 아미회장, 매리엘(Mariel)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기 시작한 것이 2019년이었다. 매리엘은 처음부터 한국어를 중급 이상으로 할 줄 알았었다. 그래서 한국어로 대화를 시작했었다.

만남의 시작은 한 미국인 친구의 문의였다. 한국어로 일상대화를 하며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동생을 만나보겠는냐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항상 당연하지! 그렇게 한국어 대화와 한국 문화전달이 시작되었다.

매리엘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니,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BTS를 만나면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그 지역의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배웠다고 했다. 기초한글까지는 도움이 됐지만, 한국어 대화를 늘리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영어대화를 잘해보겠다고 필사부터 쉐도잉이라는 것까지 해보면서 매일 한계에 부딪혀 봤던 나로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혼자서 여러 가지 한국어 공부를 시도하고 있었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대답해 주었다.

둘이서 한 한국어 공부 중에 특이했던 것이 하나 있다. 매리엘이 한국 노래를 선곡해오면, 나는 가사를 뜻과 문화적 배경까지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매리엘 곁에서 3년 이상 지켜본 샌프란시스코와 베이지역 팬덤 활동을 간략하게 적어본다. 그들은 BTS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한국어와 문화를 배운다. 한국에 관련된 것은 다 좋아한다. BTS가 선을 실천하면서 살자고 했으니 선행을 베푼다. 선행을 위해서 아미들은 정기적으로 미팅과 도네이션 행사를 한다. 자금이 마련되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나 노숙자들에게 선행을 베푼다. 미래에 BTS 멤버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하루하루 작은 것이라도 선행을 실천한다.
 
▲ BTS 미국 샌프란, 베이지역 아미와의 대화
ⓒ 에이미 헛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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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BTS는 어떨까? 아미인 제니(Jennifer de la cruz Saavedra)와는 2019년부터 대화를 해왔다. 그는 현재 까마구에이 대학에서 관광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제니에게 BTS의 군입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멤버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기다린다고 한다.
한번 아미는 영원한 아미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음악은 듣지를 않느냐?"라고 질문을 해봤다. 제니의 대답이 명쾌했다. "이미 눈높이가 BTS에 맞춰져 있는데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다른 음악을 듣지만, BTS와 같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으로만 구성된 K-pop 아이돌은 어떤가?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K-pop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다. 한국문화 총집합체여서 좋아하는 것이다. 패션, 분장, 헤어스타일, 코레오그라피, 공연 중에 보여주는 멤버들 간의 합 등등. 음악이외에도 아이돌들의 개별 방송들이 있으면 찾아본다. 아이돌들이 말하는 것, 먹는 것, 취미생활을 보면서 한국문화에 동화되고 한국을 좋아하게 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제니와 남자친구는 K-pop 때문에 공통의 취미가 생기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시작은 이랬다. 제니가 K-pop에 심취하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남자친구(Ubaldo Tagle Perez)가 몹시 화를 냈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메이크업 한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니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가사를 음미해봐라. 우리에게 삶을 살아갈 이유와 희망을 준다. 저게 그냥 춤 추는 걸로 보이냐. 무대, 의상, 분장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봐라. 춤을 따라해봐라. 그냥 막 출 수 있는 춤이 아니다."


결국엔 남자친구가 K-pop을 함께 즐기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함께 즐기면서 시간을 같이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리타와 패니. 줌 인터뷰 마지막에 한 컷
▲ 다리타와 패니 다리타와 패니. 줌 인터뷰 마지막에 한 컷
ⓒ 에이미 헛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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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타는 우루과이로 이동한 후, 그 나라의 아미와도 교류를 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배웠던 '우루과이 테이블'로 처음 알게 된 그 나라. 다리타 덕분에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나 행복하다. BTS가 군대를 가면서, 우루과이의 아미도 인터뷰하고 싶어 다리타에게 소개해달라고 했다.

BTS 아미인 패니(Fanny Ramos)를 줌으로 만났다. 그녀와의 대화를 정리해 본다.

K-pop을 6년 정도 즐기다가 BTS를 접했다는 패니는 그 후 한국어를 2년 정도 공부해 오고있다. 한국문화를 전체적으로 즐기고 있다.

"BTS가 내 인생에 들어 온 후,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나에게 일어나는 우울한 일들이 생길 때, 힘이 들 때마다 BTS의 음악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힘이난다. 설명하기가 힘이 드는 부분인데, 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자신감이 생긴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를 설득하게되고, 많은 현상들을 이해하게 된다.

BTS가 군대를 가도, 만약에 해체를 한다해도 나는 다른 아이돌 그룹으로 관심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결정을 항상 존중한다. 나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BTS그룹이 만약 해체되고 솔로활동을 하면, 솔로가 된 BTS 개인들의 음악을 찾아 들을 것이다. 신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 놓기를 기도해 본다."


BTS 아미뿐만 아니라, 3년 이상 지켜 본 여러 K-pop 팬들의 공통점이 있다. 팬덤은 그리 쉽게 빨리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는 것이 첫 번째 공통점이다. 두 번째는 노래와 안무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문화를 총체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식 옷과 화장을하고, 한국음식을 먹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 역사공부까지 한다. 세 번째는 그들의 아이돌 그룹이 해체하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전보다 줄어든다는 것이다.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관심이 줄어드는 정도가 다르다로 표현하면 적절하다. 즉, 팬덤이 있는 아이돌 그룹이 해체하면, 팬덤은 '100프로 좋아하던 한국'에서 더이상 '100프로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로 마무리하면 될 듯하다.

*서구권에서는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이다. 미국의 경우 직장 인터뷰할 때 나이를 물으면 불법으로 고소고발도 할 수 있다. 기사에 나이가 표기 되지 않은 것을 양해를 구한다.

태그:#BTS 아미, #케이팝, #K-POP,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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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었던 한류들. 한국을 어디까지 좋아하는지, 한국의 무엇이 그렇게나 좋은지, 한국 것에 그들만의 정서를 불어넣어 한국을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찾아낸 기사로, 한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이름 홍지영(제보는 카톡아이디:aj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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