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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장맛비에 붕괴된 상주보 제방.
 2011년 6월 장맛비에 붕괴된 상주보 제방.
ⓒ 대구환경운동옹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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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상주보 제방 붕괴사고

2011년 6월 상주보 제방은 그해 내린 장맛비에 완전히 붕괴됐다. 2012년 6월이 준공이었으니 준공 1년 전에 제방이 붕괴되는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당시 "강물을 막아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웠으니 당연한 결과다" "4대강 보는 위험한 구조물이란 것이 증명됐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나왔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또한 4대강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일말의 재고도 없이 무너진 제방을 콘크리트로 타설해버리는 처방을 내렸다. 제방을 콘트리트화해버린 것이다.

그 후 상주보 제방은 문제가 없는 듯했다. 콘크리트로 발라놨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낙동강 상류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제방이 제대로 시공됐는지, 아니 상주보가 제대로 시공됐는지 증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2017년 가을 콘크리트로 타설해둔 그 아랫쪽 제방이 다시 터졌다.
 2017년 가을 콘크리트로 타설해둔 그 아랫쪽 제방이 다시 터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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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망태로 시공을 해줬지만, 그것도 결국 붕괴됐다. 붕괴된 곳부터 그 아래쪽까지를 콘크리트로 발랐다.
 동망태로 시공을 해줬지만, 그것도 결국 붕괴됐다. 붕괴된 곳부터 그 아래쪽까지를 콘크리트로 발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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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태풍이 왔다. 콘크리트 제방 구조물이 끝나고 돌망태로 제방을 감싸둔 곳이 터졌다. 그러자 무너진 그곳부터 시작해서 그 아래쪽까지를 모두 콘크리트로 다시 발라버렸다. 제방의 콘크리트화의 결정판을 보여줬고, 그것으로 상주보 제방은 철옹성을 쌓은 듯했다.

그런데 2023년, 이번에 또다시 상주보 제방이 붕괴됐다. 지난 24일 찾은 현장에서 확인한 바이지만 이번엔 콘트리트로 타설해둔 곳 그 위가 터졌다. 보통은 물살이 제방의 아래쪽을 치기 때문에 아래쪽만 콘크리트로 타설해두면 견고할 줄 알았는데 강물 수위가 더 올라갔고, 그러자 이번엔 그 위 제방이 터진 것이다.

아래부터 주저앉기 시작해서 강물이 들이친 곳까지 무너졌다. 제방에서 아래쪽 시멘트콘크리트 바닥으로 내려오는 길마저 붕괴됐다. 만약 강물이 더 높이 올라갔으면 제방 자체가 완전히 붕괴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번 극한호우로 인해 붉은 선으로 그어둔 곳까지 수위가 올라갔고 딱 그곳까지 붕괴가 진행됐다. 수위가 더 올라갔다면 제방 전부가 붕괴할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번 극한호우로 인해 붉은 선으로 그어둔 곳까지 수위가 올라갔고 딱 그곳까지 붕괴가 진행됐다. 수위가 더 올라갔다면 제방 전부가 붕괴할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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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좌안 제방은 거의 대부분 콘크리트로 타설돼 있는데, 이번 극한호우에 또다시 상주보 제방이 붕괴됐다.
 상주보 좌안 제방은 거의 대부분 콘크리트로 타설돼 있는데, 이번 극한호우에 또다시 상주보 제방이 붕괴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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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에도 구조기술사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도 제방 붕괴사고가 나고 재시공 하고 또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 이유는 4대강이라는 큰 강에다가 거대한 구조물을 처음 만들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나는 것일 터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상주보가 만들어지고 10년이나 지났는데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근본원인인 보 자체... 근원적 검토가 필요하다

근본원인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결국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4대강사업을 시작할 당시 토목학자 박창근 교수 같은 많은 전문가들이 증언한 바와 같이 강에다 이런 구조물을 세우는 것 그 자체가 근본인원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지금 상주보의 반복적인 제방 붕괴사고나 구미보나 낙단보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둔치 침식과 붕괴 사고는 모두 강에 구조물을 세우면 안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낙동강 상류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었는데 이번 장마가 4대강 보를 검증할 기회를 제대로 준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비에 4대강 보의 곳곳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상주보와 낙단보, 구미보, 달성보에서 그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만약 더 많은 비가 왔다면 보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콘크리트길마저 붕괴되면서 제방 자체가 무너졌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콘크리트길마저 붕괴되면서 제방 자체가 무너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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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하천학회 백경오 교수(국립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는 상주보의 당시 강수량을 확인하고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상주보 제방 붕괴사고가 난 날이 7월 15일이고, 그날 상주보 아래 강창교의 유량을 보면 제일 큰 값인데 6036㎥/s로 즉 초당 6036톤이 흘렀다. 상주보 계획홍수량은 1만1100톤이다. 계획홍수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비가 왔음에도 제방 붕괴와 같은 사고가 났다는 것은 제방 관리를 잘못했거나 상주보 자체가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상주보는 낙동강 보 중에서 제일 상류에 위치한 보다. 만약 상주보가 붕괴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주보에서 막힘이 없이 흘러내린 그 많은 강물은 아래 낙단보를 그대로 칠 것이다. 그렇다면 낙단보 또한 안전치 못 할 것이고 그것은 또 그 아래 구미보에 그대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들의 '붕괴 도미노'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번 상주보 제방 붕괴사고를 단순히 볼 일이 결코 아닌 이유다. 그동안 계속해서 반복된 제방 붕괴사고는 위험 징조로 읽어야 한다. 강을 가로막은 콘크리트 구조물 자체가 강물의 흐름을 막고 그것은 엄청난 수압으로 작용하고 그 강력한 수압은 제방의 붕괴를 넘어 보 자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가 있는 가능성 말이다.

반복되는 제방 붕괴사고는 4대강 보가 결코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만약 상주보 제방이 붕괴됐다면 혹은 구미보 제방이 붕괴된다면 그 일대에 엄청난 홍수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7월 15일 붕괴된 상주보 제방을 수자원공사에서 긴급 보수를 해뒀다.
 7월 15일 붕괴된 상주보 제방을 수자원공사에서 긴급 보수를 해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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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조짐이 상주보부터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났다. 2021년엔 하류 합천창녕보 제방이 붕괴했었다. 대형 재난이 터지기 전에 4대강 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때가 됐다. 뙤약볕이 내리쬘 때는 녹조라떼로 인한 녹조 독을 걱정해야 하고, 장마나 홍수가 질 때는 제방 붕괴나 보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인 물을 썩기 마련이고, 거센 강물의 흐름을 막으면 거센 강물의 저항을 불어올 뿐이다. 그 거센 저항은 재앙으로 터질 것이다. 낙동강엔 8개 보가 들어서 있다. 8곳에 대형 재난이 터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낙동강유역에 대형 물난리가 일어나기 전에 4대강 보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점검하자. 국민의 안전 문제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으므로.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다니면서 4대강사업으로 일어나는 낙동강의 변화상을 기록하면서 지켜봐오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상주보, #제방 붕괴, #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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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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